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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Nov 23. 2022

빛의 소나타, 빛은 색채의 고향이다.

빛의 소나타 2

우리가 보는 빛은 가시광선이다.

빛의 소나타 두 번째 이야기다. 색채가 어디서 나왔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빛의 스펙트럼을 이해해야 한다. 브런치 글로서는 재미없고 딱딱한 내용이다. 색은 아름답고 화려하지만, 색의 본질을 아는 건 녹록하지 않다. 딱딱하고 지루하지만, 알아서 나쁠 게 없다는 것으로 위안으로 삼자.


빛은 자기적 성질과 전기적 성질을 갖는 전자기파(電磁氣波)다. 전자기파? 말만 들어도 골치가 지끈거린다. 전자기파의 성질을 알면 좋지만, 몰라도 지장은 없다. 지적 호기심이 충만한 사람한테 해당하는 이야기다. 우리는 자동차 엔진의 내부 구조를 모르지만, 자동차를 잘 타고 다닌다. 마찬가지로, 빛에서 색깔이 어떻게 나오는지만 알고, 색채를 즐기면 된다.


태양 빛은 생명의 근원인 에너지를 공급한다. 동시에 빛은 온 세상에 아름다운 색채를 뿌린다. 빛이 없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볼 수 없다. 깊은 암흑 속에서 살아야 한다. 빛이 없다면 애초부터 생명체가 존재할 수 없다. 식물은 광합성을 하지 못하고, 동물은 에너지를 얻지 못하다. 빛이 없는 세상은 절대의 어둠과 모든 것의 종말이다.      


빛이 있다고 해도, 물체나 공간이 빛을 모두 흡수하면 검정만 남는다. 빛조차 탈출하지 못하는 블랙홀은 순수한 검정이다. 빛의 앞길을 방해하지 못하는 우주 공간에서도 빛은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다. 빛은 그 자체로서는 그저 빛일 뿐이다. 먼지든, 공기든, 입자든 무언가에 부딪히지 않는다면 백색의 광선이다.

    

빛은 아무것도 방해하지 않는 진공 상태에서는 빠르게 전파된다. 칠흑 같은 우주 공간에서는 한 줄기의 빛이 눈앞을 스쳐 지나도 빛을 볼 수 없다. 구름 사이로 비치는 빛의 소나기는 빛이 지나는 경로에 있는 먼지나 미세한 물방울의 흔적이다. 공기나 먼지 같은 미세 입자에 빛이 닿으면 빛은 존재를 드러낸다. 빛을 흩어지게 만드는 무언가가 없다면 빛이 눈앞을 스쳐 지나가도 아무도 알아차릴 수 없다.     


우리가 말하는 빛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빛에는 파장이 다른 여러 종류의 빛이 있다. 파장이 가장 짧은 감마선에서 파장이 가장 긴 극저주파까지 모두 빛이다. 그 중간에는 엑스선, 자외선 가시광선, 적외선, 마이크로파, TV파, 라디오파가 있다. 이 하나하나가 빛이고, 이들은 의학에서부터 통신 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한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여러 종류의 빛은 생활 속에 스며들었다.      


하얗게 보이는 태양 빛을 우리는 ‘백색광’이라 부른다. 사실 보기에는 투명하게 보여도 태양 빛은 다양한 색깔의 빛을 포함한 색의 덩어리다. 우리가 보는 색깔도 빛의 덩어리에서 나온다. 태양 빛의 덩어리에는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빨주노초파남보’의 무지개색을 품은 빛이다. 이를 우리는 눈으로 볼 수 있다 해서 가시광선(可視光線)이라 부른다. 이 가시광선뿐만 아니라 자외선과 적외선도 빛이면서 모두 태양 빛 속에 있다.


    

출처: www.agilent.com/cs/library/slidepresentation/public/5991-6594_Agilent_Spectroscopy_Theory_KO.pdf


빛은 다양한 파장, 즉 길이를 가지고, 그 길이의 길고 짧음으로 각기 다른 이름과 힘을 갖는다. 이 가운데 380~760nm의 파장을 가진 빛을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다 해서 가시광선이라 이름 붙였다. 우리 눈이 볼 수 있는 파장의 영역이 여기까지다. 이 파장보다 길거나 혹은 짧으면 우리 눈은 보지 못한다. 일상에서 우리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가시광선뿐이다.      


가시광선은 빛의 작은 한 부분이다. 가시광선 빨강의 파장 경계선인 760nm 이상의 전자기파는 적외선, 마이크로파, 전파(라디오파)의 순서로 파장이 길어진다. 적외선은 야간 관측용 장비에 사용되고, 마이크로파는 물 분자를 진동이나 회전 운동을 하게 만들어 물을 데운다. 전자레인지는 마이크로파의 기능을 활용해서 수분을 가열하고 음식을 데운다. 그리고 전자기파 가운데서 가장 파장이 긴 전파(라디오파)는 휴대전화 등의 통신 장비에 주로 쓰인다.     


