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여도 외롭지 않아야 사랑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다.

by Hen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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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행복하고 즐겁기만 하다면 뭐가 문제인가?

마약을 흡입하면 도파민이 솟아 쾌락을 느낀다. 사람은 근심과 걱정을 잊고 황홀경에 빠진다. 골치 앞은 문제도 없어지고, 불안감도 사라진다.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것 같은 용기가 샘솟는다. 천국이 따로 없다. 바로 이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이런 지극한 쾌감과 즐거움으로 세상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문제는 이런 행복감이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는 데 있다. 마약 같은 외부의 화학물질은 쾌감의 도파민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낸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도파민을 생성하는 두뇌 기관과 그것을 전달하는 신경회로가 망가진다. 두뇌가 정상 메커니즘에 따라 도파민을 분비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들어온 화학물질이 강제로 도파민 분비샘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알고 처음 약물을 접한 사람도 약을 끊었다. 약을 끊고 나니 외로움과 허전함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약을 하기 전보다 고통과 불안감의 수치가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몸이 떨리고 환청과 환각 증세까지 보였다. 웬만한 의지로는 견딜 수 없어 다시 마약에 손을 댄다. 이것이 중독에 빠진 사람이 겪는 무서운 금단증상이다.


견디다 못해 다시 마약을 흡입한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약을 먹어도 즐거움과 쾌감이 예전 같지 않다. 같은 흡입량으로는 도파민이 솟지 않고, 즐거움과 쾌감이 생기지 않는다. 왜 그럴까. 그 비밀은 우리 인체가 비정상적 상태를 정상상태로 되돌리는 항상성 기능에 있다. 외부 화학물질이 발생하는 과도한 도파민 분비량을 정상 상태로 되돌려 놓았다. 한 번 중독에 빠지면 헤어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방법은 둘 중 하나다. 이참에 약을 완전히 끊든지, 아니면 복용량을 늘리든지 해야 한다. 대부분 중독자는 복용량을 늘리고 중독성 행동을 강화한다. 이제 외부 화학물질이 주입되면 두뇌의 도파민 샘과 그것을 전달하는 뇌신경 회로가 견디지 못한다. 두뇌의 신경망이 너덜너덜해지고 엉망이 된다. 뇌는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비정상적이고 엽기적인 행동을 유발한다.


왜 사랑에 중독될까?

사랑도 이 같은 무서운 중독성을 띤다는 것이다. 사랑 중독의 특성은 연인을 통제해서 즐거움을 얻고, 연인이 곁에 있어야 살맛이 난다. 물론 정상적인 연인들도 이런 감정을 느끼지만, 그 정도가 다르다. 사랑 중독에 빠진 사람은 모든 즐거움과 행복의 근원은 연인에게만 있다. 연인과 함께할 때만 불안감, 우울, 고통을 잊을 수 있다. 연인을 보지 못하면 불안해지고, 연인과 헤어지면 죽을 듯한 불안감에 휩싸인다. 연인과 헤어지기라도 하면 엄청난 금단증상이 나타나고, 자칫하면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이 발생한다.


무엇이 이 같은 사랑 중독을 유발할까? 사람은 누구나 우울함, 불안감, 슬픔, 고통을 경험하고, 이것들을 없애기 위해 노력한다. 정신이 건강한 사람은 고통이 아무리 심해도 시간이 지나면 이겨낸다. 어떤 아픔이라도 스스로 극복해 일상으로 돌아온다. 반면에, 중독에 빠진 사람은 이런 고통을 해결하지 못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심해진다. 스스로 이겨내지 못하는 사람은 외부의 무언가에 의지해 해결하려 한다.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마약 중독일 수도 있고, 비정상적이고 파괴적인 사랑 중독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중독에 빠지기 쉬운 사람의 심리 상태에 문제가 있다. 쉽게 우울함과 불안감에 빠지거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마음이 문제다. 이런 사람은 낮은 자존감 때문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대개 어린 시절의 학대나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자라는 과정에서 과도한 경쟁에 노출되고, 위로해 줄 사람이 없을 때 불안감과 외로움이 상승한다. 상실감과 박탈감을 반복적으로 체험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그 결과 뇌의 신경회로가 정상적으로 자리하지 못했다.


사랑 중독 현상을 자세히 설명한 미국의 유명한 심리학자 브렌다 쉐퍼(Brenda Schaeffer)의 『사랑 중독』(이너북스, 2010)을 읽어보자. 이 책에서 쉐퍼는 아동기에 충족되지 않았던 욕구를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충족하는 현상을 '사랑 중독'으로 정의한다. 인간은 사랑을 통해 서로 위로하면 건강한 삶을 산다. 사랑을 통해 연인을 배려할 줄 알고, 자기 삶을 통제할 줄도 안다. 그러나 사랑 중독에 빠진 사람은 불안하고 우울한 감정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한다. 오직 연인을 통해서만 자기 마음을 위안받고 불안감을 해소한다. 쉐퍼는 어린 시절 충족되지 못한 욕구는 이 같은 연인에 집착하는 중독을 유발한다고 말한다.


