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의 치매 13】
뉴런이 없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후배가 왜 젊은 치매에 걸렸는지 알아보고 있어. 그걸 제대로 파악하려면 나를 먼저 이해해야 해. 나는 뉴런(neuron)이야. 다른 말로 뇌 신경세포라 불러. 내가 하는 일을 정말 중요해. 내용이 딱딱하지만, 인내하고 들어주면 좋겠어.
우리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만지고, 혀로 맛을 보잖아. 감각기관을 통해 외부 세계와 만나. 이걸 외부 정보를 인식한다고 말해. 외부의 정보가 두뇌로 전달되면 우리는 정보를 알아차리는 거야. 우리 두뇌의 전두엽은 외부의 정보가 무엇을 뜻하고,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하고 판단해. 그러고 손과 발, 눈과 입 등의 감각기관에 적절하게 행동하게끔 명령하지.
자,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게. 시각, 청각, 미각, 촉각의 정보가 머릿속으로 들어오면 이게 어떻게 두뇌의 종합사령부인 전두엽에 도달할까? 이걸 아는 게 중요해.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는 모두 두뇌의 전두엽에서 모여. 뉴런인 내 속으로 정보가 흘러. 뉴런은 마치 전기가 흐르는 전선이나 혹은 케이블 역할을 해.
나는 외부에서 전해오는 정보를 취합해서 그것이 일정한 기준값을 넘기면 다음 뉴런으로 보내. 만일 정보가 시원치 않아 기준에 미달하는 정보는 버리고 전달 안 해. 왜냐하면 쓸데없는 모든 정보를 전달하면 뇌 회로가 터져버리기 때문이야. 내가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는지 이제 알겠지.
이미 몇 차례 이야기했지만, 우리 머릿속에는 뉴런이 약 1천억 개가 있어. 위의 그림을 잘 봐. 뉴런 하나에는 수많은 가지가 달렸어. 이것들을 모두 합치면 150조 개가 넘는다고 해. 이 가지들은 고속도로의 차선과 비슷해. 가짓수가 많으면 정보가 여러 차선으로 동시에 들어와. 그만큼 많은 정보가 빠르게 전두엽에 도달할 수 있어. 내가 왕성하게 활동하면 머리가 좋다고 말하는 거야.
이제 반대로 생각해 볼까? 만일 뉴런인 나의 가짓수가 확 줄어든다고 해보자. 노화 때문일 수도 있고, 머릿속의 질병 탓일 수도 있어. 또 공부도 안 하고 책도 안 읽고 게으름을 피워도 이런 일이 일어나. 외부의 자극이 없으면 뉴런의 가지들은 소멸해. 나는 외부 자극을 영양분으로 해서 활동하거든.
가지가 자꾸 떨어져 나가면 몸통인 나도 사라지는 거야. 먹을 것이 없는데 어떻게 버티겠어. 이렇게 되는 걸 뇌 신경세포가 죽는다고 말해. 마치 도로가 하나씩 폐쇄되다 보면 도시의 중심가가 사라지는 현상과 같아. 당연히 인지 능력이 떨어지고 기억력도 감퇴하겠지. 잔인한 말이지만. 바보가 되는 거야.
시냅스의 강을 어떻게 건너지?
뉴런과 뉴런이 만나는 지점을 시냅스(synapse)라고 말했잖아. 뉴런과 뉴런이 정보를 넘겨주는 지점이란 뜻이야. 시냅스는 그림처럼 끊어져 있어. 도로가 강을 만나면 자동차가 건너지 못하잖아. 마찬가지로 시냅스에서는 전기신호가 건너지 못해. 이대로 두면 뇌는 아무 정보도 받지 못하고 어떤 행동도 하지 못해.
정보는 시냅스의 강을 어떻게 건널까? 신경전달물질이 정보를 싣고 강을 건너. 배가 자동차를 싣고 강을 건너는 것과 같은 원리야. 위의 그림에서 붉은 입자들이 신경전달물질이야. 마음의 평안이라는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세로토닌이고, 쾌감과 즐거움의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도파민이야. 이것 말고도 인체에는 많은 종류의 신경전달물질이 있어.
시냅스는 이쪽 강나루와 저쪽 강나루 역할을 해. 강나루에 배를 댈 수 있는 선착장이 많으면 한 번에 배를 많이 띄울 수 있어. 그렇듯이 시냅스의 통로가 많으면 많을수록 신경전달물질이 다음 뉴런으로 많이 건너가. 정보의 전달 속도와 양이 많이 지고, 머리가 좋아진다는 뜻이야.
뉴런과 시냅스의 영양분은 자극이야. 외부와 많이 접촉하고 새로운 것을 자주 보고 들을수록 영양분을 많이 흡수하지. 많은 전기신호가 가지를 통해 뉴런 몸통으로 쏟아져 들어와. 그렇게 되면 신기하게도 뉴런의 가짓수도 늘어나고, 시냅스의 통로도 더 많아져. 뉴런이 스스로 가지를 만들고 통로를 확장하는 거야. 이걸 뇌 가소성 원리라고 설명했어. 열심히 공부하고 학습하면 머리가 좋아지는 것이 바로 이 원리야.
강나루에 옮길 화물이 없어지면 선착장을 이용하는 사람도 없어지겠지. 시간이 흐르면 강나루에 잡풀들이 자라고 선착장 설비들도 삭아 없어져. 시냅스에도 똑같은 일이 일어나. 외부로부터 새로운 자극이 없거나 학습하지 않으면 시냅스도 버려지는 거지. 시냅스가 사라지면 뉴런 몸통조차도 사라져. 뇌 신경세포가 소멸한다는 뜻이지.
치매의 원인은 알려진 것만 70가지가 넘어. 원인이 무엇이든 결론은 하나야. 뉴런과 시냅스가 소멸한다는 것이지. 치매의 원인 가운데는 지나친 정신적 억압과 만성 스트레스도 있어. 특히 어린 시절 받은 정신적 학대는 큰 문제야.
아이의 작은 머릿속에 뉴런과 시냅스가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지 않았어. 이런 아이한테 부정적인 말을 자주 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주면 뇌 신경회로에 이상이 생길 수 있어. 아니면 뉴런과 시냅스가 젊은 나이에 소멸하는 일이 벌어져.
머리가 여물지 않은 아이한테는 따뜻한 말과 격려가 필요해. 섬세하고 예민한 아이의 머릿속은 자칫하면 헝클어져. 뇌 신경세포와 시냅스가 사라지지 않도록 잘 배려해야 해. 어린나무에 자주 물을 주고 영양분을 주면 가지가 뻗어나고 쑥쑥 잘 자라잖아. 아이의 머릿속 뉴런과 시냅스가 망가지지 않도록 배려하고 또 배려해야 해.
정말 안타까워. 후배의 아버지가 이런 사실을 알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랬다면 후배의 머릿속이 지금처럼 일찍 망가지지 않았을 텐데.