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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침팬지, 드디어 지구에서 제일 똑똑해졌다.

by Henry

"어이구 생각 좀 하고 살아라."

"넌 무슨 생각으로 사니?"


어떤 일을 하다 실수하면 이런 말을 듣는다. 인간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 가운데 가장 똑똑하고 영리하다. 하나를 말하면 둘을 알아차리는 것은 인간밖에 없다. 생각하고 추론하고 종합적으로 사유하는 것은 인간이 가진 최고의 장점이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말한 프랑스의 철학자 파스칼이나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말한 철학자 데카르트는 생각한다는 것의 의미를 정확하게 표현했다.


생각을 하려면 추론하는 인지적 두뇌가 발달해야 한다. 말하자면 머리가 좋아져야 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뇌신경세포의 수가 많아야 한다. 무엇보다 두개골이 커져야 그 속의 신경세포도 많아진다. 머리가 작으면 상대적으로 신경세포의 숫자가 작아 머리가 좋아질 수 없다. 그렇다면 머리가 발달하는 첫 번째 관건은 두뇌 혹은 두개골이 커야 한다.


지금까지 몇 차례의 별난 침팬지 이야기를 통해 불을 이용해 익힌 요리가 두뇌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소화하기 쉬운 음식 덕분에 두뇌로 공급하는 에너지가 획기적으로 증가했다. 그 덕분에 나무에서 내려올 때보다 시간이 지나면서 별난 침팬지의 두뇌는 많이 커졌다. 풍부한 영양 덕분에 두 확장된 두개골 속에 신경세포의 숫자도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인간의 머리가 지구상의 어떤 생명체보다 발달하게 됐다.


특히 중요한 것은 두뇌가 몸의 크기에 차지하는 비중이다. 이것을 측정하는 개념으로 등장한 것이 대뇌화 지수(Encephalization quotient, EQ), 또는 대뇌화 정도다. 이 지수를 통해 동물의 지능이나 인지 능력을 대략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대뇌화 지수를 쉽게 정의하면, 몸무게와 비교할 때 뇌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두뇌와 인지능력이 좋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몇몇 동물은 예외가 있지만, 대략 그렇게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두뇌의 크기와 특징

https://www.sapiens.org/biology/primate-intelligence/


위의 대뇌화 지수 그래프를 보면, 인간의 수치가 7.5, 돌고래 5.31, 침팬지 2.49, 아프리카코끼리 1.87, 개 1.17, 고양이 1, 악어 1로 나온다. 인간의 뇌는 다른 동물들에 비해 큰 편이지만, 체중과 뇌 무게의 비율을 고려하면 압도적인 크기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동물들의 지능과 대뇌화 지수가 거의 맞아떨어진다.


사실 뇌의 절대적 크기로 본다면 인간보다 더 큰 두뇌를 가진 동물도 많다. 인간의 뇌는 약 1.3~1.5kg인데 비해 코끼리의 뇌는 약 4~6kg이다. 인간의 뇌보다 코끼리의 뇌가 약 3~4배 정도 더 크다. 그런데 코끼리의 몸무게가 대략 4,000kg~6,000kg로 인간보다 약 70~80배 가까이 큰 덩치다. 이런 사실을 감안하면 인간의 뇌가 상대적으로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뇌의 크기만 가지고는 지능의 높고 낮음을 절대적으로 판정할 수 없다. 침팬지와 소의 뇌는 무게가 비슷하지만, 침팬지가 소보다 훨씬 더 똑똑하다. 돌고래의 대뇌화 지수는 5.3으로 위의 인간 다음으로 높지만, 지능의 차이는 그보다 크다. 그 이유는 두뇌의 크기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 들어가는 신경세포의 수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두개골 안에 자리한 신경세포의 밀도가 높을수록 지능이 좋아진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정리해 보면, 머리가 좋아지려면 우선 두뇌가 절대적으로도, 상대적으로도 커야 한다. 두개골이 커야 그 안에 들어가는 신경세포도 많아지고, 밀도도 높아진다. 코끼리의 두뇌가 크긴 해도 몸의 크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더욱 문제는 그 안에 들어 있는 신경세포의 숫자가 인간보다 턱없이 부족하다. 약 1.3~1.5kg 크기인 인간의 두뇌 안에는 약 1천억 개의 신경세포와 150조 이상의 신경세포 연결망이 자리하고 있다.


인간의 뇌는 동물의 뇌와 구조가 매우 다르다. 인간의 뇌에서는 이성과 사유, 추론과 계획을 담당하는 전두엽의 크기가 다른 동물에 비해 월등히 크다. 고차원적 사고를 담당하는 인체의 작전사령부에 해당하는 전두엽의 비중이 높을수록 뛰어난 지능을 발휘한다. 인간의 전두엽은 전체 뇌의 30~40%를 차지하는 데 비해, 코끼리의 전전두엽 비중은 약 10%, 고양이 3.5%, 개 7%, 침팬지의 경우도 약 17%에 불과하다. 압도적으로 큰 대뇌화 지수와 전두엽의 크기 덕분에 별난 침팬지가 지구의 강자로 부상한 것이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것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두 발로 걷기, 두 팔 사용하기, 도구 만들기, 협동하기, 말하기 등 인류의 현명한 발명품들이 인간의 두뇌 크기와 인지 혁명에 기여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것은 두뇌를 키우고 신경세포를 확장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일이다. 그것을 해결한 것이 불을 이용한 익힌 요리다. 앞으로 식당에 가면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에게 감사해야겠다.


사람들 사이에서도 머리가 큰 사람이 지능이 더 낫다는 말인가? 인류와 다른 동물과의 차이는 두뇌의 상대적 크기가 중요한 것은 맞지만, 사람에게서는 그렇지 않다. 머리가 큰 사람이 들으면 섭섭한 이야기이지만, 두뇌의 크기보다 그 안에 들어 있는 신경세포의 밀집도가 더 중요하다. 20세기 최고의 천재라 불리는 아인슈타인의 두개골 크기는 보통 사람과 별 차이가 없다. 대신 뇌 신경망이 다른 사람보다 월등히 촘촘하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는 생각하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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