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게 둥글게
몇 차례 새로운 디자인 컨펌 후 제일 처음 것이 선택된 경우
아주 사소한 문구를 굉장히 많이 수정 및 반복하는 경우
"화려하지만 심플하게요"처럼 조금은 곤란한 요구
클라이언트와 상사와 디자이너의 예쁨의 기준이 많이 다른 경우
의욕은 넘치는데 정확히 어떤 콘셉트를 원하는지 모르는 경우
분명히 요청한 대로 작업했는데 그런 적 없다고 하는 경우
모두가 자신의 시안이 제일 급하다며 시안 독촉을 하는 경우
확인에 확인을 거듭했는데도 오타나 실수가 발견되는 경우
이 외에도 많은 사건사고가 있었다. 뛰어난 디자이너에게
이러한 상황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만 말이다.
서툴렀지만 열정이 많았던 나는 때로는 의욕이 앞섰고
지쳤으며 심드렁 해지기도 했었다. 일종의 타협을 하기도
했었고 생각하는 선까지 도달하지 못하면 속상했다.
나는 동글동글하지 못했고 여유 있지 못했다.
어떤 단체생활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 있다.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 문제이다. 나 역시 그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고 많이 힘들었다. 좋은 동료로 인해서
즐거운 시간도 보낼 수 있었지만 불편한 누군가와의
소통 문제에 있어서, 일방적이거나 강압적인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에 있어서 나는 유연하지 못했고 결국 부러지고
말았다. 그런 순간을 맞이할 때 기억하면 좋은 것에 대해
생각하고 기록해 보았다.
맞서지 않고 물러설 줄 아는 것
힘을 빼고 듣는 귀를 키우는 것
나와 같을 수 없는 다른 사람임을 깨닫는 것
상대를 바꾸려 하지 말고 내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
섬세함은 좋지만 조금은 흘려보낼 줄 아는 것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창구를 만들어 놓는 것
지나고 나면 별 일 아닌 것이 많다는 사실을 아는 것
몰두할 수 있는 취미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많은 이가 인간관계에 대해 중요하게 말하는 부분이다.
당장 저 말들처럼 자신을 바꾸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다.
바꾸지 못해도 그 순간을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사람은 생김새가 모두 다른 것처럼
각자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
알아차림이라는 말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우연히 타라브랙
이라는 사람의 책을 읽으면서부터이다. 받아들임이라는
책과 자기 돌봄이라는 책 두 권을 읽었었다. 그의 책 속에는
RAIN 수행법이 나오는데 이것은 내 마음에 찾아온 다양한
감정이라는 손님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관한 내용이다.
잘랄루딘 루미의 시 <여인숙>이 예시로 나오기도 하였다.
우리 자신을 여인숙으로 일어나는 감정을 손님으로 표현한
시이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들을 그 순간 알아차리고
잠시 멈춘 뒤 나와 감정을 동일시하는 것에서 벗어나는 것
이 방법은 복잡하고 터질 것 같은 생각들 속에서 나를 쉬게
해주었다.
감정에는 다양성이 존재한다. 감정이 일어나는 것 자체를
부인하지 말고 그 감정 자체를 인정해 주는 것이 필요했다.
화가 나면 화가 나는 것을, 행복하면 행복한 것을, 마음이
들뜨면 들뜨는 것을 알아차림을 하고 나면 팽창되었던
감정의 폭발력이 줄고 안정된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문제는 나일수도 상대일 수도 모두일 수도 있을 것이다.
순간순간 요동치는 감정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늘 깨어있는
습관이 중요했다. 나는 여전히 중생의 삶을 살고 있고 문제의
해결 방법을 찾은 것도 아니다. 다만 이 것을 통해서 마음의
여유를 얻는 법을 배워나가고 있다.
인간은 여인숙이다
날마다 새로운 손님이 찾아온다
기쁨, 우울, 슬픔
그리고 찰나의 깨어있음이
예약 없이 찾아온다
그 모두를 환영하고 대접하라
비록 그들이 그대의 집을
거칠게 휩쓸어 아무것도 남기지 않더라도
손님 하나하나를 존중하라
그들이 그 방을 깨끗이 비워
새로운 기쁨을 맞아들이게 할 것이다
어두운 생각, 부끄러움, 후회
그들이 찾아오면 웃으며 맞으라
집 안으로 초대하라
누가 찾아오든 감사하라
모든 손님은 나를 안내하기 위한
먼 곳에서 온 분들이니
<사진출처: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