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냅스 숫자는 변한다.
성인의 뇌에는 약 150조 이상의 시냅스가 있고, 이것들이 감각기관을 통해 입력된 뉴런의 정보를 전전두엽 피질로 전달한다. 시냅스는 나이에 따라 가짓수가 달라진다. 6세 전후 아이의 머릿속에는 일생에서 가장 많은 약 1,000조의 시냅스가 자리한다. 이때 아이들이 왕성한 호기심을 보이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어디서 배웠는지 어려운 단어도 척척 구사하고 말도 조리 있게 잘한다. 아이가 상상을 뛰어넘는 기발한 생각을 하는 것을 본 부모는 자기 아이가 영재가 아닌가 하는 행복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부모들이 귀찮아할 정도로 엉뚱한 말을 해대는 것도 이 시기다. 황당하기 이루 말할 데 없고, 때론 얼토당토않은 질문을 쏟아낸다. 반복적으로 성가신 질문을 들으면 대개 부모는 아이들을 나무란다.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공부나 하라며 화를 버럭 낸다. 아이의 머리는 알고 싶은 열망이 가득한데 여기에다 찬물을 확 끼얹는 꼴이다. 이때마다 아이의 머릿속 시냅스는 왕창 뽑혀 나간다. 마치 탈모가 심한 어른의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뭉텅뭉텅 뽑히는 것과 같다. 아이의 머릿속 시냅스가 대머리처럼 되는 걸 바라는 부모는 아무도 없다. 몰라서 면장을 못하는 형편이라 하지만, 아이의 장래로 봐서는 너무 안타깝다.
그렇다고 아이의 머릿속 시냅스가 성인의 몇 배나 많은 상태로 일생을 살 수 없다. 평생 5~6세 사이의 아이처럼 호기심으로 넘쳐난다면 머리가 얼마나 복잡하겠는가. 모르긴 몰라도 머리가 터져 버릴 것이다. 과일나무의 가지가 너무 많으면 과일이 제대로 영글지 못한다. 씨알 굵기가 형편없거나 당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농부는 과일나무의 가지를 줄이는 가지치기를 한다. 제대로 될 법한 가지를 키우고 좋은 과일을 수확하기 위해서다.
대략 6세가 넘어가면 아이의 머릿속에서도 서서히 시냅스의 가지치기를 준비한다. 조금씩 자기가 좋아하는 것과 잘할 수 있는 것을 찾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본격적인 가지치기가 진행된다. 이제 자신의 적성과 재능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시기가 된다. 이때가 아이의 두뇌 행로를 결정짓는 시기다. 부모님과 선생님의 섬세한 손길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
시냅스 가지치기를 잘해야 한다.
시냅스는 태아 때부터 형성되기 시작하여 출생 후 1~2년에 약 1,000조 개나 된다. 이 수는 일생 중 최고치로서 약 6~7세까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그러다가 사춘기가 되면 일시적으로 시냅스가 증가한 후 급속히 감소한다. 여러 갈래 길에서 자신이 갈 곳을 찾기 위해 시냅스의 가지치기를 시작한다. 자신의 진로나 방향이 어느 정도 모색되기 시작하는 사춘기 후반이 되면 시냅스는 점차 감소해 성인이 되면 150조 개가 된다.
과일나무에 가지치기를 하듯 사람의 뇌 시냅스도 가지치기를 해야 한다. 필요한 시냅스를 남기고 필요 없는 것들을 제거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잘 탐색하고 집중할 수 있다. 시냅스의 가지치기를 잘해야 두뇌가 집중력 있고 정교하게 발달하게 된다. 처음에는 최대한 많은 시냅스를 만들었다가 선택과 집중의 과정을 거치면서 시냅스를 점차 줄여가는 것이다.
특정한 영역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거나 더 많은 경험을 하게 되면 그 부분의 시냅스는 활발하게 활동하게 되지만, 관심이 없는 분야의 시냅스들은 연결이 끊어지고 사라진다. 자신이 목표로 하는 것을 달성하기 위해 공부하거나 경험을 통해 지식을 축적하게 되면 시냅스들은 단단히 연결되어 그 부분의 뇌가 발달하게 된다.
이처럼 아이의 뇌에서 다양한 능력이 다듬어지기까지 오랜 조정 과정을 거친다. 이 기간에 개인이 겪는 경험을 통해 두뇌 안의 특정 회로의 유지와 제거가 진행된다. 이렇게 형성된 뇌의 영구적 신경망을 통해 개인의 사고와 인식, 행동 방식이 결정된다. 시냅스가 제대로 가치를 치고 안착하면 머리가 좋아진다.
일단 시냅스를 제대로 정리하지 않거나 시냅스가 많이 사라지면 문제가 된다. 남아 있는 시냅스와 신경회로만으로 정보를 처리해야 한다. 더 성능 좋은 두뇌가 되기 위해서는 이미 사라진 시냅스를 되살리는 것이 좋은데 마땅한 방법이 없다. 컴퓨터는 성능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부품을 교체할 수 있지만, 인간의 두뇌는 사라진 시냅스를 다시 불러오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아이들의 뇌에서 풍성한 시냅스가 잘 자리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세심한 지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