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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Oct 29. 2022

루저들의 통쾌한 반란

루이스 터먼의 실패한 영재 프로젝트

실패한 영재 프로젝트

"와 연예인인데 그렇게 IQ가 높아?"

"인물도 좋고 거기다가 머리까지 좋다고?"


얼굴이면 얼굴, 노래면 노래, 연기면 연기, 도대체 못하는 게 없다. 젊은 시절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도 울고 갈 정도로 꽃미남이다. 연기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어떤 역할이든 맡겨만 주면 현실보다 더 실감 나게 연기한다. 게다가 멘사(MENSA) 회원이라고? IQ 148 이상이 가입한다는 천재 그룹의 회원이라고 한다. 엄친아도 이런 엄친아가 없다.


사람들이 가장 놀라는 것은 그의 IQ가 높다는 사실이다. 그 좋은 머리로 S대 의대를 다니다가 그만두고 연기자의 길로 접어들었다. 엄마들은 한숨을 쉰다. 아이고 그냥 의사나 하지 뭐 하러 연기를 하나? 저러다 인기가 떨어지면 견디기 힘든 게 연예계라는 걸 모르나 보다. 하면서 혀를 차며 안타까워한다. 하지만, 과연 IQ가 사람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지능지수(IQ, intelligence Quotient)는 개인의 지능(지적인 능력)을 나타내는 수치이다. 지적인 능력의 일부를 측정하기 위해 만든 도구가 IQ 테스트다. 처음 IQ 테스트가 세상에 등장한 것은 머리 좋음을 판정하기 위함이 아니다. 프랑스의 심리학자인 알프레드 비네(Alfred Binet)와 시오드어 시몽(Théodore Simon)이 프랑스의 의무교육 대상 어린이 중 학습 부진아를 선별하는 임무를 맡았다. 학습 이해도가 떨어지는 아이를 선별해 학습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이들이 만든 지능 조사법이 지금 우리가 아는 IQ 테스트의 모체인 셈이다.


독일의 정신학자 윌리엄 슈테른(William Stern)은 비네와 시몽의 지능 조사법을 일반인의 지능까지 측정하도록 개량했다. 그는 이것을 IQ(Intelligenz-Quotient)를 측정하는 도구라 불렀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 심리학자인 루이스 터먼은 슈테른의 IQ 테스트 방법을 더 확장했다. 터먼은 원래의 질문지에다 몇 가지 측정 문제를 추가하고, IQ가 사람의 '일반 지능'을 판정하는 것으로 확장했다. 이때부터 IQ를 머리 좋은 사람의 지표로 맹신하게 됐다는 비판을 받는다.


터먼은 타고난 모든 사고력의 바탕이 되는 ‘일반 지능’이 존재한다고 믿었다. 그는 '일반 지능'은 태어날 때 한번 결정되면, 아무리 교육해도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지어 어떤 환경에서 자라도 IQ는 변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람의 일생을 예측하는 데 IQ 하나면 충분하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어릴 적 IQ 테스트의 상위 25%에서, 더 좁히면 상위 5퍼센트에서 모든 분야를 선도할 인재가 나온다는 것이다.


터먼은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미국 ·중학생 25   IQ 140 넘는 영재 1,500명을 선발했다. 그들의 학업성취도, 직업, 승진, 결혼에 이르기까지 인생의 전반을 기록하고 분석하였다. 자신이 선발한 영재들이 성공의 아이콘이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에 크게  미쳤다. 터먼이 선택한 아이  몇몇은 공무원이 되었으나 전국적으로 이름을 떨친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대부분 평범한 직업에 종사하고, 평균적인 삶을 살았다. 그가 선발한 아이   1명의 노벨상 수상자도 나오지 않았다. 터먼의 높은 기대치로   너무나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될성부른 떡잎들이 거목이 될 거라고 예상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처음부터 떡잎을 잘못 고른 탓도 있고, 떡잎을 선별하는 기준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다. 선발 당시에는 분명 지능이 높았는데, 노력이 부족해서 빛을 못 봤을 수도 있다. 반대로, 탈락한 아이 중에 세계적인 물리학자로 성장해 노벨상을 받은 사람이 두 명이나 나왔다.  


데이비드 롭슨은 『지능의 함정』에서, 터먼이 저지른 잘못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터먼은 암기, 어휘력, 공간 논리 사고력 등 몇 가지 추상적이고도 학구적 특징을 테스트에 집어넣었다고 비판한다. 이런 추상적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실제 생활에 쓰이는 지능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그런 지능은 존재하지 않는다.  


