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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Feb 06. 2024

이 나이에 내가 하리?

‘남성의 평균 수명은 58.7세, 여성은 65.8세’


동남아나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대한민국, 바로 우리의 이야기다. 상상이 가지 않는다고? 그야 당연하다. 1970년의 우리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1970년에 태어난 사람의 나이는 올해 54살이다. 이것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남성의 남은 수명은 겨우 5년 남짓이고, 여성은 12년 정도이다. 지금 생각하면 짧아도 너무 짧다.


2023년을 기준으로 하면, 한국 남성의 기대 수명은 약 80세, 여성은 약 86세이다. 1970년에 태어난 사람이 건강 관리만 잘하면, 남성은 앞으로 26년, 여성은 무려 32년을 더 살 것이다. 50년의 세월 동안 남녀 평균 수명이 30년 가까이 늘었다는 뜻이다.     

  

“이 나이에 내가 뭘 할 수 있나?”

“에고, 이제 힘들어서 할 수 있는 게 없어.”     


가끔 은퇴한 사람들은 만나면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그래 봐야 그들 나이가 60대 초반이 많다. 1970년, 그해의 수명을 기준으로 본다면, 이 말도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의학이 발달하고 생활 수준이 높아지는 바람에 평균 수명이 확 늘었다는 사실을 잊는 것 같다.      


“아, 이 나이에 내가 하리?”     


이 말을 기억한다면 40대 중후반이나 이미 50줄에 들어선 나이일 것이다. 개그맨 임하룡 씨가 1990년 전후에 만든 유행어다. 그때야 이 말이 먹혔는지 모르지만, 지금이라면 어림도 없다. 지금의 50대가 이런 말을 한다면 욕먹기 딱 좋다.      


영화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를 기억해 보자. 하기야 이 영화도 1985년에 1편이 나왔으니, 시간이 꽤 흘렀다. 이 영화에서 나온 것처럼 우리도 과거로 갔다가 다시 그때의 미래인 2024년으로 돌아온다고 상상해 보자.      


1970년생으로 올해 54살인 남성이 1970년으로 돌아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과연 이 사람을 보고 곧 노인이 될 것이고 기대할 수 있는 수명이 겨우 5년 채 남지 않았다고 누가 말할까? 모르긴 몰라도 그 사람을 1970년에서는 40대 중반 아니면 40대 초반으로 볼 가능성이 크다. 그때의 40대 초반이나 중반이면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할 일이 많은 나이다.      

 

이제 다시 현실로 돌아오자. 이렇게 따져보면, 지금의 50대 후반이나 60대가 얼마나 젊은 나이인지 정신이 번쩍 들지 않을까? 몇 년 있으면 사기업에서 은퇴를 준비해야 한다고 고심하는 1970년생 개띠들이 얼마나 살아갈 날이 많은지 생각해 봐야 한다. 하긴, 수명은 30년 가까이 늘었지만, 사회 제도가 그걸 못 받쳐주니 안타까운 현실이다. 아직 몸도 튼튼하고 머리도 영민한 은퇴자들을 받아주는 곳이 없으니, 그들만 탓할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정년을 한정 없이 연장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일자리는 모자라고 젊은이들을 위해 자리를 내줘야 한다. 게다가 인공지능이니 웹 3.0이니 하는 신기술은 점점 일자리를 줄이는 판이라 수명 연장을 늘 달갑게 생각할 수도 없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100세 시대의 딜레마이다.     

 

벌써 “이 나이에 내가 뭘 할 수 있을까”하는 자조 섞인 한탄만 하기에는 답답하지 않은가. “이 나이에 내가 하리?”라는 말은 좀 더 있다 해도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도전할 수 있는 뭔가를 찾아보자. 새로운 기술을 읽히는 일이든, 아니면 자격증에 도전하는 일이든 절대 늦지 않았다.

     

올해 처음 글을 쓴다. 그동안 너무 바빴다. 러시아어 공부를 시작했고, 책 출간을 위해 원고 교정을 하고 있다. 앞으로 2년에 걸쳐 두 개의 국가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다. 하나는 시험을 쳐야 하고, 또 하나는 학점은행제 수강을 통해 취득해야 한다.      


러시아어 공부, 참 어렵다. 그것도 나름대로 활용도를 마련하고 준비한다. 알파벳이나 자판 익히는 일은 쉽다. 발음, 그것도 자음이 몇 개나 겹치는 단어를 보면 주눅이 든다. 모음이 있으면 발음이 편할 텐데 단어 중간에 자음이 서너 개 연달아 나오면 이건 도대체 어떻게 발음해야 할까? 구잘의 인강을 열심히 듣지만, 어려워도 너무 어렵다!!      


딴다는 보장도 없는데, 그걸 해서 뭘 할 것인가? 글쎄? 분명 쓰임새는 있다. 그건 따고 나서 알아봐도 늦지 않을 것이다. 물론 용처가 없는 자격증이라면 처음부터 시작하지도 말아야 한다. 그건 알아봤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다만, 이제 시작인데 '떡 줄 사람은 생각도 하지 않는데, 혼자 김칫국을 벌컥벌컥 들이마시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따지고 보면, 이 모든 것이 희망 사항이다.

    

1970년생을 이야기한 건 내가 그렇다는 뜻이 아니다. 상징성이 강한 숫자라 예를 들었다. 도전하지 않으면 실패할 일은 없다. 당연히 성공할 일은 더욱더 없다. 어쨌든 도전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애꿎게 나이 탓을 하기에는 아직 모두가 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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