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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Dec 21. 2022

책과 야생(野生)의 삶

야생(野生)의 삶

영하 40도가 넘는 남극은

사람이 살기 힘들다.

날 것 그대로의 야생(野生)이다.     


아마존의 오지

파푸아뉴기니의 숲

사람이 살기가 쉽지 않다.   

문명으로부터 몇 발만 떨어져도

원시 그대로의 삶이 있다.    

  

사하라의 거친 사막을 가야만

야생이 있는 것은 아니다.

히말라야 높은 산자락 마을에 가야만

자연을 만나는 건 아니다.   

   

책 속에도 야생이 넘친다.

첫 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거친 광야에 내동댕이쳐진다.   

책을 읽는 일은 야생의 삶을 사는 것이다.

     

책은 온통 글자의 숲이다. 

웃자란 말과 단어들이 군락을 이룬다. 

글자와 언어의 숲은 깊다. 

자칫 방심하면 길을 잃기 쉽다. 

뜻을 놓치고 글의 먹잇감이 되기 십상이다. 

헤어나려면 몇 시간이고 수고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뜻은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고 사라진다.

문맥은 힘세고 날랜 야생 동물과 닮았다.

집중하지 않으면 저만치 사라진다.


도끼와 나침판

책 속에는 강이 흐른다.

강물 속으로 자맥질한다. 

햇빛에 은빛 비늘을 번쩍이는 물고기를 낚는다.   

   

책 속에는 숲이 있다.

바람 소리 일으키며 달리는 범을 본다.       

책 속에 설산이 있다.

높이 나는 독수리의 우아한 유영을 본다.      


프란츠 카프카는 말했다.

책은 도끼라고

그걸로 우리 내면의 꽁꽁 언 이성을 깨라고 말한다.      


나는 생각한다. 

책은 나침판이다.

야생의 숲을 안내하는 길라잡이다.     

 

도끼와 나침판만 있으면

어디든지 갈 수 있고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

더 지혜롭고

더 슬기롭게 살 수 있다.


굳이 먼 길 떠나지 않아도

책 속에서 만나는 자연도 아름답다.

늘 감탄하며 오늘도 야생의 숲으로 떠난다.

깊은 지식의 강에 자맥질한다.


햇빛에 번득이는

황금빛 지혜 한 조각을 찾는 날이면

참 행복하다.


빈약한 주머니 탓하지 않고

아프리카 초원 사파리나

히말라야 설산 트래킹을 못가도 좋다. 

책 한 권 읽어 그걸 대신한다.

그곳에도 사파리와 트래킹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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