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자가 알려주는 미술 감상법
노벨상을 받은 세계적인 뇌과학자 에릭 켄델(Eric R. Kande)의 『통찰의 시대』(알에이치코리아, 2014)와『어쩐지 미술에서 뇌과학이 보인다』(프시케의 숲, 2019)를 읽고 깜짝 놀랐다. 두 권의 책은 한마디로 그림을 그리고 보는 메커니즘을 뇌과학으로 설명한다. 과학과 예술의 결합이다 보니 읽기 위해서는 대단한 인내력과 뇌과학 지식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브레인 트레이너 자격증을 취득했으니 뇌과학책 몇 권 읽었다고 깝쭉대다가 제대로 임자 만났다. 솔직히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에 다시 꺼내 읽고 한다. 그때마다 세상은 넓고 천재가 많다는 생각에 주눅 든다.
에릭 켄델은 우리 뇌에서 학습과 기억이 어떻게 연관됐는지를 밝힌 공로로 200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훈련과 학습을 통해 뇌의 기억 능력을 향상할 수 있다는 것을 생리의학적으로 증명해 낸 것이다. 과학적 해석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져 온 기억의 메커니즘을 밝힌 것이다. 천재 과학자인 그가 가진 풍부한 예술적 소양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우리가 그림을 보고 인식하는 과정을 뇌과학으로 설명한다. 뇌 과학이 예술 작품의 감상법을 설명한다는 사실에 우선 크게 놀랐고, 그의 해박한 지식과 뛰어난 설명력에 또 한 번 놀랐다. 그런데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나를 얼마나 자책했는지 모른다.
뇌과학이 밝혀내는 예술과 무의식의 비밀을 풀어낸 책이『통찰의 시대』다. 이 책은 뇌과학을 통해 인간의 무의식이 어떻게 예술을 인식하는지 밝히고 있다. 캔델은 사람의 정신 활동이 뇌의 활동이라는 사실을 잘 안다. 그는 우리가 그림을 볼 때 일어나는 뇌의 반응을 통해 작품을 감상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그림을 볼 때 나타나는 시각과 감정에 따른 뇌의 반응을 조명함으로써 우리의 뇌가 정보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을 자세히 설명한다.
캔델의 『어쩐지 미술에서 뇌과학이 보인다』을 통해 추상미술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었다. 이 책에서 그는 추상미술을 대할 때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시신경 세포의 작동 메커니즘을 이용해 설명하고 있다. 캔델의 주장을 보면 결국 그림을 보고 색채를 이해하는 것은 눈이 아니라 뇌, 특히 그중에서도 전전두엽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의 설명을 들으면 우리 뇌가 그림을 볼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과학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예술과 과학, 미술과 뇌과학은 서로 다른 세계에 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에 살고 있다.
닥공(닥치고 공부)하지만 어렵다.
한때는 색채의 미학에 빠져 독일의 색채학자 에바 헬러(Eva Heller)의 l『색의 유혹 1, 2』, 프랑스의 고고학자이자 미술관 큐레이터인 안느 바리숑(Anne Varichon)의 『The Color』. 괴테의 『색채론』을 집중적으로 읽었다. 색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와 색의 역사를 알 수 있어 좋았다. 또 괴테와 뉴턴의 색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알게 됐다. 또 색의 본질이 무엇인지, 괴테의 문학적 색채론과 뉴턴의 과학적 색채론을 비교하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색채는 빛의 산란이라는 뉴턴의 말은 맞는 말이긴 한데. 색채는 빛의 고통이라는 괴테의 표현보다는 감성이 떨어진다.
이때 읽은 책들은 '빛과 색의 아름다운 이야기 1, 2'를 쓰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프랑스 중세 문장학의 대가이자 색채 전문가 미셸 파투스(Michael Pastoureau), ‘해밀턴 커 연구소(Hamilton Kerr Institute)’의 수석 연구인인 스파이크 버클로(Spike Bucklow), 런던 대학교 저널리즘 교수인 개빈 에번스(Gavin Evans) 등의 색채 인문학도 많이 참고했다. 이들 말고도 부분적으로 인용한 글도 많다. 이들이 연구한 색의 역사 덕분에 글을 쓰기가 한결 수월했다.
최근에는 읽은 양정무의 『난생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1, 2』, 김소영의 『예술감상 초보자가 가장 알고 싶은 67가지』가 좋다고 생각한다. 미술을 전공으로 하지 않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읽을 수 있도록 해준다. 자칫하면 딱딱해지기 쉬운 그림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썼다. 무턱대고 화가의 생애를 읽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지루해지기 쉽다. 오히려 전문가들이 압축하고 엄선한 미술 이야기를 먼저 읽고 자신이 좋아하는 화가들로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끔 미술품 도난 관련 서적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에드워드 돌닉의 『사라진 명화들』, 구치키 유리코의 『도둑맞은 베르메르』를 도난당한 미술품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그리고 조슈아 넬먼의 『Hot Art』은 미술품 도둑과 경찰, 아트 딜러의 리얼 스토리를 담고 있다. 이 책들은 미술품 도난에 얽힌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상당한 시간을 두서없이 미술 관련 책을 읽었다. 미술책은 워낙 종류도 많고 화가들의 이야기도 다채로워 세세하게 읽기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미학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 당시의 시대 상황을 알아야 하고 철학적 지식도 필요하다. 그런 기준에서 본다면 나의 닥공은 애초 한계가 많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이들 책을 완독하기보다 필요한 부분만 떼서 읽고, 편식과 건너뛰기가 다반사였다. 나의 닥공은 좌충우돌 미술책 읽기라 해야 할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여전히 머릿속은 혼란스럽고 그림을 보는 눈은 아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