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nry Oct 24. 2022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시냅스가 배달 사고를 일으켰군.

시냅스의 강을 건너

강에는 포구가 있고, 바다에는 항구가 있다. 이곳에서는 늘 사람과 물건이 오간다. 떠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는 사람도 있다. 포구와 항구는 늘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먼 바닷길이 개척되기 전에는 사람들은 강을 많이 이용했다. 강나루의 이별 이야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포구에는 선착장이 있고, 항구에는 터미널이 있다. 물건이나 사람을 실어 나르는 배가 정박한 곳이다. 배가 쉽게 들어오고 나가야 한다. 배를 정박할 장소가 마땅치 않거나 접안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면 배가 목적지로 가는 것이 힘들어진다. 사람과 물건을 제대로 싣고 가지 못하면 해운 산업과 국가 경제에 큰 어려움이 닥친다.      

 


미국 뉴욕의 맨해튼은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하다. 이곳에는 세계적 금융회사와 첨단 회사들이 모여있다. 많은 사람이 허드슨강 건너 뉴저지에 집을 두고 이곳으로 출퇴근한다. 개중에는 페리(ferry)를 타고 허드슨강 너머로 출퇴근하는 사람도 많다. 이들을 위해 허드슨강에는 여러 개의 선착장이 있다. 선착장이 많고 잘 갖춰져 있어 사람들이 허드슨강을 건너 편리하게 출퇴근한다.          


인간의 머릿속에도 강이 있다. 뉴런과 뉴런이 붙어 있지 않고 떨어져 있는 시냅스의 강이다. 감각기관으로부터 입수된 정보가 뇌 신경세포를 통과할 때는 전기 신호로 변형된다. 뉴런 내부에서는 아무런 문제 없이 빠르게 전류가 흐른다. 문제는 뉴런의 끝점과 다음 뉴런의 끝점이 떨어진 시냅스의 강에서는 전류가 흐를 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세로토닌과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물질이다. 


뉴욕 대학 교수인 조지프 르두는 '당신은 당신의 시냅스다'라고 말했다. 시냅스가 마음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는 저서 『시냅스와 자아』에서 시냅스가 신경전달물질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나'의 참모습이 만들어진다고 주장한다. 뇌의 여러 시냅스는 신경전달물질로 마음을 만든다. 신경전달물질이 시냅스의 강을 무사히 건너야 제대로 된 마음이 생긴다. 이것이 삐끗하면 이상한 마음이 만들어지고, 이상한 행동을 하게 된다. 


40여 종의 신경전달물질

현재까지 발견한 신경전달물질은 널리 알려진 세로토닌과 도파민을 포함해서 40가지가 넘는다. 이들은 각각 우리의 감정을 만들고 조절하는 물질이다. 이들 40여 종의 배가 시냅스 선착장에 정박해 있는 것이다. 전기 신호로 바뀐 외부의 정보가 뉴런 내부를 통과해서 시냅스 선착장에 도달한다. 이들 정보는 기쁨, 행복, 관대함, 화남, 우울함 등의 배에 오른다. 


신경전달물질 배는 선착장을 떠나 목적지인 인접 뉴런으로 출발한다. 각각의 배가 다음 선착장에 잘 도착하면 외부 정보가 잘 전달된다. 만일 세로토닌 배에 고장이 생기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신경전달물질이 목적지로 갈 수 없다. 대신 우울함이라는 신경전달물질 배가 혼자 목적지에 도착한다. 세로토닌 배를 빨리 수리하지 않으면 다음 목적지에는 우울함만 가득 싸인다. 이런 상태가 오래가면 자살 충동을 강하게 느낀다. 

     

동기, 쾌감, 공격성, 학습 능력 등의 마음 재료의 전기 신호는 도파민 호에 오른다. 노르에피네프린 호는 각성, 공포 반응, 스트레스 반응을 실어 나른다. 가바(GABA) 호는 긴장 완화와 불안 해소의 감정 원료를, 멜라토닌 호는 숙면이라는 재료를 실어 나른다. 엔도르핀 호는 통증 완화와 진통제의 재료를, 엔도카바노이드 호는 식욕 증진과 평온함의 마음 재료를 그리고 글루타메이트 호는 흥분성 물질을 싣고 간다.      


천억 개의 뉴런과 150조 개의 시냅스, 40여 종이 넘는 신경전달물질이 만드는 조합이 어마어마하다. 게다가 각자가 가진 추억과 기억들까지 가세하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이 얼마나 복잡한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이러니 사람의 마음이 복잡하고 미묘할 수밖에 없다. 이들의 협조가 없다면 우리가 감히 몸과 마음의 주인이라 말할 수 없다. 


시냅스의 배달 사고 

박문호 교수는『뇌, 생각의 출현』에서, 뇌의 모든 신경 활동은 궁극적으로 시냅스에서 일어난다고 말한다. 시냅스의 신경전달물질의 농도가 균형을 이루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 이들 중 어느 한쪽이 지나치게 많거나 너무 모자라면 문제가 생긴다. 흥분을 잘하고 화를 참지 못할 수 있다. 인내하고 용서하는 마음이 부족해서 이별을 수용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성격과 마음이라는 것도 이들 물질의 원활한 흐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시냅스의 신경전달물질이 어떻게 흐르느냐에 따라 사람의 마음이 결정된다. 시냅스의 신경전달물질이 제대로 다음 뉴런으로 배달되면 마음의 상태에도 이상이 없다. 만일 제대로 배달되어야 할 신경전달물질이 아니라 엉뚱한 물질이 건너가면 배달 사고가 난다. 시냅스가 어떤 물질을 어떻게 분비하고 배달하느냐는 신경회로의 배선에 달렸다. 여기에 과거의 경험, 축적한 지식 등이 신경전달물질의 농도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아는 마음은 결국 시냅스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 하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마음을 차분하게 해야 할 상황인데 화를 잔뜩 품은 물질이 건너가면 큰 소란이 벌어진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야 할 물질이 배달되지 않으면 기분은 우울해진다. 시험을 앞두고 긴장해야 하지만 과도한 긴장 물질이 배달되면 오히려 지나친 긴장으로 시험을 망치게 된다. 화를 내지 않을 때 벌컥벌컥 화를 내는 일도 시냅스의 배달 사고 탓이다. 이처럼 시냅스가 신경전달물질을 제대로 분비하고 배달하느냐 여부가 우리 마음의 이상 유무를 결정한다. 


연인이 결별을 통보하면 고통의 신경전달물질이 대량으로 배달된다. 그래서 마음이 아픈 것이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고통의 물질의 배달이 줄어든다. 그렇게 이별을 극복하는 것이 정상이다. 이것이 안 되는 사람은 시냅스에서 인내와 절제의 신경전달물질이 제대로 배달되지 않는다.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고, 극단적인 분노가 솟구치는 사람은 빨리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 세상이 나날이 험해지는 이유는 과거보다 뇌 신경회로의 이상을 일으키는 요소가 많아진 탓이다.  


사는 일이 쉬운 사람은 없다. 다 고만고만한 고민과 아픔을 안고 산다. 외롭지 않은 사람도 없다. 오죽하면 정호승 시인은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시고,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고 했을까. 외로움에 사무치는 것도 사람이고 고독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도 사람이다. 누구나 그럴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상태가 너무 오래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 아무리 헤어 나오려고 해도 안 되고, 급기야는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선다면 아주 위험하다. 그것은 이미 마음이 아니라 몸의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를 만나고, 신경회로를 바꾸려는 강력한 결심이 필요할 때다. 








  


작가의 이전글 무슨 꽃을 좋아하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