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꽃, 사람과 벌은 서로 다른 꽃잎과 색을 본다.

【빛과 색의 유혹】

by Henry

사람의 달맞이꽃과 벌의 달맞이꽃

달맞이꽃을 보는 사람의 눈과 벌의 눈 https://laidbackgardener.blog/2017/10/12/what-bees-see/


둘 다 달맞이꽃이다. 꽃의 형태는 같지만, 색이 다르다. 게다가 꽃잎에 새겨진 길도 다르다. 어느 꽃이 더 아름다운지는 사람마다 판단이 다르다. 왼쪽은 우리가 보는 달맞이꽃이고, 오른쪽은 벌이 보는 달맞이꽃이다. 우리 눈으로 보는 꽃잎은 온통 노란색이고, 세세한 길이 보이지 않는다. 벌이 보는 꽃잎에는 꿀과 꽃가루가 있는 곳으로 섬세한 길이 나 있다. 벌은 이 길을 따라 움직이며 꽃가루를 묻히고 꿀을 딴다.


인간 vs 벌의 눈.JPG 출처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1794166622359688&mediaCodeNo=257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우리의 눈은 빨강에서 보라까지가 가시광선이다. 반면에. 벌은 눈은 빨강을 전혀 보지 못하고, 주황색도 노랑에 가까운 것만 겨우 본다. 대신 자외선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벌의 가시광선은 인간과 다르다. 빨강에서 보라까지 보는 우리 눈과 노란 주황에서 자외선까지 보는 벌의 눈은 달맞이꽃을 달리 본다. 말하자면, 가시광선이라 해도 모두에게 같은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생명체는 각자의 생존에 유리한 빛의 영역을 가시광선으로 선택한 진화의 지혜이다.


벌과 일부 곤충은 자외선을 통해 식물의 꽃잎 속의 길을 따라 꽃가루와 꿀을 찾는다. 벌이 자외선을 볼 수 있는 것을 꽃가루와 꿀이 있는 곳을 쉽게 찾기 위해서이다. 벌의 가시광선에서 빨간색이 사라지고 대신에 자외선이 자리한 것도 진화의 흔적이다. 그래야 벌은 꿀을 많이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벌의 눈에는 빨간색과 주황색의 세상은 없고 대신 자외선의 세상을 볼 수 있다. 이것이 달맞이꽃을 보는 사람과 벌의 시선이 서로 다른 이유이다.


뱀의 눈은 파장이 짧은 적외선을 관찰할 수 있는 특이한 능력을 갖췄다. 몸에 적외선 카메라를 장착한 것과 같다. 시력은 나쁘지만, 개구리가 움직일 때 나오는 적외선을 감지해 사냥한다. 만일 딱딱한 바위도 열이 있어 적외선을 방출한다면 뱀이 잡아먹으러 달려들 것이다. 열을 가진 물체는 전자기파인 빛을 내고, 뱀은 그 빛을 감지해 사냥하기 때문이다. 뱀의 눈이 적외선을 감지하는 능력을 갖춘 것도 진화의 결과이다.


가시광선 속 색의 스펙트럼

하얗게 보이는 태양 빛을 우리는 ‘백색광’이라 부른다. 사실 보기에는 투명하게 보여도 태양 빛은 다양한 색깔의 덩어리다. 세상을 아름답게 채색하는 색깔은 바로 이 색깔의 덩어리에서 나온다. 태양 빛은 '빨주노초파남보'의 무지개색을 품고 있다. 아니 이보다 더 많은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우리 눈으로 여기까지 볼 수 있다 해서 가시광선(可視光線)이라고 부른다.


빛에는 가시광선만 있는 것이 아니다. 빛은 다양한 파장, 즉 길이를 가지고, 그 길이의 길고 짧음으로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 이 가운데 380~760nm의 파장을 가진 빛이 가시광선이다. 우리 눈이 볼 수 있는 파장의 영역이 여기까지다. 이 파장보다 길거나 혹은 짧으면 우리 눈은 보지 못한다. 일상에서 우리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가시광선뿐인 까닭이 이것이다.


