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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Dec 30. 2022

별난 침팬지의 위대한 결단

별난 침팬지가 시작한 문명의 역사

https://jmagazine.joins.com/monthly/view/309898


나무로 올라간 척추동물인 영장류는 무수히 많은 진화 과정을 거쳐, 약 2천5백만 년 전  침팬지와 붉은털원숭이의 조상과 결별하였다. 시간이 흘러 지금부터 약 6~7백만 년 전이다. 별난 침팬지는 오늘도 나무 사이를 타고 놀았다. 저 앞에 파인애플이 달려있다. 그곳으로 날래가 잽싸게 따먹었다. 그러자 우르르 다른 침팬지들이 몰려왔다. 경쟁이 치열하고 순서가 제대로 돌아오지 않았다. 언제까지 이렇게 먹이를 둘러싸고 싸워야 할지 고민이 됐다. 아무런 표시도 내지 않고 그냥 그렇게 몇 달을 보냈다. 그 사이 몇몇 친한 침팬지들과 이 문제로 대화를 나눴다. 뜻이 맞는 침팬지들이 생겨났다.

      

이 별난 침팬지는 왜 나무에서 내려왔는지 알아보기 위해 시간을 되돌려 보자. 1천5백만 년부터 아프리카의 무덥고 습기 찬 정글은 서늘하고 건조한 기후로 바뀌기 시작했다. 메마른 기후가 계속되자 인류의 조상이 살던 아프리카의 울창한 정글이 넓은 초원으로 변했다. 큰 나무가 자라지 않는 대초원(savanna)이 되자 과일 같은 식량이 부족해졌다. 먹을 것이 모자라게 되자 모험심 많은 침팬지는 고민했다. 


어느 날 비가 몸시 내리는 날이다. 나무를 타다가 미끄러졌다. 과일 철도 지났고 먹을 게 부족했다. 현실이 너무 따분하고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갑자기 나무 아래 땅으로 눈길을 돌렸다. 비가 내리니 식물들은 활짝 얼굴을 들고, 꽃들도 만개했다. 나무 위보다 나무 아래 더 먹을거리가 더 많아 보였다. 별난 침팬지는 몇 날 며칠 나무 아래를 조심히 살폈다. 그러면서 심각한 표정으로 뭔가 결심했다.


별난 침팬지는 친구들을 불러 모았다. 지금까지 관찰한 이야기를 하면서 나무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조심스레 제안했다. 그러면서 친구들에게 말했다.


"나는 이렇게 매달려 열매만 바라보고 살 수 없어. 이제 땅으로 내려가려고 해. 너희 생각은 어때?"

"그건 일리가 있는 말이긴 해. 그렇지만 땅에는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

"맞아. 아직 누구도 땅에 가보지 않았잖아. 너무 무서울 것 같아"

"아니야!! 나무 위에서 평생을 사는 건 나도 못 참겠어. 한 번 내려가 볼래"


별난 침팬지와 친구들 사이에 갑론을박 논쟁이 벌어졌다. 다시 몇 날이 흐르고 어느 화창한 가을 아침을 맞았다. 별난 침팬지는 땅에서 노란 뭔가를 발견했다. 아마도 밀이나 보리의 조상이 되는 곡물이었을 것이다. 별난 침팬지는 바람에 흔들리는 노랗게 익은 그것을 보고는 궁금해서 참을 수 없었다. 이걸 알아야 직성이 풀릴 것 같은 별난 침팬지는 친구들을 앞에서 선언했다.


"나는 지금 땅으로 내려갈 거다. 저 땅에서 뭔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해서 살 수가 없어!!"


친구들의 웅성거리며 당황했다. 어느 친구는 말리기도 했다. 이대로 같이 살지 뭐 하러 위험한 땅으로 내려가려고 하냐며 핀잔을 준다. 또 다른 친구는 조상 대대로 나무에서 살았는데, 너는 뭐 그리 별종이냐며 타박한다. 그렇지만 별난 침팬지를 응원하는 친구도 있었다. 그들 중 일부는 함께 내려가겠노라고 말한다.


이렇게 주사위를 던지고 별난 침팬지와 친구들은 땅으로 내려왔다. 그동안 매달렸던 나뭇가지를 손에서 놓았다. 그들은 낙엽이 깔린 푹신한 땅에 발을 디뎠다. 그 부드러운 촉감과 푹신함을 처음 느꼈다. 그들의 앞길에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들은 겁이 없었다. 수백만 년 어느 가을 아침 모험심 가득한 별난 침팬지와 그의 친구들은 땅으로 내려왔다. 그 순간 인류의 진화와 문명 발전의 거대한 서막이 올랐다.


지구 최초의 벤처 모험가 별난 침팬지

별난 침팬지가 땅으로 내려온 것은 먹을거리를 찾기 위해서다. 생존에 필요한 먹을거리를 구하는 일이 하루일과였다. 척박한 자연에서 배불리 먹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돈이나 비용을 지불하고 그 대가로 물건이나 서비스를 받는 것을 경제활동이라 한다. 인류는 시간과 노동을 투자한 대가로 자연으로부터 먹을거리를 구했다. 먹고살기 위한 본능도 따지고 보면 경제활동이다.


별난 침팬지는 적은 시간을 투자하고 더 많은 먹을거리를 찾으러 땅으로 내려왔다. 최소비용과 최대효과를 노린 별난 침팬지의 결단은 지금의 모험적 벤처 사업가와 다를 바 없다. 아무도 가지 않은 땅 위의 길을 간 별난 침팬지의 결단은 대단한 성공을 이뤘다. 그의 모험적 결단이 오늘날 인류의 문명을 이루는 데 첫 출발점이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투자의 성과가 천문학적이라 할 수 있다.


침팬지들이 설마 이런 말을 했을 리는 없지만, 그들이 나무로 내려온 동기는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다른 침팬지들의 눈에는 이들이 꽤 별난 존재로 보였을 것이다. 모험심 많은 침팬지의 머릿속에는 도전정신을 자극하는 호르몬이 왕성했나 보다. 먹고살기 위해 나무에서 내려온 별난 침팬지는 인류 문명의 도약이라는 위대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때나 지금이나 도전정신이 가득한 별난 사람들이 세상을 만들어 간다는 말이 맞는가 보다.


처음부터 인류의 조상 침팬지가 문명 발전의 원대한 꿈을 꾼 건 아니었다. 단순히 먹을거리를 찾기 위해 땅으로 내려왔을 뿐이다. 나무 아래는 어떤 먹을거리가 있을까? 땅으로 내려가면 더 쉽게, 더 많은 먹을거리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존본능이 그들을 나무 아래로 이끌었다. 궁하면 통한다는 말도 있지만, 별난 사람들의 무모한 도전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땅으로 내려온 인류는 두 발로 직립하게 되면서 두 팔을 사용하게 되었고, 더 멀리까지 사냥을 나가게 되었고, 더 많은 것을 보게 되었다.      


최초로 나무에서 내려온 ‘오스트랄로피테쿠스(Australopithecus, 남방 원숭이)'는 지구 역사상 최초의 벤처인이다. 그들의 모험 정신으로부터 인류는 본격적으로 진화의 역사를 시작했다. 대초원으로 변한 땅에서 먹이를 구해야 하는 절박함은 영장류의 두뇌와 신체 구조를 변화시켰다. 두 발로 걷고 두 팔을 사용하며 멀리 먹이를 구하러 가는 동안 영장류의 두뇌는 커지고 몸은 현생 인류의 형태로 변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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