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파괴 양자의 세계.. 인류를 바꿀 양자컴퓨터

by Henry



야구공 주위를 도는 좁쌀의 비밀

2025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에 존 클라크, 미셸 H. 데보레, 존 M. 마르티니스가 선정됐다. 이들은 이론 수준에 머물던 양자역학 현상을 실험으로 증명했다. 양자역학이 거시 세계에서도 작동한다는 사실을 보임으로써 양자컴퓨터 개발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양자컴퓨터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양자컴퓨터 관련 주가도 들썩인다. 또 양자컴퓨터가 AI 알고리즘과 만나면 세상은 놀랄 만큼 바뀐다고 한다. 도대체 양자컴퓨터가 뭐길래? 그 비밀을 풀려면 먼저 아주 작은 세계로 들어가야 한다.


지구를 하나의 원으로 생각하자. 그 중심에 서울이 있고, 서울의 중심에 종로 1번지가 있다. 이제 종로 1번지 한가운데 야구공 하나를 놓고, 그 주위를 좁쌀 한 알이 빠르게 돌고 있다고 상상하자. 이것이 바로 원자의 모습이다. 야구공은 원자핵이고, 좁쌀은 전자다.


그런데 이 좁쌀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달이 지구를 도는 것처럼 규칙적이고 부드러운 궤도를 그리지 않는다. 좁쌀은 야구공 주위를 미친 듯이 빠른 속도로 불규칙하게 돈다. 어느 순간 동쪽에 있다가, 다음 순간 서쪽에 나타나고, 또 북쪽에 있다가 남쪽으로 순간 이동한다.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우리 눈에는 좁쌀은 동쪽에도 있고, 서쪽에도 있고, 북쪽에도 있고, 남쪽에도 있다.


이쯤 되면 머리가 복잡할 것이다. "말도 안 돼. 어떻게 한 물체가 동시에 여러 곳에 있을 수 있지?" 당연한 의문이다. 이런 일은 우리가 눈으로 보는 일상의 세계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원자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극미의 세계에서는 다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당신이 앉아 있는 책상 내부에서도,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 내부에서도, 지금 보고 있는 TV 내부에서도. 수많은 전자가 바로 지금 동시에 여러 곳에 존재하며 움직이고 있다.


"왜 그런가?" 물론 궁금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왜 그런지를 따지기보다, 물질이 작동하는 방식 그 자체로 받아들여야 한다. 마치 중력이 왜 존재하는지 묻기보다, 중력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듯이 말이다. 양자역학은 우리의 직관과 맞지 않는다. 이해하려면 할수록 헷갈린다. 하지만 지난 100년간 수많은 실험으로 검증된 확실한 현실이다.


양자, 그 이름에 담긴 의미

20세기 초, 양자물리학자들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전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부드럽고 연속적인 곡선을 그리며 돌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치 계단을 오르듯, 1층에서 2층으로, 2층에서 3층으로 뚝뚝 끊어져서 움직인다. 1.5층이나 2.3층 같은 중간 지점은 존재하지 않는다. 전자가 움직이는 방식은 연속적인 엘리베이터가 아니라 불연속적인 계단인 셈이다.


더 놀라운 것은 전자가 이 궤도들 사이를 순간 이동한다는 점이다. 1층에서 3층으로 올라갈 때 그 사이에 있는 2층을 지나가지 않는다. 그냥 1층에서 사라졌다가 3층에 나타난다. 때로는 3층에 있다가 갑자기 1층으로 내려오기도 한다. 이것이 물리학에서 말하는 '양자 도약'이다. 전자는 여기도 번쩍 저기도 번쩍, 불규칙하고 불연속적으로 움직이지만, 아무 곳이나 가는 것은 아니다. 정해진 궤도 값, 즉 정해진 반지름을 가진 지점만 돈다.


그렇다면 왜 '양자'라고 부를까? 양자(量子)의 한자를 풀어보면 '양으로 정해진 것'이라는 뜻이다. 전자가 야구공에서 10센티미터 떨어진 궤도를 돌 수 있고, 20센티미터 떨어진 궤도도 돌 수 있지만, 15센티미터 지점은 절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15센티미터 지점은 처음부터 궤도로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 15센티미터 지점은 궤도로 정해지지 않았느냐고? 그건 알 수 없고, 자연의 규칙이 그렇다. 이처럼 전자가 움직일 수 있는 이렇게 딱딱 정해진 값, 그것을 양자라고 부른다. 영어로 퀀텀이라고 하는데, 이 역시 라틴어로 '얼마만큼의 정해진 양'이라는 뜻이다.


양자컴퓨터의 혁명적 발상

이제 양자역학의 가장 신비로운 현상으로 들어간다. 당신이 전자라고 상상해 보자. 종로를 중심으로 일정한 거리에 있는 여러 도시를 매우 빠른 속도로 이동한다. 순간적으로 대구에 있다가, 광주에 있다가, 북경에 있다가, 도쿄에 있다가, 모스크바에도 있고, 뉴욕에도 있다.


너무나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사실상 당신은 모든 도시에 동시에 있는 것과 같다. 이것이 바로 물리학에서 말하는 '양자 중첩'이다. 전자는 관측하기 전까지 정말로 여러 곳에 동시에 존재한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당신이 원자 속 전자라면 이것이 당신의 현실이다.


