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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Oct 30. 2022

일머리와 공부 머리는 왜 다른가?

공부 머리와 일머리의 차이

"뭐? oo이가 사업을 해서 크게 성공했다고?"     

"응.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대박을 터트렸다고 해!!"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주고 맞는 이야기다. 이런 뒷말이 이어진다.      

     

"와~~ 세상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개 학교 다닐 때 지질했지 않았니?"     

"그러게 말이야, 공부도 썩 잘하는 건 아니었어. 자식, 장사 머리가 뛰어났나 봐!!"     

시샘과 부러움이 잔뜩 묻어나는 목소리다. 학교 다닐 때 나보다 공부도 못한 인간이 크게 성공하다니, 배가 살짝 아프기도 하다. 세상에 어째 이런 일이 일어날까? 인생 참 모를 일이다.           

     

학교 다닐 때 선생님들은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머리 좋다고 한다. 시험만 쳤다 하면 만점에다 늘 전교 1등이면 영재라 부른다. 모두 입이 닳도록 칭찬한다. 학교 다닐 동안 아이를 평가하는 방법은 학교 성적이다. 지능지수(IQ, intelligence Quotient)가 높은 아이들이 성적을 잘 받는다. 그래서 좋은 성적을 받는 흔히 IQ가 높다고 말한다. 대개는 그 말이 맞다.                

 

반면에 지능지수는 그리 높지 않은데도 좋은 성적을 받는 아이도 있다. 열심히 공부한 결과일 것이다. IQ 높은 낮든 열심히 공부하면 성적이 좋아진다.   IQ 비슷한 경우에는 노력의 차이가 성적 차이를 결정한다. 그러나 IQ 높고 낮음만이 100% 성적 차이를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특별히 지능지수가 높은 아이들이야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되지만, 대다수 아이의 성적 순서는 얼마든지 뒤바뀔  있다.      

     

사회생활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 두드러진다. 직장인의 지능지수는 업무나 사업 성취도와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는다. 학교 다닐 때 높은 지능지수로 늘 좋은 성적을 올리던 사람도 회사에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회사 생활에서는 지식의 양과 질만 가지고 일을 처리하지는 않는다. 상사와 동료와의 관계, 협력업체와의 관계 등 서로 협력해서 처리해야 일이 많다. 지능 검사나 학교 시험에서는 이런 능력을 측정하지 못한다.

              

우리는 '일머리' '공부 머리' 다르다는 말을 듣는다. 학창 시절에 공부 잘했다고, 반드시 사회에서 성공하고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럴까? 지능지수가 높고, 학교 성적이 높다는 것만 머리가 좋다고 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물론 그들도 머리가 우수한 것은 사실이다. 학교 다닐 때는 특출하지 않지만, 사회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도 머리가 좋은 사람이다.           

     

모든 사람은 최소 한 가지 이상 뛰어난 지능을 갖는다.

지능이 발현되는 장소는 각기 다르다. 수학과 과학 지능, 노래 부르는 지능, 글 쓰는 지능, 운동 지능, 그림 그리는 지능, 협상 지능, 사람을 설득하는 지능은 두뇌의 서로 다른 장소에 자리한다. 이들이 있는 곳의 뇌 신경회로가 발달하면 이쪽의 재능이 좋아진다. 이처럼 두뇌의 영역마다 수행하는 역할이 다르고, 그곳의 지능도 다르다. 따라서 IQ가 높다고 무조건 머리가 좋다고 하기에는 뭔가 모자란다. 그러면 다른 부분의 지능이 높은 사람은 무어라 말할 것인가?


이 점에서 미국, 하버드 대학교 교육대학원 인지 교육학 교수 하워드 가드너( Howard Earl Gardner)의 말을 들어보는 게 좋겠다. 가드너는 사람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언어 지능이나 논리 수학 지능만 갖춘다고 다 되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현실에서는 이 두 지능만 지나치게 강조하고 다른 지능을 등한시했다고 비판한다. 지능 검사가 논리수학 지능, 언어 지능, 공간 지능만 측정한다는 것이다. 가드너는 음악과 신체운동 지능, 인간 친화 지능 등은 아예 측정 대상이 안 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지능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실제 생활에서 부딪치는 다양한 상황과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하는 능력이다. 이런 능력을 제대로 측정하려면 지능의 여러 측면을 봐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드너는 다중지능 이론을 제안한다. 그는 지능을 '한 문화권 혹은 여러 문화권에서 가치 있게 인정되는 문제를 해결하고 산물을 창조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인간에게는 논리수학 지능, 언어 지능, 공간 지능 외에도 음악 지능, 신체 운동 지능을 포함해 모두 9개의 다양한 지능을 제안했다.


