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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Jan 08. 2023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별난 침팬지

별난 침팬지의 익힌 요리 사랑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다.  어느 제약회사의 잇몸질환 치료제의 광고 문구다. 사람이 먹는 데 이빨과 잇몸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며 치료제를 선전한다. 웬만한 사람은 다 들어봤으니 꽤 성공한 광고 카피다.


살아 있는 생명체는 먹기 위해 산다는 말이 맞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 삶이다. 인간도 진화 과정에서 이런 시절을 거쳤다. 먹을 것을 구하는 일이 만만치 않던 시절에는 음식은 즐거움의 대상이 아니라 에너지를 얻기 위한 수단이었다. 음식을 먹지 않으면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열량을 충족할 수 없었다. 그렇게 되면 누구든 살 수 없고, 흔히 말해 굶어 죽는 일이 벌어진다.


우리는 먹을거리를 구하기 위해  나무에서 내려온 별난 침팬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땅으로 내려온 그들은 두 발과 두 손을 사용해 사냥하러 다니고 멀리 이동했다. 도구도 만들고 언어를 사용하면서 별난 침팬지들은 점점 인간의 조상으로 진화했다. 반면에, 나무에서 생활하는 침팬지들은 지금도 나무에 매달려 수백만 년 전의 생활방식을 이어가고 있다.


나무에서 살아가는 침팬지들은 과일과 열매 등 식물성 날 음식을 먹는다. 그들은 삼킨 거친 음식을 씹는 데만 하루에 대여섯 시간을 소비하고, 그것들을 소화하는 데 한두 시간을 보낸다. 침팬지가 한 끼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하는 시간은 최소 일곱 내지 여덟 시간이다. 하루에 두 끼만 먹는다고 해도 침팬지는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씹고 소화하느라 바쁘다. 이들은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할 시간이 없다.


만일 별난 침팬지들이 나무에서 내려오지 않았다면 여전히 이들 무리 속에서 생활한다. 인류의 조상도 태어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땅에서 생활하면서 이들은 불에 탄 고기를 먹고 눈이 번쩍 띄는 경험을 했다. 불로 익힌 음식이 맛도 좋고 소화가 잘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불로 익힌 요리를 먹지 않았다면 인간도 침팬지처럼 많은 시간을 씹고 소화하는 데 보냈을 것이다.   


그러다가 불로서 익힌 요리를 먹기 시작하면서 입식을 씹고 소화하는 시간을 절약하게 되었다. 하버드 대학 문화인류학과 교수인 리천드 랭엄(Richard Wrangham)의 주장에 따르면, 인류의 조상은 화식을 하게 됨으로써 음식을 씹는 데 들어가는 시간을 최소한 네 시간 이상 절약하게 되었다. 여기에다 익힌 요리의 놀라운 소화능력으로 절약되는 시간을 사색과 창조를 위한 시간으로 돌렸다. 난 침팬지의 익힌 요리 사랑이 시작됐다.    

화식(火食)을 즐기는 뇌

https://pxhere.com/ko/photo/83301


랭엄은 불을 이용한 요리법의 발견이 인류 문명 발전의 위대한 토양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인류 문명 발전에 결정적이고 중요한 공헌을 한 것은 도구나 언어의 발명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사건은 불을 이용해 요리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한다.


불을 이용해 조리된 음식은 매우 부드럽기 때문에 소화하는 데 사용하는 필요한 시간과 에너지를 크게 줄였다. 랭엄은 익힌 음식이 갖는 장점으로 먼저 뛰어난 소화력이 인체의 성장과 발달에 큰 도움을 들고 있다. 익힌 음식은 날것보다 소화하기 쉽기 때문에 인체의 성장 발달에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인간의 신체 가운데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두뇌의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반가운 소식이 되었다.   

   

인류의 조상은 자연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몇 차례의 유전적 돌연변이를 경험하였다. 불을 활용한 조리법은 에너지 효율성을 크게 향상해 두뇌로 가는 에너지의 양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그 결과 인간의 두뇌가 커지고 그 속에 자리한 신경계를 확장했다. 불을 이용해서 만든 음식은 소화 효율성이 좋기 때문에 소화기관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을 획기적으로 감소시켰다.


인간의 두뇌는 신이 창조한 세상에서 제일 강력하고 성능이 좋은 컴퓨터이다. 이렇게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인간의 두뇌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잠을 자거나 쉴 때도 두뇌는 쉼 없이 활동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에너지 필요로 한다. 따라서 두뇌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의 원활한 공급은 인간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불을 이용해서 만든 음식의 높은 소화 효율성은 많은 양의 에너지를 두뇌로 공급했다.


먹는 일이 그저 생존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잘 먹고 잘소화하는 일은 별난 침팬지를 사피엔스의 조상으로 만든 원동력이다. 불로 익힌 요리가 인류의 진화에 기여한 바가 꽤 크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그런 점에서 보면, 오늘도 일용할 음식을 요리하는 사람들한테 크게 감사해야 할 일이다.


지금은 열량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열량 과잉이 문제다. 고열량과 고에너지 음식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자칫하면 필요 이상의 에너지가 지방으로 축적된다. 두뇌 발달에도 도움이 되고, 몸매 관리에도 신경을 쓰는 식단이 필요하다.


"적당히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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