이제 컴퓨터 이야기를 해보자. "지금 당신이 있는 대구에서 뉴욕에 있는 친구를 제일 빨리 만나는 방법을 찾아라"는 문제가 주어졌다고 가정하자. 일반 컴퓨터는 한 가지 경로씩 차례대로 시도한다. 먼저 대구에서 인천공항으로 가서 뉴욕 직항을 타는 경우를 계산한다. 16시간 넘게 걸린다. 그다음 대구에서 김포공항으로 가는 경우를 계산한다. 직항이 없어서 불가능하다. 또 대구에서 부산으로 가서 도쿄를 거쳐 뉴욕으로 가는 경우를 계산한다. 20시간 이상 걸린다.


이런 식으로 가능한 모든 경로를 하나씩 계산해서 가장 빠른 방법을 찾는다. 경로가 1,000가지면 1,000번 계산해야 한다. 이것이 일반 컴퓨터의 순차적 처리 방식이다. 매우 체계적이고 확실하지만, 경우의 수가 많아지면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걸린다.


양자컴퓨터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앞서 말했듯이, 양자 중첩 상태에서 당신은 대구에도 있고, 인천공항에도 있고, 뉴욕에도 있고, 부산에도 있고, 도쿄에도 있다. 모든 장소에 동시에 존재한다. 그렇다면 문제가 간단해진다. 대구에 있는 당신이 비행기를 타고 뉴욕으로 갈 필요가 없다. 이미 뉴욕에 있는 당신이 바로 친구를 만나면 된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양자컴퓨터는 모든 가능한 경로를 동시에 계산한다. 대구에 있는 당신, 인천공항에 있는 당신, 뉴욕에 있는 당신, 부산에 있는 당신, 도쿄에 있는 당신이 각자 동시에 계산을 수행한다. 1,000가지 경로를 1,000번에 걸쳐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1,000가지를 동시에 시도한다. 이 중에서 가장 빨리 뉴욕에 있는 친구에게 갈 수 있는 것은 바로 뉴욕에 있는 당신이다. 이것이 양자컴퓨터를 지금의 컴퓨터보다 수백만 배나 더 빠르게 만드는 핵심이다.


AI 알고리즘과 만나는 양자컴퓨터

여기서 더 흥미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양자컴퓨터가 인공지능과 만나면 어떻게 될까?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AI, 예를 들어 챗GPT 같은 대화형 AI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해야 한다. 수억 개의 문장을 읽고, 패턴을 찾고, 관계를 이해한다. 이 학습 과정이 몇 달씩 걸린다.


양자컴퓨터는 이 학습 시간을 극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지금 당신이 종로를 중심으로 여러 도시에 동시에 존재하듯, 양자컴퓨터 속 AI는 수억 개의 학습 경로를 동시에 시도한다. "이 문장은 이렇게 이해하면 어떨까?" "저렇게 해석하면?" "또 다른 방식으로는?" 모든 가능성을 동시에 탐색하고, 가장 좋은 이해 방식을 찾아낸다.


기후 변화 예측을 상상해 보자. 지구의 날씨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다. 대기의 흐름, 해류의 변화, 구름의 생성, 태양 복사, 이 모든 요소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일반 컴퓨터로는 일주일 후 날씨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자컴퓨터 기반 AI는 수천만 개 기후 변수를 동시에 계산한다. 대구에 있는 당신, 뉴욕에 있는 당신처럼, 모든 가능한 기후 시나리오를 동시에 시뮬레이션한다. 10년 후, 20년 후 지구의 기온이 어떻게 변할지, 어느 지역에 가뭄이 올지, 어디에 홍수가 날지 훨씬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예측을 바탕으로 미리 대비할 수 있다.


양자컴퓨터는 아직 실험실 단계에 있다. 극도로 낮은 온도에서만 작동하고, 오류가 많고, 비용도 천문학적이다. 하지만 100년 전 최초의 컴퓨터도 방 하나를 가득 채우는 거대한 기계였다. 지금은 주머니 속 스마트폰이 그때보다 수백만 배 빠르다.


양자의 세계는 우리의 세상과 다르다. 계단처럼 뚝뚝 끊어진 값만 존재하고, 한 물체가 동시에 여러 곳에 있을 수 있으며, 관측하는 순간 모든 것이 결정된다. 이상하고 비현실적으로 들리지만,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떠받치는 토대다. 당신이 지금 읽고 있는 이 화면, 당신의 눈, 당신의 생각까지도 모두 이 기묘한 규칙 위에서 작동한다.


양자컴퓨터는 이 이상한 규칙들을 영리하게 활용한다. 당신이 종로를 중심으로 전 세계 도시에 동시에 존재하다가, "뉴욕 친구 만나줘"라는 문제가 주어지는 순간, 이미 뉴욕에 있던 당신이 "저 여기 있어요!"라고 손드는 것과 같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시대의 문턱에 서 있다. 양자의 세계가 열어줄 미래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불가능해 보였던 문제들이 해결되고, 꿈처럼 여겨졌던 기술들이 현실이 될 것이다.


종로 한복판의 야구공과 좁쌀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인류의 미래를 바꾸는 혁명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 혁명의 중심에 양자컴퓨터와 AI와의 만남이 있다. 이 만남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미래가 이미 시작되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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