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의 원인

【우리 안의 치매 12】

by Henry

스트레스 좀 안 받을 수 없나?

"진짜 노력하고 열심히 사는데 왜 삶은 이토록 힘들까?"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이런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어쩌면 그럴 때가 많을 것이다. 보통 사람의 이 물음에 붓다는 지금부터 무려 2,500년에 말했다. "삶은 고해(苦海)다." 잔인하지만 어찌하겠는가. 사는 것은 고통의 바다를 건너는 것과 같다. 붓다는 그 바다를 건너는 일도, 빠지는 일도 우리 마음에 달렸다고 말하고 싶었다.


원인을 모르는 병의 원인은 무엇일까? 어색한 표현이다. 원인을 모르는 병이라고 했는데 다시 그것의 원인을 묻는다. 표현을 달리하면 원인을 모르는 병의 원인은 스트레스다. 대개 병은 위암이나 췌장암 혹은 뇌경색같이 원인을 특정할 수 있다. 그렇지만, 원인을 분명히 밝힐 수 없는 병도 많다. 그럴 때 우리는 스트레스가 원인인 것 같다는 말을 듣는다.


스트레스라는 말은 일상화된 지 오래다. 현대를 사는 사람들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 특히 경쟁이 심한 사회일수록 스트레스의 강도가 세다. 고통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사람들은 스트레스받지 않을 생각만 하지, 정작 어떻게 관리할지는 신경 쓰지 않는다.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다면, 받아들이고 잘 관리해야 한다. 한사코 스트레스를 외면하다 보면 몸과 마음이 더 망가진다. 문제는 그게 말처럼 잘 안된다는 것이다.


스트레스가 발생하면 우리 뇌는 기민하게 움직인다. 시상하부(H)-뇌하수체(P)-부신피질(A)로 이루어진 스트레스 대항 축을 가동한다. 우리가 직면하는 정신적인 고통을 처리하는 이 경로를 스트레스 축이라 한다. 스트레스 축이 제대로 가동하고 크게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이게 흔들리면 분명한 원인을 알 수 없는 온갖 병에 걸린다.


갑작스러운 사고나 경제적 손실은 정신적으로 힘들게 한다. 마음이 무겁고 기분이 울적해진다. 이런 마음의 상태가 스트레스, 즉 마음과 정신의 고통이다. 스트레스가 일으킨 감정 변화는 빠르게 시상하부(Hypothalamus)에 전해진다. 뇌 한복판에 자리한 시상하부는 스트레스 감정을 인지한다. 시상하부는 호르몬 통제 본부인 뇌하수체(Pituitary gland)에 즉각 스트레스에 대응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뇌하수체는 호르몬을 생산하는 부신피질(adrenal cortex)한테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을 분비할 것을 명령한다.



스트레스 축 작동 경로



스트레스 축이 약하면 쉽게 흔들린다.

스트레스 축이 단단하고 강하면 비교적 적은 양의 코르티솔을 분비한다. 이런 사람의 스트레스 축은 농도가 약한 코르티솔을 분비하고, 그것도 빨리 소멸한다. 적은 양의 코르티솔은 에너지를 집중하고 일에 몰입하게 한다. 큰 시합을 앞두고 적당히 긴장하는 것은 경기력 향상에 집중하는 것과 같다. 단기간 분비되는 적정량의 코르티솔은 인체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반면에, 정신적 압박을 심하게 받는 사람의 스트레스 축은 짙은 농도의 코르티솔을 장기간 분비한다. 또 방출된 코르티솔이 뇌로 바로 되돌아와 스트레스 반응을 강화한다. 결과적으로 코르티솔을 반복적으로 과다 생산하는 순환 고리를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코르티솔은 혈액을 타고 온몸으로 돌아다닌다.


장기간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르티솔의 농도가 독하고 진해진다. 이 독한 물질이 혈관을 타고 다니며 온몸을 집적이면 천하장사라도 당해낼 재간이 없다. 어느 한 곳이라도 탈이 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다. 인체 내의 약한 곳을 집요하게 공격해 큰 병이 생길 수 있다. 뚜렷한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을 스트레스 탓으로 돌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진하고 독한 코르티솔은 아무 장기나 마구잡이로 공격한다. 두뇌라고 그냥 놔두지 않는다. 심각한 일은 독한 코르티솔이 뇌 뇌신경세포와 시냅스를 공격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신경과학자 에릭 캔델(Eric R. Kandel)의 『마음의 오류들』을 인용하자. 기억의 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한 신경과학자인 그의 말은 스트레스가 어떻게 뇌 신경계를 손상하는지 잘 알려준다.


만성 코르티솔은 단기 기억 기관인 해마와 대뇌와 연결된 시냅스를 집요하게 공격한다. 끝내 해마의 뉴런과 뉴런의 접점인 시냅스가 너덜너덜해진다. 그뿐만 아니다. 해마의 시냅스가 손상되면 기억 기능에 치명적인 손상이 발생한다. 해마와 전두엽을 연결하는 시냅스의 손상은 이성적 판단하지 못하도록 하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진다.


코르티솔의 반복적인 공격은 시냅스를 손상하고, 시냅스에서 생성되는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인 노르아드레날린과 세로토닌을 제거한다. 노르아드레날린은 우리의 의식을 명료하게 해 주고, 외부의 자극에 적절하게 대응하게 해 준다. 이것이 고갈되면 이성적 판단이 흐려지고 감정조절을 할 수 없다. 세로토닌의 감소는 마음의 평정 상태를 깨뜨리고 우울증에 빠지게 한다.


원인이 없는 병이 왜 생길까. 모든 것을 스트레스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실제로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도 많다. 안 받을 수는 없지만, 덜 받으면 좋은 것이 스트레스다.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어떻게 고통의 바다를 슬기롭게 건너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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