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인의 컨설팅, 내부인의 비판】
나도 어느새 꼰대가 됐다.
“선배님!! 아이들을 잘 키웠는데 비결이 뭔가요?”
주말 모임이 있었다. 코로나 이후 제법 많은 사람이 모였다. 나이 터울이 10년도 더 된 후배들과 합석했다. 연구소 있거나 학교에 있는 친구들이다. 한창 일할 나이고 이런저런 고민도 많을 때다. 특히 아이들 교육 문제는 이들의 최대 고민이다.
오지랖 넓은 사람이 되느냐 마느냐 선택의 순간이다. 이런저런 할 말이 왜 없겠느냐만, 입을 다물어야 한다. 사실 이들이 원하는 건 내 이야기를 듣자는 게 아니다. 자기들의 고민을 들어달라는 말이다. 그걸 모르고 미주알고주알 주워섬기면 나 잘 낫다는 소리밖에 안 된다. 잘해야 꼰대 소리 듣기 딱 좋다. 말을 아끼고 얼른 화제를 딴 곳으로 돌린다.
사실 나도 꼰대가 맞다. 누가 조직 생활을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물어오면 충고하고 조언하려 든다. 아이들 이야기는 조심스러워하지 않아도, 내 경험을 들려주는 건 뭐 어때? 이런 생각으로 내심 흐뭇하다. 한때는 이런 일도 있었고, 그때는 그런 일이 있었다는 둥 말을 잇는다. 듣는 사람이 얼마나 지겨웠을까. 얼굴이 화끈거린다. 나도 어느새 꼰대가 되었다!!
왜 꼰대가 될까? 나이가 들어서, 직급이 올라서, 경험이 많아서? 다 일리 있는 말이다. 또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심리학 용어와 이론은 쌔고 쌨다. 많이 알려진 것들이라 제목만 훑어보자. 인지부조화, 인지 편향, 확증편향, 편향 맹점, 지능의 함정, 자수성가의 딜레마를 들 수 있다. 조직 내에서 흔한 권위에 의한 복종 이론도 빼놓을 수 없다.
거기다가 자기 합리화의 근거로 자주 등장하는 귀인오류와 인주부조화 현상도 있다. 뭐 이것 말고도 심리학적 이론이야 많다. 용어의 뜻은 사전을 찾아보거나 요즘 뜨거운 챗GPT에 물어보면 된다. 챗GPT가 지식이나 용어 설명은 기가 막히게 잘해준다. 그것만 잘 읽어보면 된다.
사실 이런 용어를 아는 건 의미가 없다. 핵심은 이런 많은 이유로 누구나 꼰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까닥 잘못하면 꼰대가 된다. 이 말들이 나한테도 해당한다는 것을 아는 게 중요하다. 특히 조직의 상사라면 더 그렇다. 부하 직원의 좋은 말만 듣고자 한다면 누구나 그렇게 된다. 부하 직원의 영혼 없는 칭찬을 너무 좋아하는 것은 정신 건강에 해롭다.
상사는 자상하다 하고, 부하는 지겹다고 한다.
상사가 부하 직원과 대화한다. 한없이 부드럽고 친절하다.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한다. 가끔 자기 말에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기도 한다. 그러면서 바람직한 직장생활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겉으로 보기에는 흠잡을 데가 없는 상사다. 젠틀하고 자상하게 보인다.
직원의 속내를 들어보자. 같은 이야기를 몇 번씩이나 한다. 지겹다. 부장님이 초임이던 시절과 지금은 환경이 아주 다릅니다. 언제 적 이야기를 아직도 하십니까? 그렇게 말하고 싶지만, 어느 안전이라고 감히 그런 말을 할 수 없다. 상사의 말에 맞장구를 친다. 이제나저제나 빨리 자리를 마쳤으면 좋겠다.
조직에서 상사가 하는 충고나 조언을 대놓고 싫다 할 수 없다. 회의 시간이나 정책 토론 때도 마찬가지다. 상사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할 때, 그걸 반대한다고? 목숨이 여러 개면 가능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직접적으로 반기를 드는 건 힘든 노릇이다. 잘못하면 괘씸죄에 걸리고, 잘해봐야 말끝마다 토를 다는 직원으로 낙인찍힌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조직의 상하 관계가 만든 힘의 불균형 때문이다. 심리학 용어들이 현상을 잘 설명한다. 그 모든 현상의 원인을 단 하나로 정리하면, 상사와 부하 사이의 권력의 비대칭성이다. 두 사람 사이의 권력이나 힘이 대등하면 누구도 갑질할 수 없다. 꼰대라는 말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카, 권력의 비대칭성이라? 좋은 말이다. 아니 좋은 말이라기보다 적절한 표현이다. 이 때문에 부하 직원의 상사의 말을 명령이나 지시로 받아들인다. 상사의 말에 좋다고 할 수밖에 없다. 직장의 계급 구조가 그렇게 만든다. 계급장 떼고 한 판 붙을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실제로 그랬다간 다음날 부하 직원의 의자가 치워져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조직 내 위계질서를 없애자는 말은 아니다. 그게 없으면 조직의 질서가 무너진다. 그렇지만 권력의 불균형 상태를 완화하는 시도라도 해야 한다. 평소 스스럼없이 의견을 나누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좋다. 부하 직원이 편안하게 반대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한다. 부하 직원이 상사의 뜻과 다른 의견을 어떻게 내겠는가. 힘이야 어차피 비대칭적일 수밖에 없다고 해도 분위기라도 누그러뜨리자.
부하 직원의 쓴소리를 귀담아듣는 상사라? 참 멋있다. 현실에서 그런 상사를 보기 힘들기 때문에 그렇다. 대개 나이가 들면 귀는 얇아지고, 싫은 소리는 멀리한다. 청각 기능에 이상이 없다고 해도 의미와 맥락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그걸 인지적 난청이라 부르자. 나이가 들면 우리는 쉽게 인지적 난청에 빠진다. 다음 글에서는 이 내용을 다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