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박한 원석을 연마해 다이아몬드를 만든다.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보석상이 모여 있는 뉴욕 맨해튼 5번가의 이른 아침. 여인의 마음을 매혹하는 보석들이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았다. 검은 선글라스에 검정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여인이 택시에서 내린다. 그녀는 보석상 '티파니(Tiffany)'의 진열장으로 다가간다. 베이글과 커피를 마시면서 유리창 너머 보석을 바라본다. 오드리 헵번을 '세계가 사랑한' 여인으로 만든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오프닝 신이다. 티파니의 다이아몬드는 지금도 여인들의 마음에 유혹의 불을 집힌다.
눈부신 다이아몬드도 처음에는 투명한 돌덩이에 불과했다. 돌덩이는 장인들의 섬세한 손길과 연마 기술 덕분에 아름다운 다이아몬드로 변신한다. 원석을 자르고 표면을 연마하여 광택을 낸다. 그 과정에서 원석의 불필요한 부분이 뭉텅 잘려 나간다. 커다란 원석을 연마하고 나면 다이아몬드는 크게 쪼그라든다. 투박한 원석이 뭉텅 잘려 나가는 아픔을 품은 황홀한 다이아몬드는 여인의 마음을 뒤흔든다.
2015년 11월 아프리카 보츠와나의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커다란 원석(Lesedi La Rona)이 발견됐다. 지난 100년 동안 발견된 원석 중 가장 큰 크다. 역사적으로 봐도 네 번째로 큰 1,111캐럿의 원석이다. 이것을 연마하고, 가공하고, 광택을 냈다. 무려 18개월에 걸친 긴 연마 끝에 302.37캐럿의 화려한 다이아몬드(Graff Lesedi La Rona)가 탄생했다.
원석 하나를 3/1 가까이 잘라 내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다이아몬드를 만들었다. 다이아몬드 가공 경험이 풍부한 보석학자들조차도 이처럼 큰 원석을 연마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새로운 이미징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신기술을 이용해 원석을 컷팅했다. 정밀 레이저를 이용한 컷팅하고, 숙련된 장인의 셰이핑, 패시팅, 폴리싱을 거쳤다. 고도의 연마 과정을 거쳐 아무도 만들 수 없다고 생각했던 300캐럿의 다이아몬드를 만들었다.
토론은 투박한 주장을 논리로 만든다.
토론도 허무맹랑한 주장을 논리로 만든다. 어처구니없어 보이는 생떼를 빛나는 보석으로 가공한다. 아무 쓸모없는 생뚱맞은 말도 많은 사람들의 지적과 비판을 거치면 군더더기가 사라진다. 비판의 힘든 과정을 견디면, 어느 순간 제대로 된 주장이 된다.
아직은 설익은 주장이라 궤변에 가깝게 들린다. 사람의 독설과 날카로운 비판으로 잘라내면 주장은 세련된다. 격정적인 토론을 거치다 보면, 주장은 어느새 매끈한 논리로 둔갑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전문가의 비평과 비판이다. 그것을 마다치 않고 과감히 자기주장을 갈고닦는다면 흠잡을 데 없는 논리로 변한다.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멋진 주장이 된다.
토론은 억지스러운 주장을 그럴듯한 이야기로 만드는 재주가 있다. 피 튀기듯 치열하게 논쟁하고 독설로 속을 훌떡 뒤집으면 점차 곁가지는 떨어진다. 발표하는 사람은 생살이 찢기는 아픔을 맛본다. 참고 또 참고 견디면 군더더기가 덕지덕지 붙은 말도 점차 날렵해진다. 주장의 허점을 후벼 파는 비판가 덕분에 논리라는 아름다운 속살을 드러낸다. 이렇게 토론은 일상적인 주장을 논리로 만들고 언어의 보석으로 가공한다.
엄청난 힘으로 연마해야 다이아몬드 원석의 군더더기를 벗겨 낸다. 가벼운 힘으로 가공하면 잡티를 도려낼 수 없다. 그렇듯이 토론도 엄청난 비평에 직면해야 주장이 제대로 다듬어진다. 토론 과정에서는 자칫하면 피가 튀고 감정이 격해진다. 날카로운 비판이 가슴을 도려내는 아픔을 준다. 그것을 참지 못하고, 귀에 거슬려한다면 주장을 논리로 만들 수 없다. 타인의 따가운 이야기도 견뎌야 훌륭한 주장을 얻을 수 있다.
아름다운 다이아몬드는 여인의 마음을 훔친다. 하긴 남자라고 해서 잘 가공된 다이아몬드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연마의 험난한 과정을 거쳐 완성된 다이아몬드는 사랑을 듬뿍 받는다. 그렇듯이 토론을 통해 잘 가공된 논리도 사람의 마음을 끈다. 매끄럽고 군더더기 없는 주장도 사랑을 받는다. 토론은 주장을 논리로 가공하는 훌륭한 도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