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잉고잉 박리라 Aug 22. 2023

공놀이

토요일 아침, 아이들을 남편과 아빠에게 맡겨두고 집을 나섰다. 주중에 있었던 몇 가지 검사의 결과도 듣고 싶었고 느낌상 이제 전원 이야기가 나올 타이밍이 지난 것 같아 이번주에도 주치의 면담을 했으면 싶었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간호사실에다 주치의 면담을 요청했는데 지금 수술방에 들어가셨기 때문에 면담이 가능할지 모르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늦게라도 상관없으니 기다리겠다고 해두고 엄마의 근황을 간병인에게 물어보고 엄마의 이모저모를 살폈다.

이번주부터 다시 침상재활이 시작되었는데 그래서인지 엄마의 눈빛이 다시 돌아온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티브이도 잘 보시고 내 질문에 눈 깜빡임으로 고갯짓으로 답변도 해 주셨다. 잘 움직여지지 않던 오른손의 감각이 꽤 좋아졌는데 천천히 오른팔을 들어 콧잔등을 긁는 모습에 너무 좋아서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다.

유쾌한 마음에 엄마에게 공놀이를 하자며 작은 공을 손에 쥐여드리니 정말 공을 던지려는 자세를 취했다. 아직 손을 꺾어 공을 던지는 게 잘 되지 않는 엄마는 공을 제대로 던져내지는 못했지만 나는 최선을 다해 그 공을 받았다. 그리고 다시 그 공을 엄마의 오른손에 쥐여드리면 엄마는 좀 더 편한 왼손에다 그 공을 옮겨 쥐고 다시 던질 자세를 취했다. 그런 우리의 모습에 간병인 여사님도 덩달아 환호와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었고 오랜만에 병실이 후끈 달아오르며 활기가 넘치는 듯했다.  

그렇게 즐거운 공놀이 시간이 끝나고 손과 발을 씻겨드린 다음 머리까지 감겨드리고 나니, 주치의 선생님이 찾아왔다. 내 예상처럼 주치의 선생님은 전원 이야기를 하셨고 나는 사정상 한 주 정도만 더 머무를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드렸는데 생각보다 쉽게 그러자고 하는 것이 아닌가.

조금 놀라하는 내게 주치의는 엄마가 급성 충수염임에도 수술을 하지 못한 탓에 장기간 강한 항생제를 쓰면서 복막 내에서 cre 균이, 소변에서 칸디다 곰팡이균이 추가로 발견되었는데 이 균치료를 위해 감염내과에 의뢰해 특수 항생제 치료를 진행 중이기에 보호자가 원한다면 한 주정도는 더 머물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 덧붙여졌다. 떨어지라던 vre균은 그대로에 cre균까지 생겨버렸으니 병원을 구하는 게 더 힘들어질 형편이 되었지만 일단 다음 주는 이런저런 일들이 겹쳐있어 전원을 가기 힘든 형편이었는데 다행이다 싶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날씨처럼 무거운 주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