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사회적으로 용인된 미친 짓이거든...

by Hen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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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지면 다 미치게 돼.

사랑은,

사회적으로 용인된 미친 짓이거든."

- 영화 'Her' 중에서


사랑은 아름다워라

처음 사랑에 빠진 연인의 뇌 상태는 마약을 복용한 사람의 뇌 상태와 비슷하다. 사랑에 빠진 사람도, 필로폰을 맞은 사람도 머릿속에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마구 분비된다. 뇌 속의 도파민 수치가 올라가면 엄청난 집중력을 보이고, 마약이나 도박에 중독된 것처럼 온통 황홀경에 빠지기도 한다. 사랑에 빠지면 도파민과 함께 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도 늘어난다. 이들 신경전달물질은 몸을 과도하게 활성화하고, 신경과민, 불면, 식욕 저하, 떨림, 두근거리는 가슴, 가빠지는 호흡을 유발한다. 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 느끼는 그 증상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불같은 사랑에 빠진 사람은 온통 그 사람 생각으로 강박관념에 빠진다. 마치 정신장애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의 머릿속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과도한 강박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 머릿속의 세로토닌의 농도와 사랑에 빠진 사람의 세로토닌 농도가 비슷하다. 세로토닌이 적게 분비되면 어떤 행동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 바로 처음 누군가 사랑하게 될 때 느끼는 기쁨, 행복, 불안감, 초조함 등의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이 이래서 생긴다는 것이다.


사랑이 머릿속에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에 따른 것이라면 사랑도 중독의 위험성을 가진다. 중독은 마약이나 알코올 같은 물질이 주는 쾌감을 빠져 허우적거리거나 도박과 쇼핑 같은 행동을 끊지 못하고 갈망하고 매달리는 현상이다. 이들 물질이나 행동은 뇌의 쾌락 중추를 강하게 자극함으로써 쾌락 물질인 도파민을 샘솟게 한다.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해도 쾌감을 느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강도를 높여야 쾌감을 느끼게 된다. 한 번 중독에 빠지면 우리 뇌는 도파민의 쾌락으로부터 헤어나지 못한다.


우리 몸은 비정상적인 상태를 원래의 안정적인 상태로 되돌려 놓는 항상성(恒常性) 기능이 있다.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물질과 각종 호르몬의 분비량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몸이 건강하다. 평소와 달리 외부적 요인 때문에 도파민이 계속 과하게 분비되면 우리 몸은 도파민 농도를 정상 상태로 되돌려 놓는다. 흡입하는 물질의 양이나 행동이 더 강해져야 도파민 농도가 강해져 다시 쾌감을 느낀다. 이것이 바로 중독 증상이다.


사랑에 중독될 수 있다.

사람도 사랑에 중독될 수 있다. 사랑에 중독되면 남녀관계가 기이하게 변한다고 한다. 사랑 중독에 빠진 사람은 좋아하는 대상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고 집착한다. 자기는 사라지고 오직 상대만 존재하고, 깨어 있는 대부분 시간을 그 혹은 그녀에게 몰입한다. 모든 에너지와 관심을 상대의 일거수일투족에만 집중한다. 상대가 자기를 떠나기라도 하면, 온 세상을 잃은 것처럼 낙담하고 절망한다. 이런 사랑은 집착을 낳고 상대를 놓아주지 못한다.


건강한 사랑은 상대에게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고, 서로의 건강한 마음을 배려하고 격려한다. 상대가 눈에 보이지 않아도 믿고 그를 다시 만날 때까지 차분히 기다려준다. 이에 반해, 병적이고 중독에 빠진 사랑은 자기를 돌보지 않고, 오직 상대의 기분과 관심에만 맹목적으로 헌신한다. 상대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하고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하다. 자기는 사라지고 오직 상대만 떠오르는 그런 비정상적인 상태가 되면, 상대를 떠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사랑중독은 마약중독이나 알코올중독보다 더 해결하기 어렵다고 한다. 마약중독이나 알코올중독은 겉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약물로 치료하거나 격리를 통해 강제로 행위를 중단시킬 수 있다. 사랑 중독은 겉으로 보기에는 자상하고 끔찍하게 자기를 사랑하는 걸로 착각한다. 사랑 중독에 빠진 사람은 매우 헌신적이고 애정을 쏟는다. 상대는 연인이 자기를 너무나 사랑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지극 정성으로 자신을 대하고 생활의 모든 일정을 자신에게 맞춰주는 사람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세상 연인들의 사랑은 모양이 각양각색이다. 사랑 중독에 빠진 사람은 상대 생각으로 정신적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비한다. 평소에는 느끼지 못하다가 이별의 순간에 심각한 중독 증상이 나타난다.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끊임없이 상대에 집착하고, 애원하고, 매달린다. 이별의 원인이 자기에게 있다고 자책하며 스스로를 책망한다. 사랑이 떠나고 나면 다음 사랑이 올 수 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한다.


건강한 사랑과 건강한 이별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이 자신을 멀리하고 떠나겠다고 쉽게 받아들이는 건 누구나 힘들다. 갈등과 오해를 풀고 사랑을 되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 그런 노력조차 소용없다고 깨닫고 나면, 정상적인 사람은 이별을 받아들인다. 상대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한 번 떠난 사랑이 돌아오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이별의 고통이 마음을 갈가리 찢어놓아도 묵묵히 일상을 이어간다. 자기 성찰을 하며 흐르는 세월 속에서 이별의 상처를 잊는다. 그리고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면 더 성숙하게 맞아들이다.


건강하지 못한 사랑 중독에 빠진 사람은 연인의 이별 통고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식어버린 상대의 감정을 인정하지 못하고 되돌려 놓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것을 진정한 사랑이 착각해 집착하고 매달린다.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단순한 관계였을 뿐이다. 그 관계가 끝남을 사랑이 끝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상대의 마음을 돌릴 수 없을 때는 파괴적으로 돌변한다. 끝내 결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은 자살, 스토킹, 성폭력과 같은 가학적인 방법으로 상대에게 집착하고 해코지를 한다.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 있다. 사랑에 빠진 연인의 머릿속에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폭발적으로 샘솟는다. 그것이 사랑의 결과물인지, 원인인지, 아니면 부산물인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사랑이 신경전달물질과 신경회로의 작동을 과도하게 활성화한다고 해서 사랑의 감정을 모두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사랑에 빠진 연인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관찰할 수 있다. 헤어질 때 나타나는 과도한 집착이나 폭력적 행동은 특정 신경전달물질의 과다 분비와 과소 분리 때문에 생기는 사랑 중독의 부정적인 결과물이다.


한 번 떠난 사랑은 되돌리기가 힘들다. 머릿속 사랑의 화학물질 농도가 줄었기 때문이다. 사랑의 원인이 아니라도 사랑의 결과물인 도파민 농도가 일상으로 돌아왔다. 묽어진 도파민 농도를 다시 진하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참 어려운 숙제다. 평소 농도를 잘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떠나간 사랑이 마음을 달리 먹는다고 돌아올 거리면 이별의 아픔을 맛보지 않을 것이다.


마음을 되돌리는 일은 사랑의 화학물질 농도에 달렸다면, 떠나는 사랑을 붙잡기는 사실상 어렵다. 다시 돌아온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다. 어쩌면 그런 사랑은 다행히 도파민이 완전히 고갈되지 않았을 것이다. 줄어들기 시작한 초기에 상대의 마음을 잘 알아차리고 잘 대처했다. 아쉽지만 대부분 연인은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잘 감지하지 못한다. 그러니 건강한 사랑이라면 건강한 이별을 받아들일 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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