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소나타 6
『냉정과 열정 사이』
'냉정과 열정 사이'라는 표현은 일본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따왔다. 일본의 여류 소설가 에쿠니 가오리(江國香織)는 여자 주인공 아오이의 이야기를 담은 『냉정과 열정 사이(Ross)를 썼다. 일본의 소설가이자 영화감독인 츠지 히토나리(辻仁成)는 남자 주인공 준세이의 이야기를 담은 『냉정과 열정 사이(Blu)』를 썼다. 이들 남녀 소설가 한 회씩 번갈아 2년간 잡지에 연재한 이야기를 묶은 소설이『냉정과 열정 사이』다.
아가타 준세이는 대학을 졸업하고 고미술 복원가 되기 위해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공부한다. 그곳에 사는 일본인 여자 친구 메미의 열렬한 사랑을 받는다. 그의 마음은 늘 공허하다. 학창 시절, 홍콩에서 유학 온 연인 아오이를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준세이는 아오이가 밀라노의 보석 가게에서 일한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는 밀라노에 있는 아오이를 찾아간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부유한 미국계 사업가와 살고 있다.
준세이의 머릿속에는 아이오의 30번째 생일날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만나자던 10년 전의 약속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10년이 흘렀다. 준세이는 피렌체의 두오모의 큐폴라에 올라간다. 설마 그녀가 오리라는 기대 하지 않았다. 그곳에서 그는 약속을 기억하고 찾아온 아오이를 만난다. 그들은 그동안 마음속에 냉정으로 꼭꼭 숨겨두었던 열정을 확인한다.
태양과 지구 사이의 냉정과 열정
소설 이야기는 간단히 소개만 하고, 이제 태양과 지구의 '냉정과 열정 사이'의 이야기를 하자. 햇빛은 지구의 생명체에게는 축복이다. 빛은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진리이자 광명이다. 태양계의 모든 행성이 이 같은 축복을 받은 건 아니다. 지구보다 가까운 수성과 금성에 태양은 모든 것을 태우는 불덩이다. 반면,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순으로 지구에서 멀어질수록 온도는 -100°C로 곤두박질친다.
태양에 가장 가까운 수성 표면의 평균 온도는 약 섭씨 179°C이고, 온도 차이는 -183°C의 혹한에서 427°C의 열 폭풍으로 변한다. 어떤 생명체라도 살기 힘든 환경이다. 금성의 표면 온도는 무려 470°C까지 올라간다. 이산화탄소의 두꺼운 대기가 온실효과를 발휘하는 금성은 태양보다 더 가까운 수성보다 더 뜨겁다. 지구보다 태양에 가까운 별들은 아무도 살지 않는 불바다의 별이다.
지구보다 태양과의 거리 먼 화성의 평균 온도는 -80°C, 목성과 토성의 평균 온도는 각각 약 -148°C와 -176°C로 춥다. 태양에서 더 멀어진 천왕성, 해왕성의 평균 온도는 각각 -215°C, -214°C로 떨어진다.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죽음의 동토가 된다. 이런 혹한의 땅에서 살 수 있는 생명체는 없다. 이처럼 지구보다 태양에서 멀어질수록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는다.
지구의 평균 온도는 16.85°C로 생명체가 살기 딱 좋은 온도다. 지구와 태양의 거리가 지금보다 더 가까우면 땅은 온통 불바다다. 지구가 태양보다 지금보다 멀어지면 어떤 생명체도 살아남을 수 없는 혹한의 추위가 지구를 덮는다. 이 얼마나 오묘한 조화이며 기막힌 우연인가. 지구와 태양의 거리는 너무 멀지도 않고, 너무 가깝지도 않다. 냉정과 열정 중간쯤에서 딱 멈춘 지구의 행운이 우리의 삶을 가능케 했다.
지구를 뺀 행성들의 온도는 지구보다 100°C 이상 높거나 낮다. 지구 온난화로 지구의 평균 온도가 단지 1°C만 차이가 나도 세상은 난리가 난다. 게다가 약 2만 6500년~1만 9000년 전 지구의 마지막 빙하기 평균 기온이 놀랍게도 7.8°C였다. 지구 평균 온도가 10°C가 내려갔다고 지구 생명체의 대혼란이 일어난 것이다. 많은 생명이 멸종하고 추위에 적응한 생명체만 겨우 살아남았다. 그러니 다른 행성의 온도가 얼마나 견디기 힘든지 짐작이 간다.