가드너는 9개의 지능이 상호 독립적이라고 가정한다. 동시에 특정 영역에서 여러 개의 지능이 상호 작용한다고 말한다. 노래도 잘하고, 그림도 잘 그리는 사람이 여기에 해당한다. 사람은 누구나 개인차가 있기는 하지만 9개의 지능을 모두 소유한다. 전지전능한 신이 아닌 다음에야 9개 지능이 다 우수한 사람은 없다. 거꾸로 말하면, 어떤 사람이라도 9개 지능 한가운데 적어도 하나는 우수한 영역이 있다. 이것을 일찍 발굴하고 키우면 사람은 얼마든지 훌륭한 인재로 성장한다.


레이드 블루머와 얼리 블루머

문제는 그것을 일찍 발굴할 방법이 마뜩잖다는 데 있다. 어릴 적 재능이 전혀 드러나지 않거나 아예 눈에 띄지 않는 경우도 많다. 세계적 경제 전문지〈포브스〉의 출판 발행인이자 미래학자인 리치 칼가아드(Rich Karlgaard)가 그의 저서 『레이트 블루머(Late Bloomers)』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 어떤 사람은 기대보다 늦게 자기 능력을 발휘한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재능을 가졌다. 그것이 조기에 발견되지 않았을 뿐이다.


레이트 블루머들은 신기하게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늦게라도 재능을 꽃피운다. 이들은 부모나 사회의 기대를 충족시키려고 기를 쓰지 않는다. 그러니 잘못된 길로 들어서 스스로 무너지지도,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 같은 것에 시달리지도 않는다. 레이트 블루머는 자기 일정대로 주어진 최고의 운명을 찾아낸다. 꽃 피울 사람은 늦게라도 꽃을 피운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기다리지 못하는 데 있다. 많은 아이가 영재 교육에 내몰리고, 조기 교육에 심한 압박감을 받는다. 학교 다닐 때 성적이 좋아야 하고, 명문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다. 대학을 졸업해서 대기업에 취업해서 출세하는 것이 꿈이다. 그러다가 벤처 기업을 창업해서 대박을 터뜨리면 그야말로 성공의 아이콘이 되는 셈이다. 이러한 얼리 블루머(Early Bloomers) 현상은 늦게 피는 꽃의 싹을 잘라버릴 위험성이 높다.


사람마다 두뇌가 발달하는 영역이 다르듯이, 두뇌의 발달 속도에도 차이가 있다. 우리 두뇌에서 감정, 공포, 기억을 담당하는 부위를 변연계(limbic system)라 부른다. 변연계는 사춘기가 되면 얼추 완성된다. 변연계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종합적 사유의 뇌인 전전두엽(앞이마 뇌)은 20세에서 25세가 되어야 성숙한다. 말하자면, 전전두엽이 변연계를 통제하지 못하는 질풍노도의 시기가 사춘기다.


변연계와 전전두엽은 발달 속도가 르다. 게다가 개인 간에도 변연계와 전전두엽의 발달 속도가 다르다. 어떤 사람은 변연계가 다른 사람보다  일찍 발달해 사춘기가 일찍 시작된다.  어떤 사람은 전전두엽이  늦게 성숙한다. 20 중반을 지나 겨우 철이 든다. 이런 차이는 재능이 꽃피우는 시기를 다르게 만든다. 이런 아이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격려하며 기다려야 한다.    


18세에서 25세 사이의 대다수 젊은이는 책임 있는 판단을 할 수 없다고 칼가아드는 지적한다. 중요한 일에 집중하기 힘들고, 자기감정을 관리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종합적 사유 능력을 관리하는 전전두엽이 아직 미성숙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 벌써 전전두엽이 완성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자기 앞가림을 잘 해낸다. 이들은 성숙한 의식과 강한 정의감으로 불타오른다. 역사의 격변기마다 분연히 일어선 것도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다. 


시대가 변하고 교육환경이 바뀌었다. 스마트폰과 각종 미디어가 아이들의 전전두엽 발전을 방해한다. 전전두엽의 발달이 과거에 비해 늦어진다. 칼카아드는 이 점을 말한 것이다. 바로 이 시기에 한 사람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험, 학교 성적, 취업 면접 등이 다 이뤄진다. 늦게 꽃 피울 아이들은 얼마나 억울한가. 사실 초등학교 입학하면서부터 시험으로 평가한다는 게 더욱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천재가 될 수 있는 아이도 스스로 낙인찍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다. 


전전두엽을 빨리 성숙하게끔 교육하는 것도 좋다. 스마트폰이나 각종 전자기기보다 아날로그 감성을 습득하는 환경을 만든 것도 좋다. 종이책을 읽고 손으로 글씨를 쓰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인간의 모든 동작은 뇌로 연결된다. 디지털 기술은 편리하지만 전전두엽이 성숙하지 않은 아이에게는 방해가 될 수 있다. 두뇌가 완전히 자랄 때까지 만이라도 아날로그 감성과 함께하도록 해주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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