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면 산다’는 별난 침팬지의 슬기로운 경제생활

by Henry

먹고사는 문제가 경제문제다.

https://m.khan.co.kr/feature_story/article/201801121714005#c2b


별난 침팬지는 먹을 것을 찾아 나무에서 땅으로 내려왔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별난 침팬지는 진화를 거듭했다. 별난 침팬지가 시작한 인류의 긴 역사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쌓아 올린 문명의 거대한 발자취라 할 수 있다.


식량을 구하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그 시간과 노력을 다른 곳에 사용할 기회를 희생한 대가로 먹을거리를 구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기만 한다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별난 침팬지의 사냥은 다른 즐거운 선택의 기회를 포기하는 기회비용이 발생했다.


생명체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먹을거리를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한다. 아무 활동도 하지 않고 그저 앉아서 먹을거리를 얻을 수는 없다.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들도 더 많은 수분을 구하기 위해 뿌리를 땅속 깊이 내리고, 태양의 에너지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 생명체가 먹고살기 위한 노력은 즐겁게 놀거나 또 다른 가치 있는 것을 포기하는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생명체의 먹고살기 위한 활동은 경제활동이라 할 수 있다.


아득한 옛날 별난 침팬지가 먹을거리를 구하는 일이 하루의 일과이자 생활의 전부였다. 척박한 자연에서 먹을거리를 구하는 일은 늘 어렵다. 별난 침팬지가 나무에서 내려온 것도 적은 노력으로 많은 식량을 구하기 위한 경제 전략이었다. 한마디로 그들은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를 얻으려는 경제적 선택을 했다.


나무에서 내려온 별난 침팬지는 기술을 혁신할 수 있었다. 나뭇가지를 잡지 않아도 되고, 자유롭게 두 손을 사용하게 되었다. 두 손의 사용은 경제활동의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 두 손으로 열심히 돌을 갈아 뾰족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정성 들여 만든 돌도끼와 돌화살촉으로 들소 사냥을 나섰다. 별난 침팬지는 도구를 개량해 큰 사냥감을 포획하는 성과를 보였다.


아득한 옛날 별난 침팬지는 넓은 평원에서 사냥과 채집에 의존하며 살았다. 그들은 들소 같은 육식 동물을 사냥하거나 식물성 먹을거리를 구했다. 당시에는 냉장고가 있을 리 만무했고, 식량을 오래 두고 보관할 방법이 없었다. 식량은 쉽게 부패하기 때문에 그때그때 먹을 양만큼만 구했다. 더 많이 갖고 싶어도 그렇게 할 만한 기술을 갖지 못했다. 욕심을 버리고 싶어 버린 것이 아니라 버리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었다.


사냥 도구와 농기구가 완전하게 발달하기 전이라 수확량이 늘 부족했다. 각자가 배불리 먹을 수 있을 만큼의 식량을 구할 형편이 아니다. 그것도 혼자 사냥하러 갔다가는 들소한테 오히려 당하기 딱 좋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먹을 수 있을 때 배불리 먹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설혹 부자가 되고 싶다고 해도 먹고 남는 게 없으니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별난 침팬지들은 같이 사냥하고 서로 나눠 먹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먹고살기에 빠듯한 별난 침팬지의 공동체 사회에서는 더 가진 자와 덜 가진 자가 존재할 수 없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나올 수 없는 사회라 평등한 사회가 될 수밖에 없었다. 신분 격차도 없고, 계급의 높낮이도 존재하지 않았다. 무엇을, 어떻게, 누가 가질 것인가는 근본적 경제문제조차 발생하지 않는다. 먹고사는 데 필요한 식량을 합심해서 구하고 똑같이 나눠 갖는 그런 사회가 될 수밖에 없었다.


별난 침팬지의 원시사회는 공동 생산과 분배라는 공동체 경제 양식을 따를 것을 강요하지 않았다. 그렇게 해야 살 수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터득했다. 기술 진보를 통해 획기적으로 식량 생산이 증대하기 전까지는 이 같은 전통이 이어졌다. 아직 절대 권력자가 존재하지 않는 평등사회라 공동 생산과 공동 분배라는 경제체제가 유지되었다.


별난 침팬지는 돌도끼나 돌화살촉 같은 저급한 사냥 도구로 이용했다. 생산기술이 크게 낮아 별난 침팬지의 수확량은 늘 먹고살기 빠듯했다. 더구나 혼자서 무언가를 하기에는 너무 위험했다. 그들은 무리 지어 사냥하고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은 계급도 나타나지 않았고, 누가 더 가지고 덜 가지는 일도 없었다. 공동으로 생산하고, 공동으로 분배하고, 공동으로 의사를 결정하는 인류 최초의 경제체제인 원시 공산 사회가 등장한 것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맞아. 미우나 고우나 살아남으려면 뭉쳐야 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별난 침팬지가 자발적으로 공산 사회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혼자 들소를 때려잡을 수만 있다면 고기를 독차지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자기 가족은 늘 배불리 먹고 행복할 수 있었다. 청동기나 철기를 사용하기 전까지 변변치 않은 도구로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돌도끼를 갖고 혼자 농사지어봤자 소출은 빈약하고, 돌도끼를 들고 혼자 들소 사냥을 나갔다가는 받혀 죽거나 굶어 죽기 딱 좋았다.


별난 침팬지는 미우나 고우나 함께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것은 별난 침팬지가 선택할 수 있는 슬기로운 경제생활이다. 인지 혁명으로 머리가 크게 좋아진 별난 침팬지는 끊임없이 기술을 혁신했다. 모험적인 침팬지는 더 많은 것을 차지하기 위해 밤잠을 설쳐가며 도구를 개량했다. 생산량이 대폭 증가하자 이익을 많이 남긴 별난 침팬지는 새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결단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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