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생활이 스트레스라면
사람은 좋아하는 무언가를 가져야 한다. 사물이나 물건이면 소장품이 되고, 활동이면 취미 생활이 된다. 두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취미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자기 발전에 도움이 된다. 규칙적으로 산을 오르기, 악기 연주하기, 수용하기, 요리하기 등 자기가 좋아할 만한 것을 택해 활동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큰돈 들이지 않고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취미 활동은 참 많다. 그림 그리기나 악기 연주는 숙련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 손에 익어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이런 취미 활은 초기에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 아무리 취미로 시작했지만, 실력이 늘지 않고 제자리걸음만 하면 자신에게 실망한다. 자기 딴에는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그 결과가 시원치 않을 때는 좌절감을 느낀다. 자칫하면 취미 생활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
주위에 골프 좋아하는 친구들이 늘 그런 말을 한다. 스트레스 풀려고 시작한 골프가 외려 스트레스를 팍팍 준다고 투덜거린다. 하긴 내가 해봐도 골프만큼 사람 속을 박박 긁어대는 취미 생활도 드물다. 따지고 보면 그림 그리는 일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골프 실력이 느는 것도 운동 능력이 있는 사람이 유리하듯, 그림도 재주가 있는 사람이 유리하다. 안타깝게도 나는 둘 다 아닌 것 같다. 그러니 내가 그린 그림을 보고 만족하기가 여전히 쉽지 않다.
화실 가는 일이 신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 원하는 대로 물감을 칠하지 못하고, 뜻한 대로 진도가 나아가지 않을 때는 특히 더 그렇다. 토요일 아침 9시 30분까지 화실에 간다. 오늘 아침에는 솔직히 가고 싶은 의욕이 떨어졌다. 오늘은 가지 말고 다음 주가서 더 열심히 할까? 아침에 일어나니 핑곗거리를 찾았다. 잠시 미적대다가 놀더라고 물감을 가지고 노는 게 낫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급히 옷을 입고 화실로 왔다.
샷을 추가한 따뜻한 아메리카노 두 잔을 들고, 화실 문을 열었다. 그래 바로 이 분위기야!! 화실 풍경이 눈앞에 들어왔다. 이미 한 사람이 나와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래, 놀더라도 여기서 놀면 감각이라도 익힐 거야. 뭐 그런 생각으로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지난주 토요일 그리던 그림을 펼쳤다.
이게 뭐야? 그림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색칠도 어둡고 수채화의 장점인 투명함도 보이지 않는다. 꽃잎의 경계선도 모호하고 밝은 부분도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뭐가 문제지? 잠시 생각에 잠긴다. 그렇다. 꽃잎이 너무 많기도 하지만, 실물이 아니라 사진으로 보니 꽃의 암술과 수술 주위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경험이 많은 사람은 한두 번 그려본 게 아니라서 쉽게 그려낼 수 있다. 그러나 내게는 안쪽 어두운 부분이 보이지 않아 복잡해도 너무 복잡하게 보인다. 스케치부터 엉성하고 깔끔한 맛이 없다.
처음 그림을 시작할 때 조금 더 색칠 연습을 해야 했다. 몇 번의 스케치와 색칠하기를 끝내고 해바라기를 그렸다. 해바라기는 꽃 모양이 단순해서 그리 어렵지 않게 그릴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꽃잎이 잘게 쪼개진 그림을 그리는 데 힘이 든다. 꽃잎이 많은 꽃은 잎과 잎의 경계를 잘 구분해야 한다. 그것은 스케치와 물감의 농도 조절에 달렸다. 여기서 막혀 옴짝달싹을 못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일단 붓에 물감을 묻혀 덧칠을 시작했다. 색칠할수록 그림이 어두워진다. 이게 뭐지? 붓을 놓고 곰곰이 생각했다. 이렇게 어영부영 그림을 완성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차라리 꽃잎의 색감 조절과 물의 농도 조절을 더 익힐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초심으로 돌아가자. 방향을 잘못 잡고 속도에만 신경을 쓴 쓰라림을 맛본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익혀야 나중에 혼자서도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나를 다독였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을 믿어보기로 했다.
지금까지 그린 그림을 옆으로 치웠다. 선생님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선생님은 꽃 실물을 보지 않고 사진을 보는 것 때문에 어려울 수 있다고 격려한다. 또 꽃잎이 너무 많고 잘게 쪼개져 있어 그런 거니까 이번 기회를 넘기면 실력이 한층 는다는 말도 해준다. 마지막으로 결정타 한 말씀, 지금처럼 세밀한 꽃 그림 말고 풍경화를 그리면 훨씬 좋아질 거라고 한다. 진짜 그럴까? 발전은 늘 불연속이라 했으니, 그렇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일단 지금 고비를 넘기고 그때 가서 판단해 보자.
잘 그리고 싶은 욕심 때문에 속상할 때가 많다. 그런 욕심이 없으면 실력이 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의욕만 앞서고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면 그건 뭔가 잘못된 것이다. 체계적인 방법으로 학습하지 않고 성과에 급급했을 것이다. 그림을 그리든, 악기를 배우든, 골프를 치던 항상 기초가 중요하다. 처음 배울 때 제대로 배워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 법이다. 그래야 취미 생활이 즐겁고 신난다. 마지못해 억지로 하는 것치고 제대로 된 결과를 볼 수 없다.
그림 그 참 어렵다. 날이 갈수록 화가와 전공자들이 존경스럽다. 도대체 그들은 얼마나 붓질을 많이 했을까? 얼마나 많은 도화지를 갈아치웠을까? 그 긴 세월을 생각하지 않고 그들 그림만 못하다고 스트레스받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렇지만 해도 너무 실력이 늘지 않는다면 그땐 어떻게 해야 할까? 취미 생활은 어느 정도 만족해야 할까 궁금하다. 그림 그리기라는 내 취미 생활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