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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Jan 09. 2023

별난 침팬지의 잘록한 허리와 V 라인

날씬한 허리, 날렵한 몸매, 부드러운 얼굴선은 우리 몸과 얼굴의 모습이다. 다소 차이는 있어도 모든 사람은 이런 모습을 지녔다. 이처럼 오늘날 인류는 다른 동물들과 비교하면 날렵한 몸매와 매끄러운 피부를 가졌다. 그러나 침팬지는 여전히 튀어나온 입과 불룩한 배 그리고 펑퍼짐한 엉덩이를 갖고 있다.       


https://www.yna.co.kr/view/AKR20170328143500009


과일과 열매는 고기와 같은 동물성 음식 재료와 비교할 때, 섭취할 수 있는 열량이 훨씬 떨어진다. 식물성 음식을 통해 인간에게 필요한 하루 열량을 얻으려면 그 양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것은 과일이나 열매를 많이 먹어야 인간의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꺼번에 많은 양을 입에 넣고 씹기 때문에 입이 커야 하고, 턱의 관절도 튼튼해야 한다. 침팬지나 오랑우탄의 입이 크고 턱이 발달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많은 양의 음식을 씹어서 삼키다 보면 위의 크기도 만만치 않을 것이고, 대장이나 소장을 통과하는 시간도 길다. 대장과 소장의 길이가 그만큼 길어지고 소화와 관련된 장기가 발달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큰 장기를 담아야 하니 침팬지나 오랑우탄의 몸매가 허리를 중심으로 펑퍼짐하게 되었다. 날것 상태로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 신체의 모습에 끼친 영향이 상당함을 알 수 있다. 


날것 상태로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 신체의 모습에 끼친 영향이 상당하다. 인간은 불로 삶거나 익힌 요리를 먹었기 때문에 한꺼번에 많은 양을 삼킬 필요가 없다. 부드러운 음식을 조금씩 떼어서 맛을 음미하며 먹을 수 있다. 음식을 적게 먹어도 충분한 열량을 제공받을 수 있게 되었다. 삼켜야 하는 음식의 양이 적어지면 입 크기가 작아졌다. 음식이 한결 부드러워졌기 때문에 씹는 데 필요한 치아의 크기도 작아지고, 힘도 그만큼 덜 덜기 때문에 턱관절도 부드러워졌다.          


불을 사용한 조리법은 음식의 소화력을 크게 개선함으로써 인체 내 소화기관의 크기도 작게 만들었다. 위나 간, 소장이나 대장 등의 크기와 길이가 짧아지고, 그 결과 이것을 담는 복부의 크기도 작아진다. 익히거나 삶은 요리는 인간의 몸매를 허리를 중심으로 잘록하게 만들었다. 화식(火食)이 현대 미인의 기준인 잘록한 허리와 부드러운 얼굴 곡선인 V-라인을 만들었다.          


불을 이용한 요리법은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재료의 범위를 넓히는 데도 크게 도움을 주었다. 날고기를 먹거나 채소를 데치지 않고 먹을 때는 소화하기도 힘들고 각종 질병에 노출되기 때문에 자연 상태로 먹을 수 있는 음식 재료는 매우 제한적이다. 그러나 불로 익혀 요리하면 음식 재료의 질감이 부드러워지고 독성이 사라지는 한다. 음식의 맛을 더하고 소화력을 개선함으로써 화식(火食)은 인간의 식탁을 풍성하게 해 주었다.


이처럼 불을 사용한 새로운 조리법의 발견은 인간의 인지능력을 크게 향상했다. 동시에 오늘날과 같이 인간이 날렵한 몸매와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게 된 것도 불에 의한 요리법의 발견이라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 불을 이용한 요리법의 발견은 인간의 지성과 외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역사적 사건임에 분명하다. 살기 위해 먹는 것이 아니라 먹기 위해 사는 존재가 된 순간 인간의 체형도 달라졌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 1844~1900)의 말에 따르면, 음식은 인간의 생각과 사상, 문화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친다. 니체는 지중해 식사는 먹기 부담스럽지 않고 소화도 빠르고, 그래서 지중해 사람들의 생각이 가볍고 경쾌하다고 말한다. 반면에, 소화하기 힘든 감자와 소시지 요리를 먹는 독일 사람들의 사상은 무거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 니체의 생각이다. 이처럼 우리가 먹느냐가 인간의 생각과 지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관건이 된다.


니체의 말을 정리하면, 어떤 요리를 먹는가에 따라 사람의 성격 이 달라질 뿐만 아니라 사람의 인격도 달라진다.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요리를 먹으면 한결 낙천적인 성격을 가질 수 있다. 반면에, 딱딱하고 척박한 요리를 먹으면 성격도 딱딱해진다는 것이다. 요리는 단순히 먹는다는 본능적 행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인간의 관념과 사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요리는 체형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생각까지 바꾼다는 것이다. 북유럽의 고지식한 성격과 이탈리아 사람들의 활달한 성격의 일부분은 요리에 영향을 받았다는 주장이 재미있다. 어쨌든 불로 익한 요리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나무에서 내려온 별난 침팬지는 불을 이용해 요리했기 때문에 잘록한 허리와 V 라인을 갖게 되었다. 게다가 머리까지 좋아져 현생 인류의 조상이 사피엔스로 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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