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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Aug 09. 2024

지친다.

틈틈이 사회복지사 2급과 행정사 시험 준비를 한다. 사회복지사는 평생교육원의 온라인 수업을 듣는다. 1학기 7과목을 모두 수강하고, 2학기 7과목을 수강 중이다. 강의를 듣고 소감문 쓰고, 토론에 참여한다. 때가 되면 중간고사를 보고, 기말고사를 치른다. 성실함이 있으면 그리 자격증 취득이 어렵지 않다. 


그 자격증 취득하면 뭘 할 거냐고?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 소지자가 세고 널렸는데 무슨 도움이 될까? 그 말도 틀린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지레짐작으로 자격증을 취득하지 않는 것은 내 체질에 맞지 않는다. 일단 따고 나서 그 분야의 일거리를 찾아보자는 것이 내 생각이다. 첫술에 배부를 리는 없을 테니, 준비라도 해두는 것이다. 


올해 초부터 시간을 쪼개 행정사 시험도 함께 준비한다. 민법, 행정법, 행정학 개론이 1차 시험 과목이다. 1차는 객관식 문제라 책을 읽고 독학해도 무리가 없었다. 다행히 민법에서 80점을 획득한 덕분에 쉽게 합격했다. 법 과목을 한 번도 공부한 적이 없었던 나로서는 운이 좋은 셈이다. 민법은 생활 속의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에 한결 수월하지만, 행정법은 외워야 할 내용이 많았다. 4월에 있었던 1차 시험 막판에는 눈에 익히는 걸로 만족했다. 


10월에 있을 2차 시험은 모두 4과목이다. 민법(계약) 행정절차론(행정절차법 포함), 사무관리론(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행정 효율과 협업 촉진에 관한 규정 포함), 행정사실무법으로 1차보다 한 과목이 늘었다. 시험 문제가 논술형과 약술형으로 출제된다. 1차 시험처럼 눈으로 익혀서 볼 수 없다. 더구나 비전공자인 내가 독학으로 공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것이 너무 시건방진 생각이었음을 깨닫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대안으로 그 유명한 모 회사의 인강을 구입했다. 역시 전공자의 강의가 다르긴 하다. 어렴풋하게 파악한 논점을 명확하게 설명한다. 대충 어림짐작으로 버려야 할 것과 버리지 말 것을 선별하려 했다. 주관식은 그리 쉽지 않기 때문에 난감했다. 그런 나에게 그들의 단호한 말은 복음과 같다. 물론 강사들의 주장이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지만 무모하게 독학하려 했던 내게는 큰 힘이 된다. 그들이 중요도를 선별하기 위해 쏟은 시간이 돋보인다. 


지금은 방학이라 조금 여유가 있다. 개학하면 시간이 나지 않을 것이기에, 이때 2차에 집중해야 한다. 교재들을 눈으로 대충 건성으로 한번 읽었다. 웬 법 조항이 그리 많고, 용어도 난해한지 심란하다. 모르는 부분은 건너뛰고 대충 수박의 겉을 한 번 핥았다. 법을 전공한 사람들의 비상한 암기력에 내심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얼치기로 한 번 읽고 인터넷 강의를 들으니, 한결 이해가 잘 된다. 너무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 덕분에 들어야 할 VOD 파일이 너무 많다. 이것도 확 줄여 핵심 요약으로 해주면 좋겠다. 강의를 업으로 하는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지만, 수험생 마음이야 다들 비숫한 법이다. 인터넷 강의를 제대로 다 청취하려면 앞으로도 꽤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래도 의욕이 펄펄 넘쳐 힘차게 밀어붙였다. 


행정사가 뭐 하는 거냐고? 인터넷을 찾아보면 정보가 차고 넘친다. 그 자격증을 취득한다고 해서 뭔가 거창한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자격증이라 다 자기 하기 나름으로 소득이 달라진다. 공부하는 동안 몰입하고 집중할 수 있어 좋다. 또 몰랐던 분야의 지식을 익히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일주일에 2~3번은 달리고, 근력 운동도 빼먹지 않는다. 그래도 체력이 떨어진다. 30분에서 1시간 30분으로 늘어난 출근 시간도 만만치 않다. 밤에는 졸면서 운전하다 화들짝 놀라기 일쑤다. 어떤 사람은 나보다 더 긴 거리를 출퇴근하면서도 잘 견딘다. 그건 개인 차이라 누가 잘 났고, 못남의 문제는 아니다.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고 체력이 다르기 때문에 같을 일을 해도 피로감에 차이가 있다. 


갑자기 몸도 마음이 지쳤다. 몇 달 사이에 공부하는 것 말고도 일이 많았다. 가까운 이들이 두 분이나 하늘로 돌아가셨다. 그것 말고도 예기치 못한 갈등도 있었다. 몸과 마음이 시나브로 지치고, 나도 모르는 새 피로가 쌓였나 보다. 그걸 오롯이 혼자서 견뎌야 하는 것이 쉽지 않다. 늘 하던 공부도 심드렁하다. 책을 들어도 의욕이 솟지 않는다. 지금은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시간을 흘려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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