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색의 유혹】
"내 고향은 폐항, 내 고향은 가난해서 보여줄 건 노을밖에 없네."
이준익 감독, 박정민, 김고은 주연의
<변산(2018)>에 나오는 말이다.
영화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격포, 고사포, 채석강
변산의 노을을 이보다 어떻게 더 맛깔스레 표현할까.
이곳에 저녁이 내리면 한 폭의 수채화가 펼쳐진다.
빛의 속도는 1초에 약 30만 킬로미터
그 속도로 쉼 없이 달린 거리는 1억 5천만 km
참 멀고도 긴 여행을 마친
빛은 붉은 노을로 변산 바다에 진다.
그것도 빨강, 오렌지, 보라 색색의 노을로
손을 담그면 금방이라도 붉은 물이 들까
화들짝 놀라 손을 빼면
바다는 여전히 노을빛이고
얼굴에 붉은 물이 들었다.
바다는 한가득 쪽빛이다.
쪽빛 물든 옷이 얼마나 고울까.
인디고블루, 코발트블루, 아니면 울트라 마린 블루?
아무러면 어떤가.
포항, 칠포, 월포
동해의 바다색은 늘 깊고 푸르다.
손을 담그면 파랑 물이 들까
아무리 애써도 손은 그대로이고
그 사이 마음은 파랑으로 물들었다.
조금은 쓸쓸하고 고독한 파란색으로
바다는 늘 그렇게 마음을 물들인다.
변산의 바다는 붉은색으로
칠포의 바다는 푸른색으로
그래서일까.
바다에 서면 옛사랑이 생각난다.
화려했던 청춘의 색이 해지고 바랜 지가 언제인데...
먼 길 떠날 때는 따로 가방을 하나 챙긴다.
가방에다 설렘을 가득 채웠다가
올 때는 아쉬움을 채운다.
집에 도착하면
어느새 가방 가득 그리움이다.
아, 격포와 칠포 그 바다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