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이 휘면 거리가 늘어난다
오늘은 건강검진을 받는 날이다. 대장내시경을 받기 위해 설사약을 먹었다, 밤새 화장실을 들락거린 탓에 잠을 설쳤다. 잠자는 것을 포기하고 ‘사유의 중력’에 대한 비유를 더 확장해 본다.
중력이 지구보다 수십억 배 강한 별이 있다고 상상해 보자. 블랙홀 같은 천체 말이다. 이런 별 주위의 공간은 휘어진다. 흔히 쓰는 비유처럼, 얇은 고무판 위에 무거운 볼링공을 올려놓으면 고무판이 움푹 패이듯이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휘어짐의 정도가 우리가 사는 지구 주변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는 것이다.
지구에서 두 지점 사이의 거리가 1킬로미터라고 하자. 그런데 이 강한 중력을 가진 별 근처에서 같은 두 지점 사이를 측정하면 1.5킬로미터가 된다. 공간이 휘어져서 거리 자체가 늘어난 것이다. 마치 평평한 종이 위의 두 점 사이는 10센티미터인데, 그 종이를 구겨서 울퉁불퉁하게 만들면 같은 두 점을 따라가는 실제 거리가 15센티미터가 되는 것처럼.
속도가 같다면 시간이 늘어난다
여기서 흥미로운 질문이 생긴다. 빛은 우주 어디서나 일정한 속도로 달린다. 이것은 아인슈타인이 발견한 우주의 철칙이다. 그렇다면 지구에서 1킬로미터를 달리는 빛이, 이 별 근처에서는 1.5킬로미터를 달려야 한다.
도는 거리를 시간으로 나눈 값이다. 빛의 속도가 같아야 한다면, 거리가 50% 증가했을 때 무엇이 변해야 할까? 답은 하나뿐이다. 시간도 50% 증가해야 한다.
다시 말해, 블랙홀 근처에서는 시간 자체가 느려진다. 지구에서 1초일 때, 블랙홀 근처에서는 1.5초가 흐르는 것이다. 우리가 멀리서 블랙홀 근처를 관찰하면, 그곳의 모든 것이 슬로모션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시계도 느리게 가고, 사람도 느리게 움직이고, 빛조차 느리게 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작 그곳에 있는 사람은 아무것도 이상하다고 느끼지 못한다. 자신의 시계도 정상이고, 자신의 움직임도 정상이다. 시간이 느려진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시공간 자체가 변한 것이기 때문이다.
1시간이 1년이 되는 세계
여기서 놀라운 역설이 발생한다. 블랙홀 근처에 사는 우주인의 시계가 1시간 흐를 때, 지구의 시계는 1시간 50분이 흐른다. 우주인은 자신의 시계를 보며 "한 시간이 지났네"라고 생각하지만, 같은 순간 지구에서는 거의 두 시간이 지나간 것이다.
이 우주인이 블랙홀 근처에서 1년을 살고 지구로 돌아온다면 어떻게 될까? 그는 1년밖에 늙지 않았지만, 지구에서는 1년 반이 흘렀다. 그의 가족과 친구들은 그보다 6개월을 더 나이 먹었다. 만약 10년을 산다면? 지구에서는 15년이 흐른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주인공이 블랙홀 근처 행성에 잠깐 다녀온 사이, 우주선에 남아있던 동료가 20년을 늙어버린 장면을 기억하는가? 그것이 바로 이 시간 팽창의 극적인 예다.
사건의 지평선, 시간이 멈추는 곳
더 극단적으로 가보자. 만약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 바로 근처라면, 시간 팽창은 거의 무한대에 가까워진다. 그곳에 사는 사람을 멀리서 관찰하면, 그의 시간은 영원히 멈춘 것처럼 보인다.
우리가 알고 있는 물리 법칙이 적용되는 마지막 지점. 그곳에 과학자들은 '사건의 지평선'이라는 낭만적인 이름을 붙였다.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는 아무것도 볼 수 없다.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한다. 물리학이 끝나는 곳이다.
하지만 정작 그곳에 있는 사람의 입장은 정반대다. 그는 자신의 시계로 1시간을 살고 있을 뿐이다. 평범한 1시간이다. 차 한 잔 마시고, 책 몇 페이지 읽고, 창밖을 내다보는 그런 시간. 그런데 바로 그 1시간 동안, 지구에서는 수백 년, 수천 년, 아니,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시간이 흘러간다.
그가 창밖으로 지구를 바라본다면, 지구의 역사가 초고속으로 흘러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문명이 흥하고 망하고, 산이 깎이고, 바다가 마르는 모습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다.
이해하기 어렵다고? 당연하다
이해하기 어렵다고? 당연하다. 우리는 평생 지구라는 약한 중력 환경에서만 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논리는 명확하다. 공간이 휘면 거리가 늘어나고, 빛의 속도가 일정하다면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아인슈타인의 이 발견은 우주 탐사의 길을 열었다. 그는 중력이 빛마저 휘게 만든다는 것도 예측했고, 실제로 관측을 통해 증명되었다. 만약 우리가 이를 모른 채 별을 향해 우주선을 보냈다면? 빛이 휘어져 보이는 그 위치에는 아무것도 없고, 우주선은 연료를 채울 곳을 찾지 못해 영원한 미아가 되었을 것이다.
이것이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말하는 중력의 본질이다. 중력은 힘이 아니라 시공간의 휘어짐이다. 그리고 그 휘어진 시공간 속에서 시간은 각자 다른 속도로 흐른다. 우주 어딘가에서는 당신보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고, 또 어딘가에서는 빠르게 흐른다.
시간이라는 것은 절대적이지 않다. 당신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것이다. 당신이 블랙홀 근처에 1시간을 머물렀다가 돌아온다면 지구에는 당신이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다. 당신의 몇 대 후손이 살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