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인의 컨설팅, 내부인의 비판】
능력 있는 국민이 자유를 가진다.
제14조 모든 국민은 거주·이전의 자유를 가진다.
제15조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
대한민국 헌법 제14조와 15조의 조문이다. 얼마나 아름답고 멋진 말인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어디서든 거주하고 어디로든 이전할 수 있다. 게다가 모두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지고 있다. 적어도 헌법 조문에는 그렇게 나와 있다.
왜 우리는 강남에서 살 수 없을까? 왜 서울의 명문 로스쿨을 다니지 못하는가? 능력이 부족해서 그렇다. 그것도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헌법 조문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모든 국민이 자유를 갖는 것이 아니라 능력이 있는 국민이 자유를 가진다. 그 능력이 실력을 말하는지 경제력을 말하는지는 각자가 판단할 것이다.
(수정) 헌법 제14조 능력 있는 국민은 거주·이전의 자유를 가진다.
(수정) 헌법 제15조 능력 있는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
말 같지 않은 이야기지만 하도 답답해서 해본 말이다. 자본주의는 봉건적 신분제도를 없애고 모두가 평등한 사회를 만들었다. 우리는 지긋지긋한 계급을 타파하고 신분의 자유를 쟁취했다. 누구나 마음대로 이사해도 되고,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도 있다. 현실에서 그게 가능한가. 내가 살고 싶다고 어느 동네나 갈 수 있고, 내가 원하는 전문직을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서울 시내 아파트 한 채 값을 생각하자. 서울 시내로 자유롭게 이사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것도 강남까지 생각하면 이건 불가능한 일이다. 전문직을 갖고 싶다고? 분명 문은 열려있지만, 없는 사람은 그 안으로 들어가기가 너무 힘들다. 이론적으로는 분명 직업의 자유가 있고, 거주이전의 자유가 있다. 현실에서는 가진 돈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만 자유가 보장된다.
우리가 머슴인가?
"머슴을 키워가 등 따습고 배부르게 하면 지가 주인인 줄 안다."
“뭘 고민해, 그런 일은 머슴한테 맡겨. 그러라고 월급 주는 거 아닌가”
이 말을 누가 했는지 기억하는가? 앞에 나오는 것은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진양철 회장이 한 말이다. 뒤에 있는 것은 <대행사>의 왕회장이 한 말이다. 보통 사람은 그냥 듣고 넘기지만, 속이 좁은 사람의 귀에는 여간 거슬리는 게 아니다. 현대판 신분제도를 말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내가 너무 까칠한 것일까. 눈을 낮추면 얼마든지 자유롭다. 오르지 못할 나무를 포기하면 직업선택과 거주·이전의 자유를 갖는다. 거기에 만족하고 산다면 상관없다. 그렇다면 그것을 진정한 자유라고 말할 수 없다. 한정된 범위 내의 선택적 자유일 것이다. 자본주의의 강점인 자유의지의 가치가 훼손된다.
1989년 발표되어 크게 유행했던 <아 대한민국>이라는 노래가 있다. 1988년 올림픽이 끝나고 사람들은 대한민국이 번영의 나라가 된다는 기쁨으로 들떴다. 때마침 나온 이 노래는 경쾌한 멜로디와 희망으로 가득 찬 가사로 사람들의 마음을 끌었다. 이 노래가 발표된 지 올해로 34년째다. 지금 우리는 이런 나라에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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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뜻하는 것은 무엇이건 될 수가 있어
이렇게 우린 은혜로운 이 땅을 위해
이렇게 우린 이 강산을 노래 부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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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를 듣는 느낌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어떤 이는 그렇게 살고 있고, 또 어떤 이는 그렇지 못할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이상 이 꿈은 이루어질 수 없다. 아직도 이 노래처럼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돈과 경제력이 없는 자유는 극히 제한적이다. 우리는 자본주의가 만든 경제적 신분제도에 예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까? 참 많이 생각하고 노력했지만,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여전히 주머니는 빈약하고, 자유는 아득하다. 그게 그리 쉬웠다면 자본주의 체제 자체가 성립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서 위안을 얻는다.
마냥 신세 한탄만 하면서 살 수 없는 노릇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유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돈 버는 일 못지않게 마음 챙기는 일도 중요하다. 경제적 자유 못지않게, 아니 오히려 그보다 더 마음의 자유를 챙겨야 한다. 꿩 대신 닭이라 말하지만, 마음의 평화는 닭이 아니라 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