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nry Jan 09. 2023

땅으로 내려온 별난 침팬지들

사진 출처 : https://www.scitheo.or.kr/column/?idx=9104384&bmode=view


더 멀리 걷고 더 멀리 봤다. 

나무 아래서 그들은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먼 길을 갈 수 있고, 먼 곳에 있는 다양한 사냥감을 포획할 수 있었다. 새로운 사냥터를 발굴하고 새로운 사냥감을 먹으면서 그들은 빠르게 진화해 갔다. 채집하고 사냥하는 환경에 적응하면서 나무 위의 영장류와 다른 문명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갔다. 새로운 먹을거리를 먹고 새로운 자연환경에 적응하면서 인류는 점차 여러 호모 형제를 거치면서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하는 과정을 거쳤다.      

두 다리로 걷기 시작한 이들은 먼 거리를 이동하면서 사냥하고, 식물을 채집했어. 그 과정에서 거리와 공간을 인지하고 입체감을 파악하는 시각 능력과 사냥감을 추적하는 청각 능력을 갖추게되었어. 유연하고 정교한 손으로 아주 섬세한 연장과 도구를 만들었어. 이들은 도구를 이용해서 사냥하고, 동물의 사체를 해체하는 작업을 수행했지. 두 발과 두 팔의 자유로운 사용, 이것을 바탕으로 한 도구의 발명과 사용은 인류의 두뇌 회로를 빠르게 발달시킨 계기 중 하나야.      


도구를 사용하고 협동으로 사냥하는 방식을 배우면서 인류의 뇌는 더욱 발전하였다. 원시인들이 큰 동물 사냥을 할 때, 언어로서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효과적으로 사냥할 수 있게 되었다. 혼자서는 사냥할 수 없는 물소 같은 큰 짐승을 협동작전으로 사냥하였다. 언어를 통해 이러한 사냥 방법을 동료와 다른 사람에게 전달함으로써 학습의 성과를 공유할 수 있었다.


문화인류학자들은 인류 문명 발전의 원동력으로 불의 발견, 도구의 발명,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능력을 든다. 어떤 사람은 문자와 언어가 있었기 때문에 지식과 정보의 교환과 축적이 가능했다고 말한다. 또 어떤 사람은 도구를 만들어 낸 인간의 능력이 문명 발전의 주춧돌이었다고 말한다. 이들 주장이 다 나름대로 근거가 있고 옳다고 할 수 있다. 어쨌든 이런 일이 일어난 첫 실마리를 나무에서 내려온 침팬지가 제공했다.


남방 원숭이라 불리는 최초로 나무에서 내려온 별난 침팬지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Australopithecus(남방 원숭이)'이다. 모험을 좋아하는 이들은 지구 역사상 최초의 벤처인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들의 도전 때문에 본격적으로 인간을 향한 진화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옛날에는 먹고사는 문제가 삶의 전부였다. 먹고살아야 짝짓기도 하고 종족을 보존할 수 있었다. 


인류의 조상은 진화를 거듭하며 두뇌가 커졌다. 

인류는 자연으로부터 먹을거리와 잠자리를 구해야 했고, 자연은 늘 힘들고 무서운 상대였다. 엄혹한 자연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인류의 조상은 자신의 신체 조건을 최대한 환경에 잘 적응해야 했다. 생존에 필요한 먹을거리를 구하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이 인간을 현생 인류로 진화하게 한 원동력이다. 나무에서 내려온 지 수백만 년이 흐르는 동안 두뇌는 현생 인간의 두뇌와 지적 수준을 갖춰갔다. 


학자마다 이견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인류는 유인원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초기 인류인 호모 하빌리스, 호모 에렉투스를 거쳐 사피엔스로 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진화 과정을 보여주는 연결 고리들이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이들 영장류와 영장류 사이를 부드럽게 연결하는 화석이 발견되지 않아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          


최초로 땅 위로 내려온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두뇌의 크기는 500cc 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도면 다른 영장류의 두뇌와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대뇌피질도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 240만~160만 년 전에 살았던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뜻의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의 뇌 용량은 약 530~800cc로 커졌다. 이들은 점차 영리해져 도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 영리함이 인간의 두뇌 성장에 크게 이바지했다. 180만~30만 년 전까지 존재했던 직립하는 인간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의 뇌 용량은 900~1,100cc로 대폭 성장했다.  


별난 원숭이의 뇌는 오랜 시간 진화를 거치면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드디어 현생 인류가 살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자. 약 40만~3만 년 전까지 생존했던 네안데르탈인의 뇌 용량은 1,300~1,700cc로 가장 크다.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의 뇌 용량이 1,300~1,600cc인 것과 비교해도 네안데르탈인의 뇌 용량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이 둘은 일정 기간 지구에서 동거한 사촌형제라 할 수 있다. 


뇌 용량의 크기가 지능의 수준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라면 네안데르탈인이 사피엔스보다 지능이 더 높다는 말인가? 그런데도 결국 지구의 패권을 차지한 것은 사피엔스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사피엔스는 협동하는 언어를 구사할 줄 알았지만, 네안데르탈인은 그렇지 못했다. 뇌의 크기도 중요하지만, 그 속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에서 사피엔스가 앞섰다. 사실 이들 사이의 물리적 두뇌의 크기 차이는 10% 정도로 큰 의미가 없고, 그 속에 자리한 뇌신경 세포의 밀집도가 운명을 가른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원시 인류의 뇌는 땅 위로 내려온 후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뇌가 커진 중요 요인으로 불의 요리가 가져다준 에너지 혁명이 큰 몫을 했을 것이다. 풍부한 열량 섭취를 통해 뇌가 커지면서 도구와 언어의 사용을 통해 뇌의 뉴런들이 강화되었을 것이다. 또 집단을 유지하고 공동체 사회를 형성하는 데 필요한 사회성도 대뇌의 뉴런 성장에 크게 기여하였을 것이다. 인간이 다른 영장류에 비해 큰 두뇌와 발달한 대뇌피질을 가지게 된 것에는 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상승작용을 일으켰다.      


이렇게 발달한 인간의 두뇌는 도구를 사용하고 협동으로 사냥했다. 이를 통해 인류의 뇌는 두뇌 크기라는 하드웨어 위에 정교한 인지능력이라는 소프트웨어를 장착했다. 원시인들이 큰 동물을 사냥할 때, 언어로서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사냥 실력이 발전했다. 혼자서는 사냥할 수 없는 물소 같은 큰 짐승을 협동 작전으로 사냥하였다. 언어를 통해 이러한 사냥 방법을 동료와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함으로써 학습의 성과를 공유할 수 있었다. 학습이 인류 문명의 발전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새삼 말할 필요가 없다. 

    


작가의 이전글 별난 침팬지의 잘록한 허리와 V 라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