계속 쉐퍼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랑에 중독된 사람은 상대에 의존해 불안과 외로움을 해소하려 한다. 그런 마음으로 상대에게 애절하게 매달린다. 이런 사람은 자기와 상대 사이의 경계를 긋지 못하거나 쉽게 사랑에 빠진다. 신뢰감을 갖지 못한 사람과 허물없이 대하거나 상대의 욕구와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만 성적인 관심을 보인다. 심한 경우에 자기의 개인적 가치를 포기하고, 급기야는 마음 편히 상대를 놓아주지 못한다. 집착이 심해져 상대방을 놓아주는 것을 두려워하고, 계속해서 상대에 매달린다는 것이다.


이들은 사랑하면서도 자기 성장 경험을 거의 하지 못한다. 무조건적 상대의 사랑을 기대하고 요구한다. 상대로부터 안정감을 얻기 위해 상대에게 맹목적으로 의지한다. 이런 사람은 연인과 잠시 헤어져 있을 때도 버림받은 듯한 기분을 느낀다. 습관적이고 익숙한 부정적인 감정에 휘둘리고 상대가 떠날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서 산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집착과 강박감이 사랑 중독의 전형이라고 쉐퍼가 말한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충분히 보호받고 사랑받을 권리가 있다. 아이가 배가 고파 울 때 엄마나 할머니가 곧바로 젖이나 우유를 먹임으로써 아이에게 안정감을 제공한다. 갓 태어난 아이가 배가 고플 때 아무도 돌봐주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은 치명적인 무서움이다. 이때 경험한 공포는 연인과 이별할 때 헤어짐의 두려움으로 불쑥 튀어나온다. 어린 시절 모성이나 보호자와의 분리에 따른 불안 증상은 성인이 되어 헤어짐의 공포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한 아이는 성인이 되어 자존감이 떨어질 수 있다. 몸은 어엿한 성인이고 좋은 직장에 다니지만, 내면은 여전히 미성숙한 상태로 남았다. 그런 사람은 어릴 적 경험한 분리불안을 연인으로부터 보상받으려 한다. 그런 사람의 관심은 오직 연인에게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무엇을 좋아할까? 그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랑 중독에 빠진 사람은 온 에너지를 연인에게 쏟아붓는 과민 상태가 된다.


혼자여도 외롭지 않아야 사랑 중독에서 벗어난다.

쉐퍼는 사랑 중독의 현상을 잘 설명하지만, 그 원인을 미성숙한 내면의 자아로 돌리는 한계를 보인다. 그의 주장은 어린 시절 상처받은 자아가 온전하게 자라지 못해 성인기에 정서적 고통을 겪는다는 ‘내면 아이’ 이론에 기초한다. 1980년대 초 존 브래드쇼라는 심리학자가 이 이론을 들고나와 큰 인기를 끌었는데, 나중에 과학적 근거가 희박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렇지만 어른이 되어 겪는 정신적 문제들의 가운데 어린 시절의 양육 환경도 중요한 원인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사랑 중독은 머릿속 신경전달물질의 비정상적인 흐름 때문에 발생한다. 어린 시절의 방임이나 학대도 중요한 원인이 된다. 자라면서 과도한 정신적 억압이나 경쟁이 주는 스트레스도 원인일 수 있다. 사람의 뇌는 매우 섬세하고 예민하다. 두뇌가 정상적으로 저라기까지 약 20년의 세월이 걸린다. 그사이에 경험하는 정신적 충격은 뇌 신경 회로의 이상을 유발할 수 있다.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인간은 더 고립되었고, 소외가 주는 불안감이 커졌다. 어디 한 군데 마음 붙일 데 없는 아이의 영혼이 망가지기 좋은 상황이다. 온전한 정신으로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은 어딘가에 빠져 그것에 기대며 산다. 세상의 모든 중독 현상이 그래서 나타난다. 사랑 중독도 그중 하나지만, 더 독하고 더 치유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사랑 중독에 빠진 사람은 이별을 건강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떠나는 연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고통을 주는 일이 잦다.


우리는 배우자와 아이들, 친구를 사랑한다. 사랑의 색깔은 다르지만, 그들을 진정으로 아끼고 좋아하는 마음은 같다.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을 겪었다고 모두 사랑 중독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맑고 고운 심성을 가진다. 그런 사람은 건강하게 사랑하고, 건강하게 이별을 맞이한다. 그렇다고 모든 연인이 다 이별하는 것도 아니다.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 한다면, 마음이 찢어져도 그 아픔까지 보듬고 살아간다.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겪는 이별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는 건 비정상적이다. 모든 것을 외부 환경 탓으로 돌리고, 또 외부에서 해결책을 찾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모든 사람의 어린 시절이 다 행복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것만으로 사랑 중독에 빠진 것을 정당화할 수 없다. 오직 연인에게만 매달리지 말고 스스로 자기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야 한다. 혼자여도 외롭지 않을 때 사랑 중독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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