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판단력의 상실

【우리 안의 치매 11】

by Henry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의 머릿속 연결망

CPU 회로 보드


위의 그림은 컴퓨터의 두뇌 CPU를 사람의 머리로 옮긴 거야. 수많은 회로가 이어져 있고, 그 사이로 전기적 신호가 흘러. 전기적 신호는 컴퓨터가 처리해야 할 정보들이 0과 1의 디지털 신호를 말해. 키보드나 마우스로 입력한 정보는 회로를 따라 눈 깜짝할 사이에 CPU로 이동하지. CPU는 0과 1로 이루어진 정보를 잽싸게 분석해 순식간에 답을 들려주지.


컴퓨터의 회로가 복잡하게 설계될수록 컴퓨터 성능이 좋아져. 배선이 많고 집적도 높을수록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고, 정보를 처리하는 속도도 빨라져. 이렇게 복잡한 컴퓨터 회로를 잘 못 연결하면 컴퓨터는 정답을 찾지 못하거나 엉뚱한 답을 알려줄 수 있어. 이런 현상은 치매 환자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바보 같은 상황과 같아.


컴퓨터 회로가 중간에 끊긴다면 정보가 CPU로 전달되지 않아. 들어오는 정보가 없으니 컴퓨터는 그냥 먹통이 야. 0과 1의 전기 신호는 배선이 끊어진 곳을 통과할 수 없어. 이 것은 치매 환자의 뇌 신경회로가 끊어지는 것과 같아. 중증 치매 환자가 사람 말귀를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것은 뇌 신경회로의 배선이 끊어졌기 때문이지. 귀로는 들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뇌는 들을 수 없는 인지적 난청이 된 거야.


사람의 머리는 어떤가? 사람의 두뇌 회로는 뇌 신경세포(뉴런)의 연결망이야. 사람의 뇌에는 약 1,000억 개의 뉴런이 있어. 뉴런은 인간 지능의 최소한 생물학적 단위로 정보를 분석하고 다음 신경세포로 전달하는 기능을 수행하지. 만일 뉴런이 소멸하면 그 자리는 구멍이 뚫려 정보가 전달되지 않아. 컴퓨터의 회로가 중간에 끊어져 전기 신호가 흐르지 않는 것과 같은 일이 일어나.


뉴런과 시냅스


위의 그림에서 가지 중간에 있는 둥근 모양이 핵이 들어 있는 뇌의 신경세포(뉴런)야. 하나의 뉴런은 좌우로 많은 돌기, 즉 잔가지를 갖고 있어. 뉴런과 뉴런의 가지들이 만나는 지점을 시냅스라 하지. 천억 개의 뉴런과 150조 개 이상의 시냅스가 우리 뇌를 이루고 있어.


우리 태양계가 속한 은하(galaxy)에 약 4,000억 개의 별이 있다고 해. 우리 머릿속에는 은하계 별의 개수보다 약 400배나 많은 시냅스가 있는 셈이야. 그것도 저 광활한 우주가 아니라 겨우 1.5kg 남짓한 우리 머릿속에 그 많은 신경망이 들어 있어. 그러니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고 세밀하게 연결해야 할까. 인간이 발명한 가장 성능 좋은 컴퓨터 회로보다 우리 머릿속 회로가 복잡한 이유가 이 때문이야. 이렇게 섬세하고 복잡한 회로가 좁은 두뇌 안에 있으니, 자칫하면 연결이 끊어지고 배선이 잘못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뇌 신경회로의 연결이 잘 돼야 우리는 이성적으로 행동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 신경회로가 잘못 연결되면 엉뚱한 말을 하거나 이상한 행동을 하게 돼. 뇌 신경회로의 배선이 제대로 되려면 성장 과정에서 교육을 잘해야 해.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환경에서 자라면 뇌 신경회로가 이상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어. 이런 사람들은 성인이 되어 힘든 상황에 부닥치면 돌출적이고 비이성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커.


머릿속 지우개

컴퓨터를 오랫동안 쓰지 않고 방치하면 먼지가 쌓여 회로가 끊어져. 새로운 자극이 없고 호기심이 사라지면 우리 머릿속 신경세포도 연결이 끊어지지. 전기가 흐르지 않은 낡은 전선이 삭아 없어지듯 학습하지 않는 뇌 신경망도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고 다른 뉴런과 단절하지. 연결이 끊어진 신경세포 자리에는 구멍이 뚫려. 이렇게 되면 두뇌의 종합사령부에 해당하는 전두엽으로 정보가 올라오지 않아. 정보가 없으면 뇌는 판단할 거리도 없고, 판단할 수도 없어.


나이가 들면 신체 기능이 떨어지고 조금만 움직여도 몸이 예전 같지 않아. 그러다 보면 새로운 도전을 싫어하고 단조로운 생활에 안주하지. 자연 호기심이 사라지고 지적 열망도 식어버리지. 외부의 자극이 줄어들면 두뇌의 뉴런들은 급속히 고립되고 소멸의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커. 이것은 노화에 따른 뉴런과 시냅스의 소멸 현상이야.


문제가 되는 것은 단기 기억을 저장하는 해마의 연결망이 빨리 끊어진다는 사실이야. 나이가 들수록 젊은 시절과 달리 짧은 기억조차 잘 간직하지 못해. 금방 들었던 이야기를 잘 까먹고 건망증이 심해지는 까닭도 여기에 있어. 게다가 해마의 연결망이 약해지만, 이것과 연결된 전두엽 뉴런과 시냅스도 함께 약해질 수 있어. 그 결과, 노화는 기억과 판단력을 상실케 하고, 자칫하면 치매를 부를 수도 있지.


하나의 뉴런이 소멸하면 그 주위에 있는 다른 뉴런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뉴런들이 만나는 시냅스가 떨어져 나갈 가능성도 커지지. 뉴런과 시냅스를 지우개로 서서히 지우는 것과 같아. 두뇌의 원판을 지우고 새로 배선하거나 연결해 주면 좋지만, 우리의 머릿속을 한 번 지우고 나면 재생하기 힘들어.


누가 우리 머릿속을 지우개로 지울까? 노화가 원인이든, 질병이 원인이 든 뇌 기능이 저하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어.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어느 정도의 두뇌 기능이 저하하는 것을 경험해. 그렇지만 뉴런 다발이 뭉텅뭉텅 잘리고 시냅스가 통째로 소멸한다면, 그건 매우 심각한 문제야. 특히 해마와 전두엽을 연결하는 뇌 신경망이 약해지면 큰 일이야. 자칫하면 치매에 걸릴 수도 있고, 머릿속을 지우개로 지우는 일이 벌어질 수 있어.


사람은 누구나 머릿속에 지우개를 가지고 있어. 연필로 쓴 글씨는 지우개로 쉽게 지울 수 있어. 그러나 굵은 잉크 펜으로 꼭꼭 눌러 글씨는 지위가 어려워.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끊임없이 공부하는 것은 두뇌에다 지워지지 않는 글씨를 쓰는 작업이야. 뇌 신경회로를 튼튼하게 하지 않으면 누구라도 치매에 걸릴 수 있어. 그걸 명심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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