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세의 나이에 처음으로 붓을 잡은 할머니 화가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다. 나이가 아주 많은 사람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일도 한둘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76세에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서 80세에 첫 개인전을 열었고 101세에 사망할 때까지 붓을 놓지 않았던 미국의 국민화가 모지스 할머니(Grandma Mosies)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그녀의 이름은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Anna Mary Roberston Mosies, 1860-1961)이지만 모두가 그녀를 모지스 할머니라 불렀다. 그녀는 1860년 한 이민자의 딸로 태어나 12살 때부터 남의 집의 식모살이를 했다. 26살 때 가정부로 일하던 집에서 만난 농장 일꾼인 남편과 결혼했다. 찢어지게 가난한 살림이라 그녀는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일했다. 감자를 키워 감자 칩을 만들어 팔고, 우유를 사다가 버터와 치즈를 만들어 팔았다.
그렇게 평생 주부로 살던 그녀는 남편과 자식 5명이 먼저 세상을 떠나자 뜨개질하며 노년의 외로움을 달랬다. 나이가 들면서 관절염이 심해져 뜨개질을 할 수 없게 됐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하릴없이 창밖만 바라볼 신세가 되었지만, 그녀는 76세의 늦은 나이에 붓을 들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단순하고 밝은 화풍으로 미국의 시골 풍경을 그렸다. 당시 미국은 급격한 산업화가 진행되었고, 사람들은 자본주의 체제의 냉혹함에 당황해했다. 더구나 1929년 발생한 대공황은 미국인의 마음을 얼어붙도록 했다. 이때 등장한 그녀의 미국 옛날 풍경 그림은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 그녀는 마을의 사계절과 남녀노소가 모여 치르는 마을 행사 같은 일상의 소소한 그림을 그렸다.
우연히 마을을 방문한 미술 수집상은 그녀의 그림을 보고 감동했다. 처음 본 할머니의 그림을 그 자리에서 몽땅 샀다. 그리고 그는 뉴욕의 유명한 미술기획가에게 그녀를 소개했고, 곧이어 '무명 화가 전시회'를 개최했다. 전시회는 대성공이었고, 그녀의 이름은 전 미국은 물론 유럽까지 알려졌다. 84세가 되자 그녀는 뉴욕에서 제일 유명한 사람 중 한 사람이 되었다.
그녀의 100번째 생일은 ‘모지스 할머니의 날’로 지정됐다. 미국인들은 모두 그녀의 생일을 축하했다. 101세의 나이로 사망했을 때는 수많은 국민들이 슬퍼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미국의 영혼이 사라졌다’며 추모하기도 했다. 모지스 할머니에 대한 미국인들의 존경과 사랑은 지금도 여전하다. 매년 크리스마스 카드와 연하장에서 그녀의 그림을 볼 수 있을 정도다.
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76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그녀는 80세에 첫 개인전을 열었다. 늦깎이가 아니라 모든 일을 중단할 나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그녀의 그림을 주변에서 관심 있게 생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저 시간을 보내고 소일하는 취미 생활로 간주했다. 그런 그녀가 미국의 국민화가로 추앙받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녀는 정규 미술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특정 유파에도 속하지 않는다. 그녀의 그림에는 유명 화가의 세련된 기교는 없지만, 소박하고 순수한 즐거움이 가득하다. 그림을 보는 사람의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준다.
“무엇인가를 진정으로 꿈꾸는 사람에겐 바로 지금이 가장 젊을 때죠. 뭔가 시작하기에 딱 좋은 때 말이에요. 무슨 일을 하든 너무 늦은 시간은 없고, 너무 늦은 깨달음이 있을 뿐이다.”라고 모지스 할머니가 말했다. 대단한 도전 정신이 아닐 수 없다. 그녀 앞에서 누가 감히 나이가 많아서 힘들다는 소리를 하겠는가.
독일 근대 철학의 아버지인 임마뉴엘 칸트는 64세에 『실천이상비판』을 탈고했다. 1008번이나 사업 제안을 거절당하고, 1009번째 KFC를 창업했을 때 할랜드 샌더스의 나이는 68세다. 괴테는 82살에 불멸의 소설 『파우스트』를 완성했고, 미켈란젤로는 89세 때 성 베드로 성당의 지붕 작업을 마쳤다.
어디 그뿐인가? 리튬이온 배터리를 발명한 94세의 존 구디너프 미국 텍사스 대학 교수는 97세가 되는 해인 2019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그리고 지금도 그는 이 분야의 특허를 출현하고 있다. 100세의 나이에도 이런 일을 해내다니 대단하지 않은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연금술』의 저자 파올로 코엘류의 말을 들어보자.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떠보니 이제 더 이상 당신이 원했던 것들을 할 시간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 시작하세요.” 나이가 들면 기력은 떨어진다. 아무리 뭔가 하고 싶어도 몸이 말을 듣지 않는 순간이 온다. 지금이라도 뭔가 시작해도 절대 늦지 않다.
두뇌의 활동에는 정년이 없다. 자기 하기 나름이다. 하버드 대학의 정신분석학자를 지낸 에릭 에릭슨(Erik Homburger Erikson)은 개인의 정체성과 자아의 발달은 젊은 시절에 완료되는 것이 아니라 일생을 통해 성장하고 발전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나이가 들수록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았다는 뜻이다. 아직 성장하고 발전해야 할 것들이 많으니까.
모지스 할머니는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나는 정년이 없다. 왜냐하면, 뇌에는 정년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