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님이시여, 높이 돋으사
아아, 멀리로 비치시라...”
먼길 떠난 님의
안전한 귀가를 기원하는
천 년도 더 전
정읍 여인의 망부가
그곳을 고향으로 둔
이에게서 받은
여인의 입술보다
더 빛깔 고운 복분자주
석류의 아득한 기억
포도주의 붉은 꿈
크리스털 잔에
두 세계보다 더 짙은
시간을 담았다.
첫 모금—
혀끝을 깨우는 달콤함
뒤를 잇는 쌉쌀함
색과 맛이 버무린
은유
내장산의 투명한 정기
정읍 땅의 온화한 기운
그 속에 응결된
남도의
해와 달
밤과 낮
쇼스타코비치의 왈츠처럼
이 세계와 저 세계 사이
어디쯤 머무는 몽환
마실 때마다
느끼는 천상의 맛
정읍의 공기와 흙이 빚은
천상으로 오를
이 설렘의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