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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Oct 24. 2022

기분이 울적한가요? 처칠도 검은 개 땜에 고생했어요.

기분이 울적한가요?

살다 보면 기쁠 때도 있고, 울적할 때도 있다. 사람이면 누구나 그렇다. 어떤 날은 기분이 좋다가도 어떤 날은 기분이 가라앉는다. 어떤 일에는 관대하다가도 같은 일인데도 어떤 날은 화가 난다. 변덕이 죽 끓듯 하듯 수시로 변하는 게 마음이다. 사람 마음이 늘 한결같이 편하면 얼마나 좋을까. 슬픔도 우울함도 없이 늘 편안하게 살아갈 것이다. 


이별을 대할 때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마음이 아프기야 누가 덜하고 누가 더한 것은 없다. 오히려 남의 고아픔보다 자기 아픔이 더 크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람이다. 내 손톱 밑에 가시 박힌 고통이 세사아에서 제일 큰 법이다. 시간이 지나면 훌훌 털어버리고 잘 일어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랜 시간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사람도 있다. 아픔의 시간이 오래 갈수록 마음과 함께 몸도 지쳐간다. 급기야는 우울함에 깊이 빠져 허우적거리고 서서히 망가진다. 


우울함은 마음으로 다스리는 게 아니다. 몸을 다스려야 우울함이 가라앉는다. 뇌 과학은 마음의 평온을 가져다주는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분비에 문제가 생기면 마음이 우울해진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세로토닌과 도파민의 부족은 우울한 감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분이 울적해지는 것은 신경전달물질이 고장을 일으켜 시냅스의 강을 건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건 신체의 문제지 마음은 그다음의 문제다. 


우리의 마음 상태를 결정하는 신경전달물질은 다양하다. 그만큼 인간의 마음이 변화무쌍하고 오묘하다는 뜻이다. 의지력과 활동 의욕의 세로토닌, 사고와 집중력의 노르에피네프린, 쾌감 증진과 동기 부여의 도파민, 긴장 완화와 불안 해소의 가바, 편안한 수면의 멜라토닌, 고통을 감소시키는 인체의 진통제 엔도르핀, 식욕 증진과 평온함의 엔도카바노이드 등의 신경전달물질이 있다. 이것들이 가진 고유한 기능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때 마음의 병이 생긴다. 


신경전달물질에 이상이 일어나면 식욕이 떨어지고 잠을 잘못 자거나 반대로 과도하게 자는 일이 벌어진다. 집중력은 떨어지고 기분은 울적해진다. 경제적 파산, 결별, 해고 등은 우리 마음에 상처를 준다. 머릿속 신경회로의 혼란으로 시냅스에서 신경전달물질을 제대로 분비하지 않게 된다. 각각의 신경전달물질이 가진 우울, 화남, 짜증, 과도한 흥분 등의 정서적 이상이 발생한다. 우울함이나 정서 문제는 마음이 약한 탓이 아니라 시냅스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원인이다.   


그렇다면 시냅스 고장의 원인은 무엇일까?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거나 상심하는 일이 뇌 신경회로를 흔들기 때문이다. 이런 일을 겪으면 시냅스는 혼란을 일으켜 신경전달물질이 시냅스의 강을 건너지 못한다. 그 때문에 기분이 우울해지는 등 마음이 불안정해진다. 나이가 들면 뇌 신경회로의 기능이 약해진다. 노화도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다. 뇌 신경회로는 헝클어져도 복구할 수 있다. 전문가와 상담해서 제대로 처방받으면 빨리 마음이 안정된다. 동시에 그것을 극복하려는 적극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처칠의 검은 개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프랑스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바다와 대양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자신감과 힘을 길러 하늘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해변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상륙지점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들판과 거리에 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언덕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절대로 항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    

       

1940년 6월 윈스턴 처칠이 영국 하원에서 한 연설의 일부다. 그의 반항적인 불도그 같은 표정은 결단력과 카리스마 넘치는 상남자의 표상이다. 물었다 하면 절대 놓지 않을 것 같은 사나움과 야수성이 철철 넘친다. 처칠은 결단력과 카리스마의 지도자이다. 이 위대한 카리스마의 남자 처칠은 평생 우울증에 시달렸다. 그는 자신의 우울증에다 ‘검은 개 Black dog’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는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검은 개'를 평생 반려견으로 삼았다. 처칠이 평생 자살 충동에 시달렸다는 사실을 누가 믿을 수 있을까. 


