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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Dec 23. 2022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과 가장 비쌀 그림

'모나리자'와 '살바토르 문디'의 경제학 1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과 비쌀 그림'으로 소제목을 정했다. 어째 이상하지 않은가? 가장 비싼 그림과 가장 비쌀 그림이라? 어법적으로 맞는지도 모르겠지만,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어 이대로 적었다. 하나는 가장 비싸게 팔린 그림 이야기고, 다른 하나는 만일 판다면 그렇게 될 그림 이야기다. 공교롭게도 둘 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린 그림들이다.       

                                       

모나리자(1503~1506 추정) 레오나르도 다 빈치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그림을 말하면 단연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를 꼽는다. 경매시장에 나온 적이 없어 현실적으로 값을 매길 수는 없다. 다만 보험료를 근거로 추정해 본다. 1962년 이 그림은 약 1억 달러로 평가되었다. 미술품 플랫폼인 Art in Context(artincontext.org)에서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2021년 기준으로 약 8억 6천만 달러(약 1조 6백억 원)가 될 것으로 추정한다. 이것도 오늘 환율을 적용해 원화로 계산하면 가격이 더 올랐을 것이다. 


천문학적 액수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다. 입이 떡 벌어지고 다물어질 줄 모른다. 그림 한 점 값이 우리나라의 웬만한 기업 시가 총액과 같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올해 7월 15일 기준 주식 시가총액이 1조 원 이상인 상장사는 232곳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56곳 줄었다. 여름 이후 경기가 더 나빠졌으니 1조 원 이상인 상장사의 숫자는 더 많이 줄었을 것이다. 그러니 1조 원이 넘는 '모나리자'의 값이 얼마나 비싼지 알 수 있다. 


살바도르 문디(1500) - 레오나르도 다 빈치


경매시장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그림은 구세주란 뜻의 '살바토르 문디(Salvator Mundi)'라는 작품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1500년에 그렸다. 이 작품은 2016년 뉴욕 크리스티의 경매에서 역사상 가장 비싼 가격으로 4억 5천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5,600억 원)에 팔렸다. 그것도 입찰 19분 만에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손에 낙찰되었다. 내 주머니가 빈약해서 그렇지, 세상에는 돈 많은 부자가 참 많다. 


'살바토르 문디’는 유화 그림으로 45x65cm의 작은 크기다. 이 그림은 미술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으로 팔렸다는 명성을 얻었다. 이 그림은 오랫동안 위작 논란에 시달렸다. 여전히 이것이 진짜 다 빈치가 그린 그림인지 아닌지 확신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사정이야 어찌 되었든,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진품이니까 그렇게 비싼 가격을 치렀다고 생각하자. 그러니 우리도 레오나르도의 작품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레오나르도는 생전에 자신이 인류의 문화에 얼마나 위대한 업적을 남겼는지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의 왕성한 지적 호기심과 천재성은 오늘날 21세기의 융합형 천재의 모델로 내세워도 손색이 없다. 레오나르도가 역사상 가장 비싸게 팔린 그림이 자기 작품이라는 걸 알면 어떤 기분일까? 어쩌면 그 자신도 그림값이 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지 궁금해할지도 모르겠다.   


예술품을 너무 돈으로 따지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사람이 사는 건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고 보면 돈이 중하긴 중하다. 사람이 예술품의 가치를 평가할 때 그 값을 기준으로 하는 건 어쩔 수 없다. 화가는 그림의 가치를 올리고, 시장은 그림의 값을 올린다. 일반인은 그림값을 보고 가치를 매기려 한다. 


세상일은 다 그런 게 아닐까. 글이든, 그림이든 먼저 제대로 된 가치를 담은 작품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난 후에는 시장의 평가를 잘 받아야 한다. 시장이 높이 평가하면 몸값은 올라가고, 다시 작품의 가치도 올라갈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기를 원한다. 그것도 실력을 갖췄을 때 이야기다. 이 대목에만 이르면 마음이 아픈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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