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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Jan 05. 2023

빛의 화가 1, 카라바조의 짧은 빛과 긴 어둠의 삶

짧은 빛과 긴 어둠의 삶을 산 천재 화가 카라바조


사진 출처 : 위키백과


'빛과 색'의 이야기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오늘부터 빛을 캔버스에 담은 화가들을 소개하려 한다. 최초로 빛과 어둠을 아름답게 캔버스에 담은 카라바조, 빛의 다발을 화폭으로 옮긴 렘브란트,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빛을 그린 모네, 마지막으로 별빛을 사랑한 고흐를 이야기할 것이다. 이들 말고도 빛을 멋지게 사용한 화가들이 많이 있지만, 우선 여기까지 소개하는 걸로 목표를 정했다. 오늘은 첫 번째의 ‘빛의 화가’로 카라바조의 굴곡진 삶을 살펴보자.


이탈리아의 화가인 카라바조(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 1571~1610)의 본명은 '미켈란젤로 메리시'이다. 그의 고향 이름인 카라바조를 붙여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 즉 '카라바조 출신의 미켈란젤로 메리시'라 불렀다. 사람들은 이를 줄여 카라바조라 이름을 붙였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가 빈치 지방 출신의 레오나르도라라 불리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카라바조는 밀라노의 공방에서 그림 수업을 하고, 1600년이 되면서 빛과 어둠을 들고 로마 화단에 혜성같이 등장했다.


카라바조는 39년의 짧은 생을 불꽃처럼 살다 갔다. 그는 그림보다도 더 짙은 찰나의 빛과 긴 어둠의 시간을 보냈다. 싸움, 성공, 시기, 뛰어난 그림 실력, 살인, 도피 생활, 사형선고, 사면은 그의 생애를 묘사하는 키워드이다. 한 번 욱하면 참을 줄 모르는 그의 격정적인 성격 탓이 문제였다. 카라바조의 뛰어난 그림 실력을 아끼던 추기경과 고위 성자들이 그를 끔찍이 아끼고 보호했다. 워낙 사고를 많이 친 탓에 그들도 골치깨나 썩었다.      


카라바조가 친 사고 중 제일 심각한 일은 살인사건이다. 1606년에는 로마에서 다툼 끝에 사람을 죽였다. 사형선고를 받은 그는 로마를 떠나 나폴리, 시칠리아, 팔레르모, 몰타로 도망 다녔다. 그는 이곳저곳을 피해 다니며 그림을 그려주고 생활했다. 죽기 전까지 그는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를 도망 다녔고, 이 바람에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에서 그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카라바조는 살인을 저지르고 나폴리로 피신했다가 몰타로 건너간다. 그곳에서 몰타 기사단의 수도자가 되려 했다. 그렇게 되면 로마 교황으로부터 살인죄를 사면받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옛말에 '집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샌다'는 말이 카라바조에게 딱 어울린다. 성질 급한 카라바조는 그곳에서 기사들과 싸움을 벌인다. 그중 한 명에게 중상을 입히고 다시 시칠리아로 도망쳤다.      


그 뒤로도 도망을 다닌 카라바조는 1609년 나폴리에 도착했다. 그곳까지 추적해 온 몰타의 기사에게 공격받아 얼굴을 다친다. 맞은 상처 때문에 얼굴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심한 상처를 입었다. 이런 시련을 겪으면서도 그는 로마도 돌아가기 위해 노력했다. 마침내 카라바조는 로마 교황으로부터 마침내 사면받았다. 그러나 그는 끝내 로마로 돌아가지 못하고, 병에 걸려 사망한다.      


카라바조의 삶은 위험하고 불온하다. 그러면서도 매혹적이고 치명적이다. 그는 최초로 빛과 어둠의 극적인 대비를 화폭에 담아 사람들의 찬사를 받았다. 특히 그의 교황과 추기경의 총애를 듬뿍 받았다. 반면에, 그는 끊임없이 사건과 사고를 일으키고 심지어 살인까지 저질렀다. 그는 천재 화가의 화려한 빛과 도망자의 어둠이 극렬히 대비되는 삶을 살았다.    

 

<성 마태오를 부르심>

<성 마태오를 부르심> (1599–1600) >  322x340cm, 이탈리아 로마 산 루이지 데이 프란체시 성당

         

<성 마태오를 부르심>이라는 이 작품은 카라바조의 걸작 중의 하나로 예수님이 마태에게 그를 따르도록 영감을 주는 장면을 묘사한 그림이다. 어두운 실내에 몇 명의 남자들이 탁자에 앉아 있다. 탁자 왼쪽의 남자는 열심히 돈을 세고 있고, 곁에 있는 노인은 안경 너머로 물끄러미 내려보고 있다. 나머지 사람들은 고개를 돌려 입구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본다. 예수는 오른손을 쭉 뻗어 마태오를 가르치며 “나를 따르라”라고 말씀하신다. 예수가 마태오를 제자로 삼기 위해 소명을 내리는 장면이다.      


이 그림은 마태복음 9장 9절의 다음 장면을 묘사한 것이다.      

“예수께서 그곳을 떠나 지나가시다가 마태라 하는 사람이 세관에 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 이르시되 나를 따르라 하시니 일어나 따르니라.”      


예수가 세관 관리들과 함께 그날 거둔 세금을 계산하고 있는 마태오를 찾아왔다. 당시 세관 관리는 악랄하게 세금을 뜯어냈기 때문에 모두가 경멸하던 직업이다. 물질적 탐욕의 대명사이자 사회적으로 멸시받던 초라한 세리 마태오를 예수 그리스도가 제자로 삼는 장면을 그린 그림이다. 


그림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무척 어둡지만, 주인공과 그 주변에 빛이 비치도록 하는 기법을 처음 시도하였다. 이는 연극 무대의 스포트라이트처럼 조명을 대상에만 집중함으로써 연극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과 유사하다. 이 그림에서 빛은 예수가 방 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오른편에서 시작되어 마태오와 주변 인물들을 비춘다.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는 마태오가 예수의 제자로 거듭나는 순간이다. 밝은 빛이 마태오의 얼굴을 비춤으로써 은총의 순간을 극적으로 드러낸다.      


카라바조는 배경 대부분을 암흑에 가깝도록 어둡게 처리랬다. 연극 무대의 스포트라이트처럼 조명을 대상에만 집중함으로써 연극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과 유사하다. 그 이전까지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빛과 어둠의 강한 대비를 캔버스 위에 구현했다. 빛으로 드러나는 부분을 자세히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배경과 주제와 관련 없는 부분을 어둠으로 덮었다. 그는 최초로 빛과 어둠의 대비를 화폭에 옮겨 이탈리아 미술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강하게 쏟아지는 빛과 짙은 어둠의 대비, 그리고 주인공에 대한 세밀한 묘사는 추기경과 귀족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카라바조의 명암법은 이탈리아의 바로크 시대를 열었고, 렘브란트 같은 후대의 뛰어난 거장들에게 밝고 어둠을 표현하는 표본이 되었다. 스페인의 벨라스케스, 네덜란드의 렘브란트 등 세계의 거장이 카라바조의 명암법에 영향을 받아, 빛과 어둠을 묘사하는 자신들의 그림 세계를 개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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