데이비드 롭슨은 IQ가 우수 학생 선발 기준이 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어느 분야든 IQ는 낮지만, 업무 성과가 높은 사람은 많다. 오히려 높은 IQ에도 업무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사람도 한둘이 아니다. 롭슨은 창의력과 지혜를 IQ 하나로만 판정하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라고 말한다. 지능에도 여러 종류가 있고 사람마다 잘하는 분야가 다르다. 각자가 지능이 높은 분야를 하나씩은 가지고 태어난다. 그것이 IQ 테스트의 문항에서 찾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루저들의 통쾌한 반란

어릴 적 존재가 희미하던 아이가 뛰어난 업적을 남기는 놀라는 일도 많이 벌어진다. 공부도 신통치 않고 특출한 재주도 없던 아이가 훌륭한 인물이 되는 경우도 많다. 일찍부터 똑똑하고 영리한 싹을 보이긴 하지만 그것이 성인이 될 때까지 유지되기 어렵다. 반대로 처음에는 싹이 보이지 않았지만, 성인이 되어 큰 나무로 자라는 예도 많다. 이런 경우를 생각해 보면, 머리가 좋다는 어릴 적 기준이 아이의 미래를 보장하는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터먼의 영재 프로젝트에 선발되지 않은 윌리엄 쇼클리는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1948 접합형 트랜지스터를 발명하는   공을 세웠다.  공로를 인정받아 1970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터먼은  다른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루이스 알바레스도 IQ 낮아 선발하지 않았다. 이들은 어릴 적에는 전혀 존재감이 없었다. 그런 이들이 나중에 세계적 발명을 하고, 인류의 발전에 크게 공헌했다. 루저(Loser)에서 위너(Winner)변신한 통쾌한 반란을 일으켰다.

     

스콧 배리 카우프만은 『불가능을 이겨낸 아이들』에서 이 문제를 잘 설명한다. "어린 시절에 신동이었던 많은 사람이 자기 재능과 무관하게 삶의 이후 단계에서 흐지부지하게 변해버리는 것도 어쩌면 강박적 열정 때문일지 모른다."라고 말한다. 모든 학생이 조화로운 열정을 가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아이가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도 놀라운 반전이 있다. 카우프만 자신도 학습 부진아에서 세계적인 인지과학자로 성장했다. 그는 어릴  중추청각처리장애를 앓았다. 귀도  들리고 말도 어눌해 학교 공부를 따라갈  없었다. 아이들로부터 놀림을 받은 왕따였다. 그런 그가 예일 대학교 인지심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 컬럼비아 대학교 교수가 됐다. 카우프만은 루저에서 위너로 탈바꿈한 희망의 증거이다. 자신의 경험이 담긴 말이라  가슴에 와닿는다.


'신의 '이라 불리는 존스 홉킨스 병원의 신경외과 과장  카슨은  어떤가? 그는 미국 디트로이트의 흑인 빈민가 출신으로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전교 꼴찌를 도맡아 했다. 그의 어머니는 고아 출신이라 학교에 다니지 못해 알파벳도 몰랐다. 그녀는 파출부로 일하면서 혼자 카슨과 그의 형을 훌륭하게 키웠다. 카슨은 예일대학교 심리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미시간대학 의과대학원을 졸업했다. 그리고 26세의 젊은 나이에 존스 홉킨스 병원의 신경외과 의사가 됐다.  얼마나 놀라운 반전인가.


어릴 적에는 머리가 나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자신의 노력으로 보란 듯이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한둘이 아니다. 어릴  루저가 위너로 성장한 통쾌한 반란의 이야기는 차고 넘친다. 우리는 머리가 좋다거나 나쁘다는 판정을 너무 쉽게 린다. 실제 아이들의 창의성과 잠재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단지 학교 성적이나 IQ 검사 결과로만 낙인찍는 잘못을 한다. 지금은 공부를 못해도 커서 얼마든지 세계적으로 훌륭한 사람이 많다.


과연 이들이 보여준 통쾌한 반란의 실체는 무얼까, 그것이 궁금해진다. 어릴 적에는 그저 그랬던 머리가 자라면서 좋아진 것일까? 영재 프로젝트에 통과하지 못했던 이들이 나중에 세계적인 천재가  이유가 뭘까? 전교 꼴찌를 도맡아 하던 아이가 신의 손이  이유와 중추청각처리장애를 가진 학습부진아가 세계적 인지과학자고 성장한 까닭도 궁금하다.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다행히  과학이 해답을 준다. IQ 측정문제가 있는 것도 맞다. 그렇지만 두뇌는 성장하면서 변한다는 설명이  설득력이 있다. 학습하고 경험하면  신경회로의 구조는 바뀐다.    없던 머리가  트인다. 뇌과학이 밝혀낸  가소성(plasticity) 원리다. 사람의 두뇌는 성장하기도 하고, 쇠퇴하기도 한다. 어떤 노력을 기울이면 뇌가 성장하는가? 그것이 궁금하다. 앞으로 이것을 차근차근하게 살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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