지구가 한 발짝만 태양 곁으로 가거나 태양에서 멀어졌다면 어떻게 됐을까? 지구에는 물 한 방도 없고, 생명체가 탄생할 수 없는 땅이 됐을 것이다. 생명체의 탄생에 필요한 물, 공기, 적당한 햇빛 가운데 어느 하나도 갖출 수 없었다. 그랬다면 지금 지구는 태양계의 다른 별들처럼 그저 고요한 죽음의 별이 되었을 것이다. 지구가 아름다운 파란 별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태양과 지구의 거리가 냉정과 열정 사이의 중간쯤이기 때문이다.
태양, 마음씨 좋은 키다리 아저씨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태양 빛에 의지해서 살아간다. 식물의 광합성도 아름다운 색채도 햇빛의 작품이다. 우리는 지구에 내리쬐는 따스한 태양 빛이 얼마나 고마운지 잘 안다. 지구가 지금처럼 아름다운 파란색 별이 된 것도 햇빛 덕분이다. 우리는 지금도 단 한 푼의 돈도 내지 않고 햇빛을 사용하고 있다. 태양은 우리에게 소중한 빛을 아낌없이 주는 마음씨 좋은 키다리 아저씨다.
이스라엘의 세계적인 지성인이자 역사학자인 유발 하라리 교수가 『사피엔스』에서 한 말을 들어보자. 지구의 화석연료 전체에 저장된 에너지의 총량은 태양이 매일 공짜로 보내주는 에너지에 비하면 무시할 만한 정도다. 태양에너지 중 지구에 도달하는 것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데도 그 에너지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인간의 모든 활동과 산업에서 매년 소비하는 에너지는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90분간 받는 에너지의 양에 불과하다. 우리는 그 많은 햇빛 에너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 혁명 이후 인류는 줄곧 화석 연료를 사용해 왔다. 덕분에 산업화에 성공하고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일궜다. 반면에, 화석 연료의 사용은 갖가지 환경 문제를 일으켰다. 대기 오염과 산성비, 석유 유출 사고로 인한 환경 훼손에서부터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변을 일으키고 있다. 석탄과 석유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에 두꺼운 층을 형성했다. 그 결과 오존층이 파괴되고, 피부에 해로운 자외선 농도가 높아졌다. 해마다 세계 곳곳에서 홍수와 가뭄, 폭설 등 자연재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도 화석 연료의 남용 탓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인류의 화석 연료 소비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선진국에서는 석탄의 소비는 줄었지만, 석유와 가스의 소비는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소비량은 해마다 4~8%씩 증가하고 있고, 이 추세는 당분간 변하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의 세계인들이 사용하는 양을 기준으로 계산해 볼 때, 석유는 앞으로 40~50년 사이면 모두 고갈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렇게 되면 상상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것이다. 석유 에너지 의존도가 60%를 넘는 대한민국은 재앙을 만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서 세계 각국은 햇빛 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태양 에너지는 인류의 지속적 발전에 필요한 훌륭한 동력원이 될 것이다. 햇빛 에너지는 화석 연료의 환경 파괴적인 성장을 대체하는 친환경적 성장을 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태양의 지혜를 배우자.
또 한 편으로는 태양의 핵융합 반응을 지구에서 실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금의 핵폭탄이 채택한 핵분열은 많은 에너지와 함께 생명체에 해로운 방사능을 유출한다. 원자력 발전이 화석 연료보다 지구 환경을 덜 파괴하지만, 방사능이 유출되었을 때의 재앙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인류는 핵분열이 아닌 핵융합으로 에너지를 구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실험하고 있다. 문제는 핵을 플라스마(plasma) 상태로 바꾸는 1억°C의 온도와 엄청난 고압의 조건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달렸다.
인류가 지구에서 태양의 핵융합의 지혜를 발휘할 수 있거나 햇빛 에너지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인류는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매년 큰 폭으로 뛰어오르는 석유 가격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러시아가 유럽에 공급하는 천연가스 밸브를 잠그려는 위협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 더 이상 원자력 발전소의 방사능 유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거의 공짜로 무한의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다면, 지금 우리가 겪는 빈부의 격차도 현격히 줄어들 것이다.
키다리 아저씨 태양이 아낌없이 보내주는 햇빛에 감사해야 할 일이다. 무한정으로 쏟아지는 햇빛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안타깝다. 태양이 보여주는 핵융합의 지혜라도 빨리 터득했으면 좋겠다. 그렇게만 된다면, 인류는 에너지 문제에서 해방될 것이다. 인류가 더 갖기 위해 다투지 않아도 되고, 지구의 다른 생명체와 더불어 살 수 있다. 그런 날이 빨리 오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