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존스 홉킨스 대학이 주도한 미국 대학의 영광

미국 대학이 처음부터 세계 대학의 리더 자리를 차지한 것은 아니다. 상당 기간 영국의 캠브리지 대학과 옥스포드 대학, 독일의 괴텡겐 대학 등에 밀려도 한참이나 밀렸다. 미국 대학원생 중에서 공부를 계속해 박사 학위를 취득하려는 사람은 제일 먼저 독일 대학을 선택했다. 물론 영국과 프랑스 대학의 인기도 만만치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갔지만, 따지고 보면 불과 100년 남짓한 시간에 일어난 일이다.  

1636년 매사추세츠 식민정부는 미국 역사상 최초의 대학 설립을 인가했다. 영국 이민자인 하버드 목사는 모교인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을 모방한 신학교 설립을 유언으로 남겼다. 그는 유산과 많은 장서를 기증했다. 그의 유지에 따른 설립된 미국 최초의 대학이 바로 하버드 칼리지이다. 초창기에는 영국의 모델을 따라 교양과목, 철학, 고전문학을 강독하는 방식으로 학습했다.     

 

하버드 대학의 설립을 뒤이어 윌리엄앤메리 대학(1693년)과 예일 대학(1701년)이 설립되었다. 그 이후 펜실베니아 대학, 프린스턴 대학 등의 전신이 속속 세워졌다. 이후 미국 대학들은 양적으로 가파르게 성장했지만, 연구기관이 아니라 교육기관의 역할만 담당했다. 박사학위 과정을 밟기 위해 많은 학생이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또 나머지 학생들은 유럽의 대학에 가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대학이 박사를 배출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예일 대학이 1861년 미국 최초로 박사를 배출했다. 이어서 1870년에 펜실베니아 대학이, 1872녀에 하버드 대학이 처음으로 박사를 배출했다. 그 후 컬럼비아 대학, 프린스턴 대학이 박사를 배출했다. 미국 대학이 박사를 배출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연구 기반과 역량에서 유럽 대학을 못 쫓아갔다. 지금에서 본다면 격세지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대학의 연구 역량이 획기적으로 개선하게 된 계기는 볼티모어의 존스 홉킨스 대학의 설립이다. 볼티모어 오하이오 철도회사의 소유자 중 한 명인 존스 홉킨스가 기부한 7백만 달러를 기금으로 1875년 존스 홉킨스 대학이 설립되었다. 예일 대학 교수와 캘리포니아 대학 총장을 역임한 대니얼 길먼이 존스 홉킨스 대학의 초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그의 아이디어와 역량은 미국 대학의 수준을 확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는 존스 홉킨스 대학 교수들의 연구 역량과 교육 수준을 최고 수준으로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통해 미국 과학을 발전시키고, 미국 사회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전까지 대학이 산업인력 양성이라는 목표를 제시한 것과는 분명한 차별화를 꾀했다. 그는 저명한 대학 교수들을 스카우트했고, 대학원 교육과 교수들의 연구를 아낌없이 지원했다. 

존스 홉킨스 대학은 대학원을 설립해 우수한 교수진을 배치했다. 그리고 이들이 교육보다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했다. 1889년 존스 홉킨스 병원이 설립되고, 1893년 의과대학이 생겼다. 과감하고 적극적인 투자와 우수 연구자를 위한 지원이 빛을 보기 시작했다. 존스 홉킨스 대학의 소문이 퍼지자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의학자들과 우수한 학생들이 몰려들었다.      

박사 배출에 주력한 존스 홉킨스 대학의 교육 철학은 미국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1878년에 첫 박사를 배출한 존스 홉킨스 대학은 20세기 초반 미국에서 가장 많은 박사를 배출했다. 그 결과, 존스 홉킨스 대학은 미국 최고의 연구 중심 대학으로 부상했다. 이후 미국의 명문대학은 연구 중심 대학으로 교육 목표를 급속히 변경했다. 그 결과 2차 세계대전 이후 하버드 대학, 프린스턴 대학, 예일 대학 등 아이비리그 대학과 존슨 홉킨스 대학은 전성기를 맞이했고, 이들 대학이 세계 대학의 패권을 차지하게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