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주치의로부터 전화가 왔다. 복부 CT촬영 결과 금식과 수액으로 치료를 지속했지만 염증이 크게 줄지 않았다고. 하지만 두께 부분은 조금 개선되어서 배액관 시술이 가능한 정도는 되었으니 배액관 시술을 통해 염증을 밖으로 빼내는 시도를 해 보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러자고 했고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간병인에게 전화를 걸어 엄마의 상태를 체크했다.
간병인들은 엄마의 상태가 몹시 좋아졌다고 나를 안심시켜 주었기에 조금 안도하고 있었다. 금요일 저녁,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내려와 잠을 청하고 토요일 아침 일찍 남편과 아빠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병원으로 나섰다. PCR검사를 해두고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느긋하게 커피 한 잔을 하며 못 다 읽은 책을 읽고 가계부 정리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4시간 후, 음성판정 결과를 들고 간호사실에 확인을 받은 뒤에야 나는 엄마를 만날 수 있었다. 지난주보다는 괜찮아 보일 거라는 내 예상과는 달리 엄마는 그리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온몸은 부기가 있는 체로 팔다리가 굳지 않게 운동을 시켜드려도, 우리의 사진을 보여드려도, 이런저런 말을 걸어도 큰 반응이 없는 체로 졸려했다.
장이 괴사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틀 전부터는 수액을 끊지 않은 채로 배로 영양공급(뉴케어 같은)이 시작되었지만 하루 150ml씩 네 번의 피딩도 제대로 되지 않아, 간신하 100ml씩 오전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총 200ml를 드시는 게 전부였다.
축 쳐진 체 졸려하는 엄마를 오후 내내 바라만 보다 나는 다시 친정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해맑은 아이들이 반갑게 맞아주어 웃을 수는 있었다지만 엄마가 채워 놓은 꽉 찬 냉동실을 정리하고 늦은 저녁을 먹고 깜깜해진 밤, 다시 집으로 출발하려니 마음이 먹먹해져 왔다.
그렇잖아도 마른 체형의 아빠는 엄마가 쓰러지시고 난 뒤 점차 체중이 빠져 이제 몸무게가 50도 체 되지 않았다. 정말 뼈만 남아 앙상한 체로 우리를 배웅하는 아빠를 두고 올라와야 한다는 것도 서글퍼졌고 일주일에 한 번 반나절만 엄마를 볼 수 있는 것도 서글퍼졌다.
엄마에게도 아빠에게도 일주일에 한 번은 충분하지 않구나. 이 간격을 이 헛헛함을 나는 어떻게 채워나가야 할까. 고민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