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의 딜레마
겨우 2%가 이 정도로 큰 차이를 보인다고? 침패지와 인간의 유전적 차이를 말하는 거야. 우리의 직접 조상을 호모 사피엔스라고 말해. 이 종은 약 20만 년에 지구에 등장했다고 해.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아닐 거야. 그보다 더 윗대 조상에서 진화해 온 거겠지.
침팬지와 호모 사피엔스의 조상이 형제였던 시절이 있었어. 그 혈연 관계가 깨지고 유전적 차이를 보이기 시작한 것을 대략 600만 년 전후로 추정하지. 하긴, 그걸 정확하게 단정적으로 말하긴 힘들지만, 아마 그 시기쯤 침팬지 무리 중에서 모험심 강한 친구가 땅으로 내려왔어. 이때가 침팬지와 인류의 조상의 조상과 유전적 분리가 시작되었다고 보면 돼. 지금부터 그 긴 이야기를 시작하는 거야.
지구 최초의 원시 생명체는 셀 수 없이 많은 진화의 단계를 거쳐 영장류가 되었다. 진화론자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원시 생명체는 어류와 파충류 단계를 지나 영장류가 됐다. 수없는 고비를 거쳐 진화의 마지막 주자인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상에 등장했다. 진화는 더디게 일어났고, 그 사이 수십억 년의 시간이 흘렀다.
인류는 장구한 시간을 거쳐 현생 인류인 호모사피엔스로 진화했다. 호모 사피엔스는 적자생존의 원리를 잘 따랐고, 자연선택을 통해 지구의 주인이 됐다.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 1809~1882)이『종의 기원』에서 주장한 자연환경에 적응한 생명체는 진화를 거듭해서 살아남았다는 말을 금과옥조처럼 여긴다. 원시 생명체가 자연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변신을 거듭한 끝에 오늘날의 인류가 탄생했다고 알고 있다. 생명체가 고비마다 발생한 자연재해를 극복하고, 혹독한 자연환경에 적응하며 더 나은 생명체로 거듭나는 과정을 진화라 부른다.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자. 최초 바다에서 태어난 아메바 같은 원시 생명체는 어류가 되고, 물고기 중 일부가 땅 위로 올라와 파충류가 된다. 가뭄이라는 가혹한 자연환경이 물고기를 땅 위로 올라오게 했다. 파충류 가운데 유별난 종들이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가 침팬지 같은 영장류가 되었다. 침팬지 중에서도 모험심이 넘치는 별종들이 다시 땅으로 내려와 사피엔스가 되는 긴 세월이 진화의 역사다.
미국의 법학자 필립 E. 존슨이 『다윈의 심판대 : 지적 설계 논쟁』에서 조목조목 비판한다. 그는 ' 다윈의 진화론'과 진화론자들의 주장이 갖는 허점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다윈의 진화론이 과연 옳은가? 존슨은 다윈의 주장이 논리적 모순과 비약으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조목조목 지적한다. 그는 다윈의 주장을 증명할 화석 증거나 분자적 증거가 없거나 빈약하다고 말한다. 다시 말하면, 물고기에서 파충류로, 다시 파충류에서 영장류로 넘어가는 과정을 부드럽게 설명하는 화석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존슨이 진화론이 잘못됐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진화론이 옳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한다. 진화론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할 수도 없지만, 그것이 온전히 옳다는 것도 아직 증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주장의 연장선상에서 존슨은 진화론이 옳다는 증거가 없듯이 창조론이 틀렸다는 증거도 없다. 그가 이런 논쟁을 제기한 것은 미국의 일선 학교에서 창조론을 교육하지 말아야 하는 법적 근거가 약하다는 사실을 지적하기 위해서다.
이글에서는 존슨의 주장이 옳은지 여부를 논하지 않는다. 진화론이 옳다는 완전한 증거가 없지만, 그것이 틀렸다는 증거도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진화론이 옳다는 전제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게 낫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진화의 전 과정을 증명하는 부드럽게 연결하는 화석 증거를 찾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진화론은 여전히 생명체가 변화하는 과정을 잘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시간이 더 지나 지금보다 과학이 더 발달하면 어느 쪽 주장이 더 옳은지 밝혀질 수 있을 것이다.
나무에 오르기 전 별난 침팬지의 기억
생명체에서 뇌가 제대로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것은 파충류 시기부터라고 한다. 물고기의 뇌는 파충류의 뇌에 흔적을 남기지 못했다. 파충류가 지구에 등장한 것은 약 수억 년 전이다. 그 후 다시 수천 만 년의 시간이 지나 일부 파충류가 나무 위로 올라갔다. 파충류에서 영장류로 진화한 것이다. 또 수천만 년 나무 위에서 살던 침팬지들 가운데서 별난 침팬지가 약 700만 년 전후 나무에서 내려왔다. 이 이야기는 이미 언급했던 내용이다.
영장류에서 다시 우리의 직접 조상인 사피엔스가 지구에 출현하기까지 수백만 년이 흐르는 동안 뇌는 오늘날과 같은 크기와 부피를 지닌 하드웨어를 갖췄다. 아득한 옛날 원시 생명체가 진화를 거듭한 끝에 사피엔스로 출현하는 기간은 우리의 뇌가 성장하고 자리 잡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뇌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뇌는 외부 환경을 분석하고 거기에 적응하도록 신체 각 부위에 명령을 내렸다. 긴 시간 신체가 명령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획득한 정보들은 뇌로 전달되었다. 뇌는 이 가운데 중요한 것들을 모아 여러 곳에 저장하였다. 이 과정에서 우리 유전자는 수많은 변화와 변이를 겪었고, 그 생생한 진화의 경험과 흔적들이 우리 몸 구석구석에 기록되었다.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 뇌의 '삼층구조설'이다.
대뇌생리학자는 폴 맥클린(Paul D. MacLean)에 따르면, 인간의 뇌에는 진화의 흔적으로 파충류, 포유류, 인간 뇌의 3층 구조로 되어 있다. 인간의 뇌 속에는 파충류의 뇌와 포유류의 뇌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맥클린은 인간의 뇌에 남은 동물 뇌의 흔적 때문에 인간의 뇌는 신의 실패작이라고 말했다. 따지고 보면, 뇌의 삼충구조는 별난 침팬지가 땅으로 내려오기 전의 기억 화석이다. 가끔 사람들이 저지르는 짐승 같은 행동은 그 기억이 살아나기 때문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