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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Jan 06. 2023

빛의 화가 2, <야경>의 렘브란트

빛의 화가, 렘브란트

빛과 어둠의 세계를 화폭에 담은 또 다른 화가로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 1606~1669)를 들 수 있다. 그는 빈센트 반 고흐와 더불어 네덜란드가 배출한 위대한 화가이다. 이 두 사람은 네덜란드 미술의 수준을 한 차원 높였다고 칭송받고 있다.


렘브란트는 빛과 어둠을 캔버스에 옮긴 카라바조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렘브란트도 밝은 빛과 짙은 어둠을 대비시키는 작품을 많이 남겼다. 빛과 그림자의 극명한 대비를 통해 신비감 넘치는 화면을 구사했다. 빛과 어둠의 미묘한 명암과 색채 차이를 이용해 인간의 내면을 표현하려 했다. 렘브란트는 인물의 얼굴에 빛을 집중함으로써 인물의 내면 세계와 감정을 도드라지게 내보이게 만들었다.


<니콜라스 튈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1632)> 1.7m x 2.16m, 네덜란드 헤이그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


렘브란트는 <니콜라스 튈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1632)>라는 작품에서 연극 무대에서 주인공에 조명을 비추는 빛의 하이라이트 방식을 채택했다. 그는 작품에서 사진관에서 인물 사진을 찍을 때 빛을 쏘는 기법을 사용했다. 위의 그림에서 나오듯이 해부학 강의 장면을 그렸다. 유명한 외과 의사인 튈프 박사가 시체를 해부하며 강의하는 장면을 빛과 어둠의 대비를 통해 잘 묘사하였다. 사람들의 표정을 밝게 하고 주변을 어둡게 색칠했다. 강의를 듣는 인물들의 몸짓과 표정을 통해 사람들의 다양한 표정을 드러냈다.


<야경(1642)> 3.63m x 4.37m,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1642년 렘브란트는 역사에 길이 남을 걸작 <야경(1642)>을 그렸다. 이 그림을 통해 그는 위대한 화가의 반열에 오른다. 민병대원들이 야간순찰을 나가기 위해 모여서 점검하는 장면을 그렸다. 여기서 빛과 어둠의 강렬한 대비를 통해 사람들의 긴장감을 잘 표현했다. 지휘관이 손을 들어 행동 요령을 설명하고 있고, 나머지 대원들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어떤 사람은 딴 곳을 응시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옆 사람을 쳐다본다.     


사실 <야경>은 단체 사진의 일종이다. 그때는 사진기가 발명되기 전이라 단체 초상화라는 말이 더 적합하다. 이 그림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돈을 모아 렘브란트에 대원이 모인 그림을 그려달라고 의뢰했다. 지금까지 인물과 옷, 배경을 자세하게 그린 그림과 달리 사람의 표정을 중심으로 빛을 드러내는 방식의 새로운 그림이다. 카라바조의 영향을 받은 렘브란트의 혁신적인 그림이다.


빛과 어둠

렘브란트는 빛과 그림자를 통해 시선이 앞에 선 사람에게 향하도록 했다. 나머지 사람들은 흐릿하게 처리하고 배경은 어둠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는 사람들이 빛이 비치는 부분에 주목하게 만들고, 야간 순찰을 나서는 지휘자를 부각했다. 그는 빛을 돋보이게 하는 장치로 어둠을 사용한 렘브란트는 주요 인물의 감성을 표현하려고 애썼다.       


이 당시의 초상화는 정밀하게 그림으로써 인물을 분명히 드러냈다. 여러 사람이 등장하는 단체 초상화도 마찬가지다. 등장인물들을 같은 비중으로 세세하게 그림으로써 모두 만족하게 했다. 렘브란트는 이런 형식을 과감하게 깼다. 몇 사람들에 빛을 집중하고 나머지는 어둡게 처리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강조하려는 인물을 그림의 주제를 선명하게 보이도록 했다. 문제는 어두운 그림자 속에 흐릿하게 등장하는 사람은 불만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렘브란트의 대표작 <야경>에는 꽤 많은 사람이 등장한다. 그런데 정작 주목을 받는 것은 앞에 몇 사람뿐이다. 같은 돈을 낸 사람 중 제대로 얼굴이 나오지 않는 사람들은 불만을 느끼게 되었다. 자기 얼굴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은 사람들은 불평했다. 그들은 렘브란트에 항의하고 돈을 돌려달라고 했다는 말이 있다. 이 때문에 렘브란트의 초상화 주문이 끊기고 생활이 궁핍해졌다고 한다.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는지는 분명치 않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고 하는 정도라만 받아들이자.


삶은 참 묘하고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다. 살아서는 그리 빛을 못 보고 고생하다가 죽은 뒤 팔자가 펴는 사람도 많다. 팔자가 편다고 해 봤자 후손이나 아니면 사후의 명성만 높아진다. 예술가나 작품 중에 특히 그런 사람이 많다. 렘브란트가 그린 <야경>은 이런저런 자성으로 당대보다 사후에 크게 빛을 봤다. 지금은 렘브란트의 대표작이자 세계적인 작품으로 칭송받고 있다. 렘브란트의 말년은 가난과 궁핍으로 어둠의 시절을 보냈지만, 사후 그의 작품은 찬란한 빛의 영광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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