가시광선은 빛의 작은 한 부분이다. 가시광선 빨강의 파장 경계선인 760nm 이상의 파장은 적외선(infrared)이다. 그보다 더 긴 파장은 마이크로파, 전파(라디오파)이다. 적외선은 야간 관측용 장비에 사용되고, 마이크로파는 물 분자를 움직여 물을 데운다. 전자레인지는 마이크로파의 기능을 이용해 음식을 데운다. 전자기파 가운데서 가장 파장이 긴 전파(라디오파)는 휴대전화 등의 통신 장비에 쓰인다.


보라색 경계인 380nm보다 파장이 짧은 빛은 자외선(ultraviolet)이다. 자외선보다 짧은 빛으로는 X선, 감마선이 있다. 이들은 원자 속의 전자를 튕겨 날아가게 함으로써 분자 구조를 파괴한다. 이들이 세포 안의 DNA에 닿으면, DNA의 연결이 끊어져 인체에 심각한 이상이 생긴다. 이처럼 자외선, X-Ray, 감마선은 DNA에 상처를 주기 때문에 인체에 사용할 때 주의해야 한다.


가시광선 속의 색들


가시광선 내부에 있는 빛의 스펙트럼을 보자. 기준은 역시 파장의 길고 짧음이다. 파장이 380~450nm의 빛은 보라색이고, 450~495nm의 빛은 파랑이다. 495~570nm의 빛은 초록이다. 밝은색의 파장은 상대적으로 길다. 노랑은 570~590nm 파장의 빛이고, 주황은 590~620nm 파장의 빛이다. 마지막으로 빨강은 620~780nm의 파장을 갖는 빛이다. 이처럼 가시광선에도 서로 다른 파장을 가진 빛들이 있고, 이들 각각은 고유의 색이 있다.


에너지 전략을 위한 진화의 선택

가시광선의 파장은 보라색 빛에서 붉은색의 빛까지 품고 있다. 가시광선 안에서도 파장이 쪼개지고, 쪼개지는 만큼 빛의 색깔도 다르다. 가시광선을 더 잘게 쪼개면 더 미세한 색깔이 나온다. 보통 사람은 가시광선의 색깔을 백만 개의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이 말은 가시광선의 파장을 백만 개로 구분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이한 경우 이 파장대의 색을 1억 개까지 구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이런 사람은 가시광선을 1억 개의 각기 다른 색으로 구분할 수 있다.


왜 우리는 가시광선 파장대의 빛만 볼 수 있을까? 만일 우리가 세상의 모든 빛을 볼 수 있다면, 우리 눈과 두뇌는 훨씬 더 복잡해질 것이다. 당장 시신경 세포의 숫자만 해도 지금보다 몇 배 혹은 몇십 배 많아진다. 우리 주위를 휙휙 날아다니는 온갖 빛을 관찰하느라 신경 쓰다 보면 진이 빠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더 많은 열량을 확보해야 하고, 더 많은 에너지를 섭취해야 한다.


우리 눈이 가시광선만 보는 것인 진화 과정에서 에너지를 절약하는 기막힌 전략이다. 인류는 최소 에너지 사용으로 꼭 필요한 시각적 정보를 확보했다. 가시광선만 가지고도 인간은 충분히 잘 산다. 그 너머의 빛까지 본다면 머리를 많이 써야 한다. 그 옛날 에너지 공급원인 식량을 구하는 일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힘든 일이다. 그런 상황에서 굳이 마이크로파나 감마선을 본다 해도 이득이 그리 크지 않다.


인간이 꽃잎 속의 꿀을 직접 딸 필요가 없고, 꽃가루를 다른 꽃으로 옮기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 일은 벌이 알아서 잘한다. 인간은 벌통을 만들어 놓고 기다리면 된다. 벌들이 부지런히 일해 그곳에 저장하는 꿀을 받아먹으면 된다. 인간의 눈이 굳이 가시광선을 자외선 영역까지 넓힐 까닭이 없다. 또 낮에 일하고 밤에는 숙면해야 하기에 야간 투시가 가능한 적외선 영역을 볼 이유도 없다. 그렇게 되면 뇌가 에너지를 더 많이 사용할 뿐이다. 이것이 최소의 에너지로 최대의 수확을 해내는 인간의 영리한 진화적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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