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탓에 미나리전이 당긴다.

by Henry

종일 겨울비가 내린다.

며칠째 겨울 속의 봄이라

겨울과 봄이 함께한다.


내리는 비는

도시의 민낯을 벗기고

속살 드러낸 도시를 보며

사람들은 우울해진다.


기온이 떨어진

이맘때는 폭설이 내려

세상의 추함을 덮고

순결함을 노래했는데

정신줄 놓은 계절은

이걸 깜빡하고 놓쳤다.


한낮 기온이 영상 10도를 웃돌아

12월이면 계절은 분명 겨울인데

기온은 3월의 봄이다.


온전한 정신으로 살기 힘들어 그럴까

그건 아닐 것이다.

올해만, 이번만

겨울이 잠시 길을 잃었을 것이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다.


겨울에는 눈이 내려야 한다.

시린 입김을 내뿜어도

하얀 눈이 내려야 한다.

잠 못 든 밤의 그리움이

하얀 눈 꽃송이로 내려야 한다.


오라는 눈은 오지 않고

겨울비가 내렸다.

포근해 봄날인 줄 착각한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

경칩을 마다하고

튀어나올 판이다.


세상이 혼란스럽다.

정상과 비정상이 뒤범벅되어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렸는지

분간조차 힘들다.


소시민은 원칙과 기준을 알고

그걸 지키면서 살아간다.

어길 만한 배짱이 없어서일까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라는 거창한 말은 아니다.

아는 것은 오직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사실

그뿐이다.



미나리전.jpg



봄이라 착각할 만한 날

겨울비 내리는 저녁에는

미나리전이 당긴다.


집에 가는 길에 슈퍼에 들러

미나리 한 단 사서

전을 부쳐야겠다.

막걸리도 한 통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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