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과 특별 사이, 그 어딘가를 살아가는 우리들

평범해도 괜찮고, 평범해도 행복합니다

by 유메이


오늘도 신문과 뉴스 속은 여지없이 평균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OECD 평균, 코로나 평균 확진자 수, 추석 평균 선물 가격, 서울 아파트 평균 집값…


평범함의 마지노선처럼 보이는 수많은 평균들을 마주할 때면 나도 모르게 그 안에 나를 대입해본다. 평균이거나 평균을 간신히 넘겼다면 다행이지만 평균 이하라는 생각이 들 때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다. 어딘지 세상이 내준 시험문제에서 나만 낙제점을 받은 것 같다.


평범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뛰어나거나 색다른 점이 없이 보통이다’라는 뜻이다. 뛰어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모자라지도 않는, 넘치지는 않지만 부족하지도 않은 적당한 상태를 우리는 ‘평범하다’고 부른다.


평범하다
1. 뛰어나거나 색다른 점이 없이 보통이다.

비범하다
1. 보통 수준보다 훨씬 뛰어나다.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평범한 직장,

평범한 외모,

평범한 하루,

평범한 인생…


단지 형용사일 뿐인데도 ‘평범’이라는 단어의 힘은 놀랍다. 일단 한번 평범하다고 부르고 나면 어딘지 모르게 흔하고 심심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오늘이 비록 평범할지라도 내일은 조금 더 특별해지기를 바란다.





사람들은 종종 평범함을 부족함이나 쉬움과 혼동하기도 한다. 평범한 사람들은 지루한 일상을 살아갈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베스트셀러 작가는 알고 보니 평범한 주부였고 수십만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는 사실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평범함은 부족하지 않다. 주위를 조금만 둘러봐도 평범하면서 빛나고 반짝이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평범한 책이나 영화, 유튜브를 보고 사람들은 저 정도는 나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쉬워 보인다고 말한다. 그런데 정말 평범한 것을 만드는 것은 쉬울까? 그렇게 쉬운데 왜 누구나 책을 쓰고 영화를 만들며 유튜브를 하고 있지는 않을까? 저 정도는 할 수 있겠다고 말한 사람 들 중 실제로 시작한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한 생명이 세상을 만나기까지 적어도 10개월의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세상 그 어떤 평범한 존재도 쉽게 만들어진 것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평범함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가볍게 대한다.





학교에서는 특별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가르친다. 적자생존, 약육강식, 자본주의라는 냉혹한 세상 속에서 평범함은 무기가 될 수 없다. 오히려 평범함은 위험하다. 그래서 우리는 평범함의 대명사인 평균을 뛰어넘기 위해 평생을 노력한다. 학생은 평균보다 좋은 성적을 받고 누가 들어도 알만한 대학교에 진학하려고 애쓴다. 대학생은 평균보다 좋은 학점을 받고 특별한 대외활동을 하며 직장인 평균 연봉 이상을 월급으로 주는 회사에 입사하려고 한다.


나는 평범한 부모님 밑에서 평범하게 자랐다. 그래서인지 조금이라도 더 특별해지고 싶었던 것 같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매 순간 평균이라는 허들을 넘기 위해 열심히 달렸다. 누구나 알만한 대학을 졸업하고 대한민국 10대 기업 중 하나에 입사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의 하루는 평범했다. 오히려 대학에 가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친구의 삶이 더 특별하고 행복해 보였다. 그 순간 나는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을 멈추었다.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니 길가에는 예쁜 꽃들이 가득했고 하늘은 선명하고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마치 어디서 본 것처럼 평범했지만 예쁘고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애초부터 평범함이나 비범함은 만족감이나 행복함과는 크게 관계가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넓고 다양하다. 이 세상 그 어디에도 나랑 똑같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이의 삶이 평균 이하인지, 평균 이상인지, 평범한지, 특별한지에 크게 관심이 없다. 그저 각자의 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세상이 정한 암묵적 기준에 나를 비교하고 평가한 사람은 알고 보니 바로 나 자신이었다. 평범하다, 비범하다는 것은 어떤 대상의 특징을 나타내는 형용사일 뿐이다. 몇 가지 단어만으로는 그 대상을 완전히 설명하고 이해할 수 없다. 특별하다는 것이 더 훌륭하고, 더 행복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누군가는 평범하게 태어났지만 행복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비범함을 타고났지만 행복하지 않다. 행복이란 타고나는 것이 아닌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는 것처럼 행복에도 정답이 없다. 각자가 생각하고 느끼기 나름일 뿐.



나의 하루는 오늘도 평범하지만 행복하다. 나에게는 매일 선물처럼 소중한 24시간이 주어지고 단 하루도 똑같은 날이 없이 매 순간 소소한 추억이 가득하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특별한 주변을 바라보느라 내가 가진 평범함 속의 소중함을 놓치지 않아야겠다. 남들이 나에 대해 평범하다고 말해도 나는 여전히 나이고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다. 나는 평범해도 괜찮고, 평범해도 행복할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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