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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Oct 24. 2022

머릿속의 착한 반려견을 키워볼까?

'하얀 래브라도 리트리버'와 '검은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고 반갑다고 인사가 난리다. 퇴근 후 현관문을 열면 반려견이 온몸으로 격하게 반겨준다.  내 곁에서 떨어질 줄 모르고 졸졸 따라다니는 반려견이 귀엽지 않을 수 없다. 


전 세계적으로 시람들과 함께하는 반려견은 약 400여 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래브라도 리트리버, 푸들, 포메라니안, 시츄, 치와와 등 귀엽고 깜찍한 반려견들이 인기가 높다. 덩치가 있는 래브라도 리트리버, 진돗개, 골든 레트리버도 인기 있는 종류다. 이 중에서도 래브라도 리트리버는 성격이 온순하고 착하고 지적 능력이 뛰어나다. 사람과 잘 교감하고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능력을 지닌 래브라도 리트리버는 장애우를 돕는 안내견으로도 적합하다.      


반려견과 함께 사는 이들은 생활의 활력과 에너지를 얻는다고 말한다. 반려견과 친해지면 마치 사랑스러운 자식 같은 생각이 든다고도 한다. 내 주위에도 반려견을 키우는 친구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들은 반려견이 눈치도 빠르고 말도 잘 들어 이뻐 죽겠다고 너스레를 뜬다. 개를 키우지 않는 나로서야 괜한 호들갑인가 싶다가도 그럴 수 있겠다고 동의한다.   

   

우리 마음에도 반려견이 산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마음이 평온하고 즐거운 상태를 ‘하얀 개 래브라도 리트리버’, 줄여서 '하얀 개'라고 부르자. 윈스턴 처칠이 자신의 우울과 불안에 ‘검은 개’라는 이름을 붙이고 평생을 동행했다. 처칠의 검은 개를 살짝 모방했다. 소소한 즐거움과 소소한 갈등이 얽혀 일상은 흘러간다. 몹씨 어렵고 힘든 일이 닥치지 않는다면 우리는 마음속의 하얀 개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다.   

   

래브라도 리트리버 https://www.istockphoto.com/kr/일러스트/래브라도리트리버 사진 아이패드 드로잉



가끔 골치 아픈 일이 생기면 마음이 울적해진다. 불안하고 가라앉은 기분을 ‘검은 개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줄여서 '검은 개'라고 하자. 아직 어린 검은 개는 덩치가 작아 그리 사납지 않다. 크게 짖거나 심하게 해코지하는 것은 아니다. 일상적으로 느끼는 처진 기분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좋다. 시간이 지나면 원래의 기분으로 돌아오고 검은 개는 다시 깊이 잠든다. 검은 개가 한번 화가 나면 난폭하게 날뛰고 주인의 영혼을 갈가리 찢어놓을 때가 있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누구나 살면서 힘들고 속상한 일을 겪는다. 작은 갈등이나 사소한 골칫거리들이 생겨도 시간이 지나면 해결된다. 검은 핏볼이 깨어도 언제 그랬냐 싶게도 다시 잠든다. 마음속은 평온해지고 조용조용 잘 지낸다. 이렇게 우리의 일상생활은 작은 평화와 소소한 갈등이 함께하는, 착한 레트리버와 사나운 핏볼의 동거생활이라 할 수 있다.


마음의 평온을 주는 하얀 개와 우울한 검은 개 중 어느 개를 키울 것인가는 주인 하기 나름이다. 희망, 용기, 도전, 사랑, 우정은 하얀 개가 좋아하는 먹이다. 이런 먹이를 주면 하얀 개는 예쁘게 잘 자란다. 우울, 불안, 좌절, 포기, 집착은 검은 개가 좋아하는 먹이다. 검은 개는 불안과 우울을 먹고 자란다. 어떤 먹이를 잘 주느냐에 따라 마음속 반려견의 모습도 달라진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는 텔레비전 프로가 있다. 어떤 사운 개도 주인은 포기하지 않는다. 산책하러 나가면 으르렁거리고 심지어 사람을 물기까지 한다. 난폭하기가 이를 데 없고 주인을 물기까지 한다. 그런데도 주인은 전문 훈련사에게 부탁해 개를 길들여 키우려 한다. 포기하면 되지만 끝까지 달래 함께 살려는 것이 주인의 마음이다. 반려견이 왜 그리 사납게 구는지 그 이유를 찾아내 끝내 얌전하게 길들인다.


살다 보면 늘 순탄한 생활이 계속되는 것은 아니다. 예기치 못하게 큰일을 당할 수 있다.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회복하지 못할 만큼 크게 다치거나 경제적 문제로 회복하기 힘든 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또 가족과의 사별이나 이혼 등 정신적으로 견디기 힘든 큰 충격을 받는 경우도 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좋지만, 세상이 어찌 우리 뜻대로야 될까. 뜻하지 않는 대형 사건은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안겨준다. 마음은 순간적으로 깊은 슬픔의 심연으로 추락한다. 우울을 먹고사는 검은 개가 잠에서 깨어난다. 용기를 잃고 우울한 마음을 계속 갖는 다면 검은 개는 이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다.    

  

사람마다 아픔의 크기는 다르다.  

어떤 사람은 큰 어려움에 부딪히면 아예 몸져눕는다. 한번 가라앉은 기분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더 깊숙이 가라앉는다. 슬픔의 심연으로 하염없이 빠져든다. 크고 무서운 검은 개가 어둠 속에서 등장한다. 한번 물면 끝장을 보는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다. 겉으로 보이는 외상이야 치유하면 되지만 마음의 상심은 쉽게 낫지 않는다.      


검은 개가 나타났을 때 사람마다 겪는 고통의 크기가 다르다. 검은 개를 만나 고생하고, 죽을 고비를 넘길 정도로 애를 먹는 사람이 있다. 슬기롭게 동거하지 못하고 살벌한 동거생활을 유지한다. 우울해하고 슬퍼하며 일상생활조차 감당하지 못한다. 그러다가 끝내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최근 들어 많은 사람이 검은 개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의 숫자가 증가하고 있다. 2022년 9월 27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부동의 1위다. 더 큰 문제는 10, 20, 3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사실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어떤 사람은 검은 개를 쉽게 길들이지 못한다. 왜 처절하게 물어뜯기며 고통을 받을까? 사람들은 마음이 약해서 그렇고, 모든 것은 마음먹기 달렸다고 말한다. 마음을 강하게 먹으면 어떤 어려움도 쉽게 극복한다고 말한다. 하얀 개를 키우는 것도, 검은 개를 키우는 것도 마음에 달렸다는 이야기다. 과연 그럴까? 그렇다면 '하얀 레트리버'와 '검은 핏볼'이 사는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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