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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자리 / 한향
by
한향
Nov 9. 2022
물고기자리 / 한향
1.
엊저녁 별들이 앉았던 자리에
햇살이 옹기종기 놀고 있다
디딤돌과 디딤돌 항아리와 항아리
돌담
위에서 햇살이 졸고 있다
새앙쥐를 불러다 뛰던 자리
모란 백합 금낭화 국화를 바라보던
자리
곤줄박이 오목눈이 물까치와 눈
맟
추던
자리
낯을 닦고 발톱을 갈고 긴 하품에
실눈
깜빡이다
은하를 폴짝 뛰어 물고기지리에서
놀던
자리
감나무에 앉은 잿빛 직박구리 한
마리가
그들 빈자리를 물끄러미 내려다
보고
있다
2.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천왕
해왕
명왕 혜성 눈별 흑별
팔순 어머니가 매일 부르는 별
산골에 홀로 계신 어머니와 살고
있는
열하나 고양이 이름들
3.
말복이 지났으나 양평에는 생애
최대의 폭
우가 내렸
지
4.
아니겠지 아닐 거야
창밖을 연신 내다보는 어머니의
떨리는
입술에서
알 수 없는 신음이 새어 나왔다
몇 번이고 나지막이 별들의 이름을
불렀으나 거센 개울물 소리에 들리지
않았다
폭우는 별들의 기억을 지우고 바람은
별들의 추억을 쓸고
화성 목성 토성 해왕 명왕 눈별 흑별
보름 지나 그믐밤, 일곱 개의 별은
끝내
어머니 하늘에 보이지 않았다
5.
(은하에 물이 잔뜩 불었겠구나 오늘
밤엔 물고기랑 놀 수 없단다)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2.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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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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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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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르강에 그리운 사랑 있네
저자
시(視)와 시(時)를 시(詩)로 쓰다//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졸업/2004년 <현대시문학>으로 등단/시집 「아무르강에 그리운 사랑 있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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