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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Jan 10. 2023

별난 침팬지가 받은 프로메테우스의 선물

프로메테우스의 선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신 제우스(Zeus)는 인간이 불을 사용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그는 인간이 불을 사용하는 순간 신들을 경배하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인간으로부터 불을 빼앗아 신전으로 가져왔다. 제우스는 불을 인간이 접근할 수 없는 곳에 보관했다. 이것을 안타깝게 여긴 프로메테우스(Prometheus)는 하늘로 올라가 몰래 태양의 마치에서 불을 훔쳐 인간에게 선물했다. 인간은 광명을 찾았고 새로운 문명을 위해 힘차게 나아갈 수 있었다.     

 

한편 이 사실을 안 제우스는 크게 분노했다. 그는 프로테우스를 쇠사슬로 묶어 코카서스 산의 바위에 매달았다. 매일 독수리가 날아와 그의 간을 쪼아 먹었다. 안타깝게도 프로메테우스는 불사신이라 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매일 간이 살아난다. 그러니 날마다 독수리에게 간을 뜯기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찾아준 참으로 고마운 신이지만, 그가 받아야 할 고통이 무척 가혹하다.      


신화는 신화일 뿐이지만 제우스 신이 직접 관리할 만큼 불은 소중한 존재다. 진화론자 다윈은 인류가 불을 발견한 것은 언어의 발견만큼이나 진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다윈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불은 인류의 발전에 너무나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인간이 불을 사용하게 되자 깊은 암흑을 몰아내고, 밤마다 울부짖는 늑대의 울음소리에도 겁을 먹지 않게 되었다. 

    

인간은 불로 무기를 만들고 농기를 만들고 집안을 밝혔다. 불은 참 많은 것을 가져다준 소중한 존재다. 불이 인류에게 가져다준 많은 것 가운데서 불로 요리를 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불로 만든 요리는 인간의 신체와 두뇌 발달에 끼친 영향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인류가 지금과 같은 뛰어난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두뇌 덕분이다. 여기에는 익힌 요리의 질적 우수성과 풍부한 영양분이 크게 한몫했다.      


불에 익힌 고기와의 첫 만남

"얘들아, 이리 와바!!"

"왜 뭔데?"

"여기 봐, 사슴 고기가 있어!!"

"그렇구나, 먹자"

"그런데 고기가 부드럽고 엄청 맛있네"

"맞아!! 정말 부드럽고 연하네"


별난 원숭이들이 산불이 지나간 숲에서 불에 익은 사슴 고기를 먹으면서 한 말이다. 실제 이들이 이런 대화를 했을 리는 없다. 그들이 처음 불에 익은 사슴 고기를 먹었던 우연한 사건을 이렇게 표현했다. 별난 침팬지는 산불이 난 자리에서 맛본 불에 익은 고기 맛을 잊지 못했다. 그런 그들이 불을 피우는 방법을 알고 난 후, 모닥불을 피워놓고 고기를 익혀 먹기 시작했다. 


인류는 약 140만 년 전 처음 불을 사용했다는 주장이 있고, 그보다 오래되지 않은 약 30만~50만 년이라는 설도 있다. 인류의 조상이 처음 불을 사용한 시기는 약 100만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설이 많다. 어느 주장을 받아들여도 처음 불을 사용한 별난 침팬지는 약 180만~30만 년 전까지 존재했던 직립하는 인간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이다. 호모 에렉투스의 뇌 용량은 900~1,100cc로 그 이전보다 대폭 성장한 것이 사실이다. 


호모 에렉투스는 불을 사용했고, 불을 이용한 요리를 먹었다. 그들의 두뇌는 그들의 선조 침팬지보다 월등히 컸다. 불을 이용한 조리법으로 에너지 효율성이 크게 향상했다. 그 결과 두뇌로 가는 에너지의 양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그 결과 별난 침팬지 중 진화의 마지막 주자인 호모 사피엔스의 뇌 용량은 1,300~1,600cc로 커졌다.   


요리법의 발달은 인간의 진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는다. 불을 이용한 요리법이 도입되면서 인간이 인간다워졌고 완전한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수렵이든 채집이든 자연에서 구한 식재료를 가지고 요리하는 것은 인간만이 유일하다. 날것을 그대로 먹던 유인원에 불과한 인간이 음식을 익히거나 삶아서 먹는 요리법을 개발하면서 원초적 동물의 지위에서 벗어났다.  


동물과 인간을 구별하는 여러 기준 가운데서도 요리만큼 뚜렷한 것도 없다. 생존을 위한 동물적 본능과 식탐을 위한 인간적 욕망을 가르는 경계선에 불로 익힌 요리가 있다. 그뿐만 아니다. 어떤 요리를 먹느냐에 따라 사람의 성격에도 차이를 보인다. 요리는 체형과 성격을 만드는 데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어릴 때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한 사람은 몸집이 작고 뇌 발달도 더뎠다고 한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영양분이 두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말이다. 


이 정도면 요리를 단순히 음식 만드는 행위로만 볼 것은 아니다. 요리는 분명 문명의 발전에 기여했고, 문화적 소양을 키우는 데도 이바지했다. 요리가 생존에 필요한 열량 생산에서 욕망 소비로 진화하는 데는 불의 역할이 작지 않다. 별난 침팬지에게 불을 선물한 대가로 고통받는 프로메테우스 신을 위해 묵념이라도 올려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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