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그림들, 확 쓸어버려?

【AI와 슬기로운 동거 생활】

by Henry

인공지능의 그림들

“뭐? 기계가 예술을 한다고?”

“무슨 말 같잖은 소리를 하나!!”


이런 말을 한 것이 불과 몇 년 전이다. 오래전의 이야기가 아니다. 도전과 응전의 시간일까? 아니면 협조와 조화의 시간일까? 사람은 AI의 거센 도전을 만났다. 강력히 응전해서 도전을 뿌리쳐야 할지, 아니면 함께 가야 할지 고민이다.


인간 화가의 작품을 모방하고 재해석하는 AI 화가들이 줄지어 등장했다. 마냥 지켜보기에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 하루가 멀다고 AI 화가들의 발칙한 도발이 이어진다. 유명 화가의 그림을 모방하다가 이제는 자기식의 화풍을 만들고 있다. 이것들을 확 쓸어버려? 이래저래 인간 화가들의 고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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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에이아이의 AI 화가 달리(DALL-E)가 네덜란드 작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모방하고 재해석했다. 달리는 44.5x39cm에 불과한 원작을 20배로 확대했다. 소녀의 얼굴만 클로즈업한 원작에다 소녀의 전신과 물건이 가득한 방을 추가했다. 오 이렇게도 그릴 수 있구나. 페르메이르의 예술성에다 AI의 독특한 시각을 결합한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뿐이 아니다. 달리(DALL-E)는 글자를 입력하면 그것에 어울리는 캐릭터를 생성해 준다. 아보카도 모양의 의자’라는 글자를 입력했다. 그러자 달리는 다양한 아보카도 의자를 그려냈다. 생각을 현실로 만드는 AI 디자이너인 셈이다. 달리는 이미지와 텍스트를 연결하는 원리를 학습했다. 산업 디자인 분야에서 달리와 협업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왼쪽은 그림은 점묘법을 개발한 프랑스 화가 조르주 쇠라의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1886)>이다. 쇠라는 고집스럽게 화폭에 색채의 점을 찍었다. 그는 2년에 걸쳐 308x207cm의 큰 그림을 오직 점을 찍어 완성했다. 구글의 AI가 쇠라의 그림을 모방한 다양한 버전의 그림을 그렸다. 그것도 눈 깜짝할 사이에 작업을 마쳤다. 이것 참 입맛이 쓰다.



인공지능 넥스트 렘브란트(The Next Rembrandt)는 렘브란트의 작품을 학습해 그의 생전 작품의 화풍을 그대로 재현했다. 어둠을 짙게 칠해 밝음을 돋보이게 하는 렘브란트의 스타일을 제대로 보여준다. 모방 실력에 있어서는 AI의 능력은 나무랄 데가 없다. 얄미울 정도로 빠른 시간 안에 작업을 마친다.


사진 출처 : 중앙SUNDAY 제826호


AI 시스템 미드저니가 40초 만에 선덕여왕을 그렸다. “선덕여왕, 한국의 고대 왕국 신라의 여왕, 붉은 한복 의상과 신라 금관 착용, 아르누보 화가 알폰스 무하 스타일로”라고 주문했다. 체코 출신의 화가 알폰스 무하(Alfons Maria Mucha) 풍의 스타일로 신라 여왕을 그리라고 단서를 달았다. 그러자 머리에 화려한 꽃장식을 하고, 신라의 전통 의상을 여왕이 탄생했다. 2천 년 전쯤의 신라 여왕의 모습을 무하 스타일로 재현했다. 도대체 신라가 어떤 나라인 줄 알기는 알까?


응전이 아니라 슬기로운 협업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 AI 미드저니


2022년 8월, 미국 ‘콜로라도 주립박람회 미술대회’가 있었다. AI 프로그램인 ‘미드저니’를 통해 생성한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이 디지털아트 부문에서 1등을 차지했다. 상금은 300달러(약 40만 원)에 불과했지만, AI의 수상 소식이 알려지자 논란이 일었다. AI가 그린 그림이 창작성과 예술성을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마뜩잖은 사람도 많다.


인공지능이 예술의 영역을 침범했다. 설마 기계가 예술을 할까? 방심한 사람들은 뒤통수를 강하게 얻어맞았다. 그렇다고 싶게 물러나면 사람이 아니다. 인간은 지금까지 늘 새로운 도전을 슬기롭게 극복했다. 숱한 도전에 지혜롭게 응전한 덕분에 지금 같은 문명의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18세기 사진기의 발명은 초상화나 사실주의 그림을 그리던 화가들의 숨통을 죄였다. 호사가들은 화가들의 시대는 끝났다고 방정을 떨었다. 그러나 인상주의 화가들이 등장해 이런 우려를 잠재웠다. 인상주의 화풍을 개척한 클로드 모네(Claude Monet)는 사진기가 보여주지 못하는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았다. 사진기라는 신기술의 도전을 보기 좋게 극복하고 새로운 화풍을 개척했다. 이것이야말로 인간 정신의 승리다.


인간 화가들이 AI 화가들의 도전에 응전할 것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인간의 아날로그 감성이 죽지 않는 한 예술은 종말을 맞지 않는다. 인간 화가는 새로운 길을 모색할 것이다. 늘 그렇듯이 위기의 순간을 극복하는 지혜를 만들 것이다. AI와 협업하든가, 아니면 AI를 잘 활용하는 방안을 찾을 것이다. 앞으로 미술이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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