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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Feb 29. 2024

지금이라도 비트코인을 살까?



"비트코인? 에이 그거 실체가 없잖아요? 가격이 또 폭락할 텐데요"


브런치에 【암호화폐 살인 사건】을 연재하기 한참 전이다. 우연히 암호화폐와 비트코인 이야기가 나왔을 때 동료가 한 말이다. 그러면서 시간 아깝게 왜 글을 쓰냐고 핀잔을 줬다. 도대체 왜 사람들이 암호화폐에 투자하는지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렇게 말하는 그는 정작 비트코인의 실체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비트코인? 에이 그거 실체가 없잖아요? 가격이 또 폭락할 텐데요"


며칠 전 책을 출간한 후 동료를 다시 만났다. 자연스레 비트코인이 화두가 되었다. 그러자 동료는 그때와 같은 말을 반복했다. 정작 본인은 똑같은 말을 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 여전히 그는 비트코인의 실체를 모르면서 부정적인 말을 쏟아냈다.


그가 같은 말을 반복하는 몇 달 사이에 비트코인 가격이 많이 올랐다. 대부분 사람은 비트코인이 왜 탄생했는지, 그것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모른다. 아예 그걸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저 거품이다, 투기이다 하고 말로 싸잡아 비난하기에 바쁘다. 그 사이에 비트코인 시세가 폭등하자 부러움 반, 시새움 반으로 떨떠름하게 말한다.


만일 진짜 거품이라면 2022년의 폭락을 목격한 사람들이 왜 다시 비트코인을 살까? 그것이 궁금하다. 그래서 【암호화폐 살인 사건】을 출간했다.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한 나름의 자구책인 셈이다. 비트코인의 본질과 가격이 오를 것인가를 구분해서 봐야 하지 않을까. 실체를 이해하면 투자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기도 쉬워질 것이다.


"지금이라도 비트코인을 사야 할까요? 진짜 1억 원을 넘길까요?"


최근 주위 사람들이 내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온다. 참 대답하기 어렵다. 짐작이야 하지만, 내가 사라 마라 할 처지가 못 된다. 비트코인이 시사하는 바를 도외시하고 오직 돈벌이 대상으로 본다면 딱히 설명할 말이 많지 않다. 그것도 딱 부러지게 단언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남의 소중한 재산을 내가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에고, 그걸 어떻게 말로 설명하나요? 책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웃으면서 이렇게 답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책을 팔아볼 요량으로 그런 것은 아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얼마까지 오를 것인가를 전망하는 일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몇 가지 논리적 근거를 대면서 당분간 계속 오를 것이라고 말할 수는 있다. 그건 순전히 내 추측에 불과하고, 진짜 그렇게 된다고 누가 보장하겠는가.  


사람들은 비트코인의 혁명성을 모른다. 그것은 실체가 없고, 복잡한 컴퓨터 언어의 조합에 불과하다고 치부한다.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그걸 탓할 마음은 없다. 만일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싶다거나, 가격이 폭등하는 이유를 알고 싶다면 실체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미국 달러의 실체는 뭘까? 금본위제도를 폐기한 후 달러는 실물자산과 연계하지 않고 발행한다. 미국 정부가 보증한다는 것 말고는 달러 또한 숫자에 불과하다. 그것도 세계에서 가장 빚이 많은 나라의 부채이다. 이렇게 따지면 사람들이 크게 신뢰하는 달러도 오직 네트워크의 금융 계정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숫자의 조합이다. 


달러의 가치는 미국 정부의 신뢰와 보증, 그리고 국제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미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에 기반하고 있다. 미국 국력이 쇠퇴하고, 경제력이 쪼그라든다면 달러의 위상도 추락할 것이다. 달러의 지위를 보증하는 것은 실물이 아니고 오직 미국의 힘에 불과하다. 만에 하나 미국 경제가 추락한다면 달러가 휴지가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비트코인만 실체가 없다고 탓할 일은 아니다. 탈중앙화한 분산 금융 시스템이 비트코인을 보증한다. 비트코인은 분산 금융 시스템에 의해 지원되며, 특정 국가나 중앙 권력에 의존하지 않는다. 비트코인의 가치는 사용자의 신뢰, 수요와 공급,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커뮤니티의 규모에 의해 결정된다. 지금처럼 많은 사람이 찾고 이용한다면 비트코인이나 달러나 다를 바가 뭐가 있을까. 오히려 국가의 흥망에 몸을 의지하는 법정 통화와 달리, 사람들 사이의 네트워크로 보증되는 비트코인이 더 안전하다고 보는 것은 억측일까?


비트코인은 미래에 주류 금융 시스템의 일부가 된다거나 세계의 통화가 된다는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다. 그런데 또 누가 알까. 언젠가 국가의 힘이 약화되고 사람 사이의 유대가 강화되는 사회가 온다면, 인적 네트워크로 보장되는 비트코인이 더 각광을 받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 비트코인이 가진 가치를 너무 깎아내리지는 말자. 특히 투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그저 비난만 하지 말고 실체를 알아보자는 뜻이다.


오전 7시 40분 현재,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8,500만 원을 웃돌고 있다. 밤사이에 비트코인 가격이 폭등했다. 아침에 이 사실을 확인한 사람들은 깜짝 놀랄 것이다. 오늘도 학교에 가면 동료들이 내게 말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비트코인 사야 하나? 얼마까지 오를까?"

"아니야. 저건 분명 거품이고 사기 아니야? 이게 말이 돼?"


그러면 웃으면서 말할 것이다.


"책을 읽어 봐!"


실체를 알면 대화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지금이라도 비트코인을 살 것인지, 말 것인지 판단도 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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