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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Dec 30. 2022

별난 침팬지 이야기의 시작과 척추동물의 출현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이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이다.'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말이다. 먹고사는 일이나 밥심이나 같은 맥락으로 읽으면 된다.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는 음식을 먹어야 하고, 거기서 나오는 에너지를 제공받아야 산다. 심지어 지렁이나 굼벵이도 종일 먹을거리를 찾아 꿈틀꿈틀 움직인다. 아프리카 초원의 사자와 하이에나도 음식을 먹으면 휴식을 취하고, 에너지가 떨어지면 다시 사냥하러 나선다.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모든 생명체에 지상최대의 과업이자 숙제다.  


인류도 수백만 년 동안 먹을거리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인류가 식량 문제에서 해방된 것은 비교적 최근에 일어난 산업혁명을 통해서다. 지속적인 농기구의 개량, 식물이나 곡식을 기르는 재배 방법의 발전, 농업의 기계화 촉진, 각종 병충해에 강한 신품종의 개발, 여기에다 덧붙인다면 화학비료의 출현은 식량 생산에 신기원을 이룩했다. 드디어 인류는 배곯는 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불과 4~50년 전까지만 해도 먹을거리가 부족해서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았다. 한때 보릿고개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면 대부분 사람은 먹을거리가 떨어져서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다. 부자들의 곳간이야 사시사철 넉넉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식량창고는 겨울이 끝날 때쯤이면 텅 비어 버린다. 봄이 오면 양식이 떨어진 사람들이 여름을 지나고 가을걷이가 돌아올 때까지 긴 시간을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살아야 했다.

    

먹을거리를 효과적으로 구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생명체의 진화를 불러왔다. 지구에 생명체가 탄생한 순간부터 모든 생명체는 먹고살기 위한 투쟁을 시작했다. 여기에는 어떤 숭고한 도덕적 의무나 자기실현의 의지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먹어야 하는 본능만 존재한다. 생명체가 먹는 문제에 적응하기 시작하면서 더 복잡한 생명체로 분화를 거듭하였다. 그러면서 가장 원시적인 단세포 생명체는 한층 더 복잡한 몸과 구조를 가진 고등생명체로 진화해 왔다.      


별난 침팬지 이야기의 시작과 척추동물의 출현 

인간이 이웃사촌인 원숭이나 침팬지를 따돌리고 지구의 지배자가 된 비결이 무엇일까? 재레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는 그의 저서『제3의 침팬지』(문학사상, 2015)에서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자 차이는 겨우 1.6%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침팬지와 인간의 유전자는 98.4 퍼센트나 일치한다는 말이 된다. 의학적으로 세부적인 설명이 필요하지만, 우리는 이것만 받아들이도록 하자.


오늘날 인류는 위대한 문명을 만들었지만, 침팬지는 여전히 숲 속에서 거친 야생의 삶을 산다. 인간의 브이라인 얼굴과 침팬지의 유라인 얼굴, 그리고 몸매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든 건지 궁금하다. 겨우 1.6%의 유전자 차이가 어떤 진화의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인지 글로 적어보기로 했다. 생명체가 탄생한 시점부터 영장류로 진화한 과정을 먼저 간단히 살펴보자. 그 후 침팬지 무리에서 인류의 조상이 될 별난 침팬지가 결별하는 순간을 이야기로 이어갈 것이다. 


135억 년 전 우주 대폭발인 빅뱅(Big Bang)이 일어나면서 물질과 에너지 등장하였다. 물질과 에너지가 결합과 해체를 무한히 반복하면서 별들이 생성되었다. 그 가운데서 지구별도 약 45억 년 전에 생겨났다. 다시 무수한 시간이 흘러 38억 년 전 바닷가에서 원시 생명체가 지구상에 출현했다. 그 후 광합성을 통해 에너지를 얻고 성장하는 남색균이 등장하고,  이 과정에서 생성된 부산물인 산소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체가 태어났다. 약 18억 년 전, 엄청난 진화적 도약이 일어나면서 DNA를 가진 더 크고 복잡한 세포들이 지구에 등장한다.


물고기에서 척추동물의 진화 https://scitechdaily.com/images/Vertebrate-Evolution-Timeline-scaled.jpg


약 5억 9,000년 경이되면 선명한 신체 구조와 뚜렷한 신경제계(nervous system)를 갖춘 해파리와 말미잘 등이 등장했다. 이들은 바다를 떠나서 살 수 없다. 무척추동물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후, 드디어 등뼈 등 골격을 가진 ‘척추동물’이 등장한다. 초기의 척추동물은 수천만 년이 지난 후에 물고기로 진화했다. 약 3억 5천만 년 전이 되자 대부분의 물고기는 물을 떠나지 않았는데, 그중 아가미와 허파를 가진 한 종류가 무리 지어 땅 위로 올라왔다.


물고기들은 심한 가뭄으로 물이 모자라게 되자 육지생활을 시작했다. 그중 일부가 네 발 가진 척추동물의 조상이 된 것이다.  땅 위로 올라온 물고기의 후손은 수천 만 번의 세대교체를 이루고 난 후 양서류로 진화했다. 양서류는 땅 위로 올라오긴 했지만 온전히 육지에서만 생활할 수 없고 늘 물을 곁에 두고 생활할 수밖에 없는 신체 구조를 지녔다. 이 중 일부가 네 발 가진 척추동물의 조상이 된 것이다.  


네발을 가진 양서류 가운데 일부 종에서 돌연변이가 일어나 파충류로 진화하였다. 약 3억 4,000만 년 전이 되자 강력한 육상 척추동물인 파충류의 시대가 열렸다. 파충류는 크게 번성하였고 육상 최고 포식자의 자리에 등극하였다. 그러다가 약 2억 8,000만 년 전, 공룡의 시대가 시작되자 육상 최고 포식자의 지위를 공룡에게 내주었다. 그러나 파충류들은 계속 돌연변이를 일으키며 일부 종이 포유류로 진화하였다. 포유류 중 일부가 나무 위로 올라가 영장류가 됐다.


지금으로부터 대략 6천만~7천만 년 전 땅 위를 기거나 땅에서 생활하던 파충류 가운데서 일부가 포유동물로 진화하면서 나무 위로 올라갔다. 원시 포유동은  가운데 모험심이 많고 평범함을 거부한 영장류들이 나무 위의 과일이나 먹이를 쉽게 구할 것 같은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호기심이 많은 별종들은 누구도 가보지 않는 신세계를 탐험했다. 그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진화가 일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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