현대인 고독과 외로움을 벗하며 살아간다. 과도한 경쟁, 의지할 것 없는 사회체제,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는 시장만능주의는 개인을 고립화하고 고독하게 만든다. 잠을 자도 피로가 쉬 풀리지 않는다. 스트레스를 풀려 술을 마시면 다음 날 숙취로 고생한다. 어디 마음 둘 데 없는 현대인들의 머릿속에는 조금만 방심하면 ‘검은 개’가 튀어나올 수 있다. 처칠처럼 반려견으로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도 방법이다. 아니면 아예 ‘검은 개’가 자라지 못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염증도 원인이 될 수 있다. 

현대 뇌 과학은 신경전달물질의 이상이 ‘검은 개’의 출현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밝혔다.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일시적 기능 이상으로 검은 개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프로작(Prozac)이라는 약을 처방했다. 놀랄만한 효과를 발휘했다. 많은 사람이 이 약을 먹고 머릿속 '검은 개'를 잘 달래 내보낸다.


약을 먹어도 여전히 일부 사람들은 ‘검은 개’ 때문에 고통받는다. 세로토닌 분비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프로작이 모든 사람에게 효과를 보인 것은 아니다. 왜 그럴까? 세계적인 신경 면역학자이자 케임브리지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인 에드워드 불모어(Edward Bullmore)는 검은 개가 자라는 원인으로 관절염 같은 ‘염증’을 지목한다. 염증이 발생할 때 뇌에서는 염증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뇌 신경세포의 손상을 가져온다. 그렇게 되면 뇌 구조와 기능이 스트레스에 취약한 상태가 된다.


디크 스왑(Dick Swab)은 저서 『우리는 우리 뇌다』에서, 현재 우울증은 뇌에서 노르아드레날린이나 세로토닌이 유난히 낮은 농도에 원인이 있다는 주장이 인기를 끈다고 말한다. 그러나 뇌에서 지나치게 낮은 세로토닌 농도가 실제로 우울증을 야기하는 경우는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뇌 전체 네트워크와 다양한 화학 전달 물질이 우울증의 발생에 관여한다. 신경전달물질의 이상을 유발하는 스트레스 축이  더 문제라는 것이 디크 스왑의 주장이다. 


스트레스는 우울증 발병에 있어 중요한 위험 요소 중 하나다. 우리 몸은 안정적으로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는 항상성을 추구한다. 우리 뇌에는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으로 이어지는 스트레스 축이 있다. 스트레스는 스트레스 축을 흔들어 인체의 항상성을 파괴한다. 스트레스 축이 지나치게 예민하면 뇌 신경회로의 이상을 일으켜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뇌신경회로의 가소성과 작업 흥분의 가능성을 믿자. 하긴 싫은 일도 일단 시작하면 의욕이 생긴다. 의욕은 더 큰 의욕을 불러와 열심히 몰입하게 한다. 작업을 시작하면 스스로 머릿속에서 흥분 물질을 만든다.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다. 반복해서 시도하다 보면 누구나 그렇게 된다. 기분을 바꾸는 일도 그렇다. 계속 뇌에게 기분이 좋다고 속삭이고 몸을 움직여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뇌는 스스로 흥분해서 기분이 밝아진다. 인내와 끈기만 있으면 누구라도 작업 흥분을 유도하고 의욕적으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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