보라색 경계인 380nm보다 파장이 짧은 전자기파로는 자외선, X선, 감마선이 있다. 이들은 원자 속의 전자를 튕겨 날아가게 함으로써 분자의 화학 결합을 파괴한다. 이들이 세포 안의 DNA에 닿으면, DNA 분자 속에 있는 전자를 튕겨 나가게 하여 DNA의 결합이 끊어지는 등 DNA에 상처가 생긴다. 이처럼 자외선, X-Ray, 감마선은 DNA에 상처를 주기 때문에 인체에 사용할 때 주의해야 한다.     


왜 가시광선 파장대의 빛만 눈에 보이느냐고? 진화 과정에서 터득한 정보다. 이 파장대의 빛만 가지고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 그 너머까지 알려면 무척 힘이 든다. 에너지가 너무 많이 필요하고, 그걸 지탱하려면 얼마나 많은 식량을 구해야 할까? 그 옛날에 마이크로파나 라디오파를 알았다고 해서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걸 알아봤자 이득이 없었다.      


가시광선은 서로 다른 색깔을 품고 있다.

가시광선의 파장은 보라색 빛에서 붉은색의 빛까지 품고 있다. 가시광선 안에서도 파장이 쪼개지고, 쪼개지는 만큼 빛의 색깔도 다르다. 가시광선을 더 잘게 쪼개면 더 미세한 색깔이 나온다. 보통 사람은 가시광선의 색깔을 백만 개의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이 말은 가시광선의 파장을 백만 개로 구분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이한 경우 이 파장대의 색을 1억 개까지 구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이런 사람은 가시광선을 1억 개의 각기 다른 파장으로 볼 수 있다.      


아침에 일찍 눈을 뜨면 아직 해가 나지 않아 어둠이 반긴다. 눈은 어둠에 적응하느라 잠시 머뭇거린다. 어둠이 눈에 들어오면 침대에서 내려와 가볍게 체조하고 하루를 시작한다. 이윽고 해가 솟으면 집안의 모든 것들은 제각각의 색으로 깨어난다. 어둠에서 밝음으로 그리고 색채가 우리 눈으로 들어온다.


이처럼 우리는 매일, 매시간 빛과 색채를 만나고 그들과 함께 생활한다. 빛이 없다면 밝음과 어둠이 없고 색채도 없다. 또 빛이 있다고 해도 색채가 없으면 우리는 오직 투명한 눈부신 세상만 볼 것이다. 이처럼 빛과 색채는 우리가 세상을 세상답게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고마운 존재다.   

  

사진 출처 : https://uple.net/1578


앞에서 말했듯이, 우리 눈은 파장의 길이가 380nm(나노미터)~760nm(나노미터)인 가시광선인 빛만 볼 수 있다.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짧은 빛에는 순서대로 자외선, X선, 감마선이 있다.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긴 빛에는 순서대로 적외선, 초단파, 라디오파가 있다. 1 나노미터는 10억 분의 1m이고, 100만 분의 1mm이다. 빛의 파장이 얼마나 짧은지 짐작할 수 있다.


이번에는 가시광선 내부에 있는 빛을 들여다보자. 기준은 역시 파장의 길이다. 파장이 380~450nm의 빛은 보라색이고, 450~495nm의 빛은 파랑이다. 495~570nm의 빛은 초록이다. 밝은 색의 파장은 상대적으로 길다. 노랑은 570~590nm 파장의 빛이고, 주황은 590~620nm 파장의 빛이다. 마지막으로 빨강은 620~780nm의 파장을 갖는 빛이다. 이처럼 가시광선에도 서로 다른 파장을 가진 빛들이 있고, 이들 각각이 서로 다른 크기의 물체와 부딪히면 본색을 드러낸다.

    

<키스> 구스타프 클림프


만일 가시광선 속에 존재하는 빛들의 파장이 같으면 하나의 색깔만 존재한다. 그렇게 되면 지금처럼 아름다운 색깔을 볼 없을 것이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의 황금색과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의 노란색도 빛이 있기에 아름다운 색채로 빛난다. 태초에 빛이 없었다면 색채도 없었다. 세상은 그저 깊은 어둠의 공간일 뿐이다. 빛이 비치지 않은 우주 공간이 깊은 어둠 속에서 침묵하듯이 지구도 그런 어둠의 별이 되었을 것이다. 말하자면, 빛은 색채의 고향이며 색채의 어머니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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