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nry Dec 24. 2022

'모나리자'와 '살바토르 문디'는 각각 하나뿐이다.

'모나리자'와 '살바토르 문디'의 경제학 2

'모나리자'와 '살바토르 문디’의 몸값은 어떻게 결정될까? 그림이든 조각이든 모든 상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데에는 수요와 공급의 원리가 작용한다. 사려고 하는 사람의 양과 팔려고 하는 사람의 양이 일치하는 지점에서 자연스레 가격이 결정된다. 우리는 이런 시장을 경쟁적 시장이라 부른다. 팔려고 하는 사람도 많고, 살려고 하는 사람도 많은 시장에서는 어느 한 사람이 가격을 좌지우지할 수 없다. 이럴 경우 사고파는 상품의 질이 같거나 거의 비슷하다는 전제가 붙는다. 가격만 맞다면 어느 제품이든 상관없다는 말이다.


크리스티 경매회사의 '살바토르 문디'



'모나리자'와 '살바토르 문디'가 무한정 쏟아진다면, 사라들은 굳이 비싼 돈을 들여가며 사려 들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똑같은 예술품을 여러 사람이 팔고자 한다면, 소더비나 크리스티 경매장은 있을 필요가 없다. 아무도 그곳에서 서로 경쟁적으로 비싼 값을 주고 사려고 하지 않는다. 이들 그림도 사려고 하는 사람과 팔려고 하는 사람이 원하는 가격이 맞아야 거래가 성사된다.  


예술품은 하나밖에 없는 유일무이한 상품이다. '모나리자'와 '살라토르 문디'는 단 하나만 존재한다. 반면에 사려는 사람은 줄을 섰다. 공급은 하나고 수요는 다수라는 공급 독점적 시장이다. 이런 시장에서는 수요량을 충족할 만한 공급량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려고 혈안이 된 수요자의 열망을 잠재우려면 다른 방식을 택해야 한다. 그래서 탄생한 방법이 경매방식이고 이것을 주선하는 것이 소더비와 크리스티 경매회사이다.
                 

그림과 같은 예술품을 독점적으로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경매를 통해 가장 비싼 가격을 지불하는 사람에게 판매할 것이다. 그림을 구입하기 위해 경매에 참여하는 구매자는 그림을 꼭 구입하기 위해서는 가격을 경쟁적으로 상승시켜야 한다. 상대가 포기하는 순간까지 그림의 가격을 상승시킴으로써 원하는 그림을 구매할 수 있다. 


경쟁적 시장에서 대량으로 공급되는 물건의 가격은 그것을 구매하는 사람이 실제 지불할 의사가 있는 가격보다 낮게 결정된다. 비슷한 상품을 판매하는 사람이 많아 굳이 최고의 가격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지불할 생각이 있는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물건을 구매함으로써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경쟁적 시장의 가격은 다수의 공급과 다수의 수요가 만나는 지점에서 결정되는 가격이라 경매시장의 최고 가격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


경쟁적 시장과는 달리 미술품 시장은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공급 상품은 하나뿐이다. 공급독점 시장이라 공급자는 최고의 가격을 지불하는 사람에게 팔면 된다. 수요자가 많을수록 가격은 경쟁적으로 올라가게 마련이다. 그림값은 얼마나 수요자가 경쟁적으로 입찰에 응하느냐에 달렸다.


'모나리자'와 '살바토르 문디'를 사려는 사람의 숫자가 많은 것은 가격 상승의 요인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이라는 명성은 수많은 미술품 애호가의 욕망을 부추긴다. 서로 갖지 못해 안달이 나게 만든다. 너무 유명하고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그림이라 위작이 나오기도 쉽지 않다. '살바토르 문디'가 과연 진짜 다 빈치가 그린 것인지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있기도 했다.


그림값은 단지 작품의 예술성 여부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평론가의 비평과 경매회사의 치밀한 마케팅 역량도 한몫한다. 그들은 사람들의 욕망을 우아하게 자극한다. 그 결과, 더 많은 사람이 사려고 하면 할수록 가격은 올라가기 마련이다. 부를 축적한 사람에게 그림의 가격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갖지 못한 안타까움보다 더 배 아픈 건 없다.


또 한 가지 사 두면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외면할 수 없다. 화가는 이미 오래전에 사망했고, 이제 그의 작품은 더 이상 세상이 나올 수 없다. 물가는 오르기 마련이고 경제는 성장한다. 부자는 더 큰 부를 축적할 것이고, 그들에게 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질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시세보다 비싸게 사는 것이 미술품 애호가의 마음이다. 굳이 베블렌(Veblen) 효과를 논할 필요조차 없다.


첨언하자면, 사람도 마찬가지다. 자기 역량이 뛰어나고 독점적 재능을 갖고 있다면 공급독점적 지위를 누릴 것이다. 기업이 누구나 원하는 사람이면 그 사람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상승한다. 반대로 비슷한 스펙을 가진 사람이 많다면, 다른 사람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공급을 독점하지 못하기 때문에 몸값을 낮춰 수요자의 요구에 대응해야 한다. 관건은 스펙과 역량을 다른 사람과 얼마나 차별화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그 차이가 취업 사이트를 열심히 들락거리며 이력서를 제출할 것인지, 아니면 헤드 헌터의 우수 경매 상품이 될 수 있을지를 가름하는 측도가 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시간의 점묘법과 삶의 에이밍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