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히 먼 시장경제를 향한 침팬지의 첫걸음

by Hen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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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시장

별난 침팬지가 건설한 고대의 제국에는 생기 넘치고 화려한 도시들이 탄생했다. 도시에는 상상할 수 없는 향락과 부가 넘쳐났다. 농민과 노예는 땡볕 아래서 일하고, 높은 세금으로 허리가 휠 지경이다. 하루 살기 고달픈 농민은 도시의 생활을 꿈도 꿀 수 없다. 이런 와중에도 귀족들의 소비와 쾌락을 위한 물건이 사고 팔렸다. 눈 밝은 별난 침팬지는 재바르게 도시 한구석에 시장을 열었다.


도시의 시장은 생산적 기능을 하지 못했다. 농촌에서 생산된 작물이나 원료를 가공해서 만든 완제품을 거래하는 곳은 아니다. 완제품을 생산할 만한 기술을 갖추지 못했다. 도시는 농촌의 생산물을 그대로 가져와 소비하거나 기껏해야 외국의 진귀한 물건을 거래하는 데 그쳤다. 고대의 시장은 생산적 기능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도 보이지 않는 귀족들의 거대한 욕망의 소비처였다.


도시는 농민과 노예가 뼛골 빠지게 생산한 생산물을 착취했다. 왕족이나 귀족은 일하지 않고 먹고, 마시고 즐기는 소비 집단이었다. 고대 국가의 도시는 농촌의 힘든 노동에 기생해 향락을 일삼았다. 게다가 외국의 곡물과 향수, 향신료 등 귀족을 위한 사치품을 거래하느라 국고를 낭비했다. 이처럼 고대 도시의 시장은 향락이 거래되고, 쾌락이 소비되는 장소에 불과했다.


고대 도시에 시장이 열렸다 해도, 농민과 노예와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 활발히 이루어지는 거래는 오직 귀족의 사치를 위한 것이다. 소수 귀족의 전유물인 시장은 전체 인구로부터 분리된 존재였다. 많은 사람이 시장에 가서 물건을 팔고, 돈을 버는 그런 시장은 아직 출현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시장이 사회 전체의 기반 시설로 확장할 수 없었다.


고대 국가는 황제, 귀족, 성직자가 경제를 쥐락펴락했다. 농민과 노예는 뼈 빠지게 일만 하고 수확 대부분을 이들 지배계급이 가져갔다. 고대 사회에서 부는 권력을 가진 사람의 것이다. 당시에는 권력 이외의 방법으로 부를 축적하는 길은 없었다. 이 시기에도 상인이 존재했지만, 이들이 부를 확장하는 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


고대 국가의 부는 활발한 경제 활동의 대가가 아니다. 생산과는 무관한 정치, 군사, 종교 권력에 주어지는 보상일 뿐이다. 열심히 농사짓고, 경제 활동을 한다고 해서 부를 축적하는 것은 아니다. 부의 기반인 토지를 소유한 계급만 부를 가질 수 있었다. 타민족을 정복해서 잉여 생산물을 착취하는 것도 중요한 부의 원천이다. 하지만 지속적인 부의 원천은 농민과 노예의 잉여생산물을 착취하는 것이다.


고대 국가는 기술 발전과 농업 생산 증대에는 관심이 없다. 생산성 향상을 통한 경제 성장에 눈을 돌리지 않았다. 파이를 키워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분배하는 사회적 시스템이 형성되지 않았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민족의 침략과 정복 전쟁은 늘 사회를 불안하게 했다. 그러다 보니 부의 축적 과정도 경제 활동을 통하지 않고, 정치권력과 군사 권력의 전유물로 전락했다.


시장경제를 향한 별난 침팬지의 첫걸음

부가 소수 귀족의 손에 있는 한, 고대 도시의 시장에는 다양한 물건이 거래될 수 없다. 구매력을 가진 귀족이 원하는 물건만 거래되었다. 노예는 생산도구로 간주하던 시절이라 고대 국가의 시장에서는 노예도 거래되었다.


현대의 시장은 거의 모든 것을 사고판다. 사랑과 우정, 효도와 봉사까지 모든 것을 대신해 주는 사람이 시장에 등장했다. 현대 시장에서는 돈만 있으면 못할 것이 없고, 구하지 못할 것이 없다. 고대 국가의 시장은 아직 여기까지는 한참이나 먼 세월이 남았다. 이제 갓 문을 연 시장의 가게에는 물건이 너무 부족했다.


별난 침팬지가 개설한 고대의 시장에서는 구할 수 없는 것이 많다. 시장에서 구할 수 없는 물건을 사람이 직접 만들었다. 아직 효나 봉사 같은 것들이 상품으로 등장할 수 없는 아득한 시절이다. 마을이나 도시 공동체는 배려와 상호부조 같은 미덕을 공유했다. 자본주의가 고도화되기 전까지 공동체 사회는 서로 돕는 아름다운 미덕을 가졌다. 시장의 부족함은 오히려 사람 사이의 선의와 배려를 나누는 힘이 된다.


어느 시절이든 꾀가 많은 별난 침팬지가 있는 법이다. 그런 별난 침팬지는 여러 가지 상거래 제도를 개발했다. 고대 그리스의 무역 중심지인 델로스섬과 로도스섬에서는 해상 보험, 해상 대부, 지로 은행업의 초기 형태가 발전하고 있었다. 고대 국가 내부에서 상업적 부를 창출하려는 움직임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로도스 섬은 기원전 약 900년경에 가장 오래된 해상 거래법을 만들 정도로 이재에 밝았다.


시장은 귀족의 놀이터에서 영역을 조금씩 확장해 나갔고, 서서히 상업적인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아직 시장은 예외적이고 고대 국가의 도시 몇 군데만 존재했다. 별난 침팬지가 개설한 시장은 자본주의의 시장경제를 향한 긴 여정의 첫걸음이다. 드디어 별난 침팬지는 시장경제로 나아가는 장대한 첫걸음을 뗀 것이다.


미래는 늘 현재 속에 씨를 뿌리고, 그 싹을 틔운다. 그 후 오랜 시간 주변 환경의 자양분을 받고 자란다. 다 자란 미래는 끝내 현재라는 두꺼운 표피를 깨고 나온다. 그렇게 세상은 경제체제도 바뀌고 세상도 바뀐다. 우리 삶도 그럴 것이다. 내일이라는 희망은 고단한 현실 안에서 움을 틔우고 살아간다. 언젠가는 희망은 질곡의 현실을 깨고 찬란한 꽃을 피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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